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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중생, 숙명여대 '페미니즘 대자보' 훼손 논란

윤다정 기자 입력 2018. 11. 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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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투어 중 성적 욕설 적어.."교사들 방관하고 감싸"
재학생들 "자필 사과문 올리고 성평등 교육 실시" 반발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명신관 앞에 게시된 페미니즘 대자보에 성적 욕설이 적혀 있다.(독자 제공) 2018.11.29/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서울의 한 중학교 남학생들이 숙명여대 캠퍼스 투어 중 페미니즘과 관련된 내용의 대자보에 성적인 욕설로 낙서하며 소란을 피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숙명여대 재학생들은 해당 학생들과 인솔 교사의 공식 사과, 성평등교육 이수 등의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29일 숙명여대 재학생 등 관련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숙명여대 재학생 자원봉사자 5명은 전날(28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해당 중학교 학생 40명 및 인솔 교사들과 함께 캠퍼스 투어와 전공 소개 등을 진행했다.

사건은 오전 10시30분쯤 대자보가 게시된 명신관 앞에서 일어났다. 투어에 참가한 몇몇 남학생들이 숙명여대 학내 인권동아리 '가치'가 게재한 '탈(脫)브라 꿀팁 나누기' 대자보에 '지X', '응 A컵' 등의 욕설을 적어 대자보를 훼손한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대자보 앞에는 교사 3명이 있었고 자원봉사자들보다 먼저 이를 발견했으나 방관했다"며 "교사들은 '이곳은 숙대 학생들의 공간이니 대자보에 함부로 쓰지 말고 대신 헬로만 쓰고 말아라'라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자보가 훼손된 사실을 안 자원봉사자들에게 교사들이 '아이들이 뭘 알겠냐', '대자보를 훼손하면 안 되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다', '조롱의 의미가 아닐 것이다',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반항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학생들을 감싸는 언행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소식을 전해 듣고 당황하는 봉사자들 뒤에서 남학생들이 키득거리며 비웃었다"며 "남학생들은 본인들의 젠더 권력을 믿고 있었기에 여자 대학교 내였음에도 가해 행위를 하고 난 뒤 저희를 조롱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호소했다.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명신관 앞에 게시된 페미니즘 대자보에 성적 욕설이 적혀 있다.(독자 제공) 2018.11.29/뉴스1 © News1

이같은 사실이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알려지자 재학생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재학생 이모씨(21)는 "한국 사회에서 나이와 경제력, 사회적 지위는 곧 권력이지만, 이 남중생들이 성인 여성들에게 이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남성이고 우리가 여성이기 때문"이라며 "남성이 더 많은 학교에서도 어린 여성이 그들의 의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을 페미니즘운동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여론도 작지 않다. 해당 대자보는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할 것을 강요당하면서 건강상의 문제는 물론 사회적인 억압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리고, 브래지어를 벗고 생활하는 팁과 용기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게시됐기 때문이다.

또다른 재학생 안모씨(24)는 "그 대자보는 학우들이 여성으로 살면서 온갖 여성혐오와 강요된 꾸밈노동으로 인해 느낀 분노와 불편함을 한데 모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라며 "학우들과 여성들에 대한 기만과 인격 모독으로 느껴질 정도"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안씨는 "어물쩡 넘어간다면 그 남학생들은 페미니즘이라는 사회운동을 계속해서 가볍게 여기고 비웃고 혐오하게 될 것"이라며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본인들이 한 짓이 얼마나 큰 모욕을 주는 일이었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4월 동국대학교 학생이 숙명여대에 침입해 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학내에서 외부인 남성에 의한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했던 만큼 학생들의 분노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안씨는 "예전부터 견학을 온 남학생들이나 일반 남성들의 출입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이 종종 있었는데도 학교 차원에서 보안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중학교에 항의하거나 민원을 넣는 등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모두 재학생뿐"이라고 지적했다.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매번 외부인 남성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정말 피곤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외부 남성들을 출입금지 시켜야 한다", "내 학교에서까지 품평거리가 되고 외부 남성들에게 위협당해야 하는 것이 화가 난다"는 등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한 재학생들은 Δ가해 학생들의 자필 사과문 게시 Δ교사의 인솔 부실과 언행에 대한 사과 Δ해당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교육 추가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은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해당 중학교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중학교 관계자는 숙명여대의 한 재학생과의 통화에서 "서면조사를 통해 숙명여대를 방문한 학생들을 찾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 등 다른 관할 위원회에 올려 징계 여부를 결정한 뒤 교육청에 결재를 올릴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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