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명 홀린 토종앱 '아자르'..한국 IT별종이 만들었다

박수련 2018. 7. 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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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채팅 앱 '아자르' 개발한 안상일 대표 인터뷰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이 게임 아닌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온라인 게임이나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제외하고 한국 IT 서비스가 해외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린 사례는 거의 없다.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 소프트뱅크그룹 창업자인 손정의 자서전을 보며 고등학생 때부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대학에 내내 창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데 매달렸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그런데 별종이 나타났다. 한국의 토종 엔지니어들이 만든 영상 채팅 앱 ‘아자르(Azar)’다. 2013년 말 첫 서비스를 시작한 아자르는 현재 전 세계 230개국에서 2억 명이 다운로드했다. 실사용자만 1억 명에 달한다. 19개 언어로 매일 6000만 건 이상의 영상 채팅이 아자르에서 일어난다. 전 세계 어디서든 아자르 앱을 켜면 통신 속도나 단말기 사양과 관계없이 빠르게 영상통화가 연결된다. 앱을 켜면 서비스 가입자가 뜨고,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어(스와이프)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는다. 원하는 국가나 언어를 선택하고 싶은 사용자들은 주 9900원짜리 등의 유료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이런 비즈니스모델로 아자르는 지난해 구글 앱마켓에서 비(非)게임 매출 세계 9위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624억원)의 95%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아자르를 만든 하이퍼커넥트(Hyperconnect)의 안상일 대표를 최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 37살이지만 파산 위기까지 딛고 일어선 업력 15년 차 사업가다. 여덟 번째 창업인 ‘하이퍼커넥트’엔 시ㆍ공간의 제약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즐거움을 주겠다는 뜻을 담았다.

5년 전 안 대표는 서울대 창업동아리 친구이던 정강식 최고기술책임자(CTO), 포항공대 출신 친구 용현택 연구소장과 ‘영상 기반의 글로벌 서비스를 해보자’며 머리를 맞댔다. 서울대 재료공학과 재학 중 창업했던 검색엔진 기술기업(레비서치)의 실패 후 수억원의 부채를 갚느라 닥치는 대로 일하던 때였다. 네오위즈에서 상사였던 장병규 현 블루홀 의장(4차산업혁명위원장)이 검색엔진 기술기업 '첫눈'을 창업해 성공(네이버에 매각)하자, 안 대표도 새로운 검색엔진 개발에 도전했다. 그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신선한 아이디어로 국제 특허도 땄고 언론의 주목도 받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책을 보며 사업가의 꿈을 키웠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레비서치로 크게 실패한 이후 결심한 건 ‘처음부터 돈을 버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게 동영상이었다. 아이디어를 다듬고 기술을 연구했다. 안 대표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모바일 영상 통화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자랑하고 싶어서 궁리 끝에 만든 게 아자르”라고 말했다.
안상일 대표는 "월드 와이드 베스트(World Wide Best)가 되자는 구호를 대학 때부터 외치고 살았다"며 "제 머릿속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당연히 글로벌 시장에서 도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아자르는 구글이 2011년 공개한 오픈소스 웹기술표준 ‘웹RTC(Web real time communcation)’을 세계 최초로 모바일에서 구현한 앱이다. 구글의 기술이 서버 없이 개인끼리 웹브라우저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하이퍼커넥트는 모바일 앱에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끼리 빠르고 저렴하게 영상 통화를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안 대표는 “아는 사람끼리 아이폰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건 전혀 새롭지 않지만, 전 세계 어디에 살든지 어떤 언어를 쓰든지 간에 모르는 사람들이 앱으로 끊김 없이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다면 우리 기술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사양은 낮았고 통신 환경도 국가별로 차이가 컸다. 스타트업이 모바일 영상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만 바라봤다. 안 대표는 “대학 때부터 창업동아리 친구들과 틈만 나면 외치던 구호가 ‘월드 와이드 베스트(world wide best)’였다”며 “무슨 일을 하든 무조건 글로벌로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기술 장벽을 넘자 세계 시장이 열렸다. 의외의 지역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아시아에선 대만, 중동에선 터키ㆍ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지역에서 사용자가 급증했다.
안 대표는 “1만 명 목표로 만든 앱에 동시에 20만 명 이상이 몰리는 걸 보고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추가 설정 시 유료결제하도록 사업모델을 짰고 첫 달부터 수익을 냈다. 그는 "서비스 첫 달에 번 수익이 230만원이었다"며 "이를 종잣돈 삼아 마케팅도 하고 서비스 운영 비용도 댔다"고 말했다. 하이퍼커넥트의 연 매출은 지난 4년간 30배 이상 성장했다.


아자르의 성공은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결할 수 있는 포인트가 담겨 있다. 안 대표는 “우리가 만약 미국에 살고 있었다면 아자르 같은 앱이 신기하거나 재미있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중동이나 동남아처럼 외국인과 교류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문화권에서 살며 평생 비행기 한 번 타본 적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지구 인구의 상당수"라며 "이들에게 우리의 영상 통화 앱이 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창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 지역은 문자보다 음성을, 음성보다 대면ㆍ영상 커뮤니케이션을 더 선호하는 문화라 아자르에 환호했다.

그는 시장을 확인한 후엔 중동의 문화·언어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 남미·동남아·인도 등 아자르 사용자가 많은 주요 지역도 파고들었다. 안 대표는 “국내 외국인 어학당을 돌면서 채용 포스터를 직접 붙여가며 현지 출신 직원들을 뽑았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퍼커넥트 직원 180여 명 중 20%가 16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다.

그는 아자르의 성공 비결을 ‘기술’과 ‘독창성’에서 찾는다. 이를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하이퍼커넥트식 성공 모델로 확산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안 대표는 “남들이 하던 것을 조금 바꿔서 개선하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며 "‘세상에 없던 경험’, 독창성이 있는 서비스를 맨 처음 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친 짓이란 소리를 듣는, 정말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 초엔 ‘미친 프로젝트’를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전담팀인 하이퍼엑스(X)도 만들었다. 구글의 미래 기술 개발 프로젝트팀인 구글X와 유사하다. 아자르를 통해 지난 4년간 축적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이 무기다, 매일 전 세계에서 수천만 건의 영상통화를 연결하고 사용자들 간 다른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하는 등 아자르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쌓은 기술이다. 안 대표는 “하이퍼엑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땐 ‘이게 정말 충분히 미친 아이디어인지’를 따져본다”며 “이미 해외 일부 지역에서 AIㆍ소셜 등 서비스를 론칭하며 시장 반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카메라 앱 피카이(picai)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퍼커넥트는 지난달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구글, 페이스북의 후원으로 열린 제 4회 LPIRC(Low-Power Image Recognition Challenge, 저전력 이미지 인식 챌린지)에서 퀄컴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LPIRC2018은 세계 최대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연례 콘퍼런스인 'CVPR2018 세부 행사 중 하나다. [하이퍼커넥트]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만 사업하자면 현재 매출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해외 나가보니 가장 부족한 게 돈이더라. 해외에서 더 크게 비즈니스하고 꿈도 더 크게 꾸려면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도 조달하고 더 책임 있고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업 경험과 성공 노하우를 국내 다른 스타트업들과 공유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협업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안 대표는 “토종 엔지니어들이 만든 앱을 글로벌 서비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배운 교훈들을 토대로 한국의 다른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성공 루트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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