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 "늦게까지 못 맡겨".. 보육교사 "처우개선 말뿐"

입력 2016. 7. 31. 18:58 수정 2016. 7. 3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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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한 달.. 졸속 시행 따른 불만 여전

“우리 아이가 하원하는 오후 5시쯤 어린이집에 남아 있는 아이는 여전히 한두 명 있을까 말까예요. 주변 ‘직장맘’들을 봐도 (맞춤형 보육 시행 이후) 하원시간을 늦춘 경우는 못 봤어요. 저만 해도 원래 오후 4시까지 남아 있던 ‘전업맘’ 아이들이 오후 3시면 집에 간다고 하니까 아이한테 미안해서 더 늦게 남길 수가 없더라고요.”(22개월 딸을 둔 직장맘 A씨)

“원장선생님이 매일 경영난을 호소하니 그 스트레스가 교사들한테 고스란히 전달돼요. 수업준비와 맞춤형 보육 관련서류로 할 일은 더 늘었지만 처우 개선 이야기는 감히 꺼낼 수 없어요. 탈·불법도 심해져서, 저희 어린이집 종일반 아이 몇 명은 엄마가 전업주부인데 원장님이 지인을 동원해 종일반이 될 수 있도록 서류를 떼주기도 했죠.”(보육교사 B씨)

‘맞춤형 보육’이 시행된 지 한 달(1일)이 되지만 학부모와 보육교사들은 여전히 시행 전과 같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 원아를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으로 나눠 이용시간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 지원하는 제도다. 맞벌이 가구가 눈치보지 않고 어린이집을 12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주된 목적이지만, 취지를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입 감소를 우려한 어린이집의 거센 반발에 정부가 종일반·맞춤반 보육료 차이를 당초 16만5000원(0세반 기준)에서 2만6000원으로 좁혀 ‘차등 지원’이라는 큰 틀을 스스로 무너뜨린 데다 탈·불법을 바로잡을 당국의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달라진 게 뭐냐”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오는 9월 복직을 앞둔 김은혜(가명·여)씨는 “몇 시까지 맡길 수 있냐고 원에 물어봤더니 ‘저녁 7시반까지 맡길 수 있지만 그 시간에 하원하는 아이는 없다’고 은근히 눈치를 줘 ‘하원 도우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맞춤형 보육의 최대 피해자로 꼽힌 보육교사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세계일보와 전국보육교사총연합회가 보육교사 18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93%)이 ‘맞춤형 보육제도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주요 문제점(복수 응답)으로 △근무여건 악화(54%) △맞춤반·종일반 선정 시 탈·불법 조장(52%) △보육교사 고용안정성 약화(47%) △전업주부·취업모(직장맘) 사이 갈등 야기(25%) △원장, 긴급보육바우처 임의 사용(23%) 등을 꼽았다.

보육현장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주관식)에는 ‘서류상 근무시간을 줄여 급여를 줄이려 한다. 올라간 보육료가 (보육교사) 처우개선으로는 절대 쓰이지 않는다’, ‘보육교사 처우는 처우개선비를 올려주는 식으로 해결해야지, 원장 선의에 맡기면 안 된다’는 등 보육료 인상분에 관한 것이 많았다. 정부가 지난 6월30일 “맞춤반 기본보육료를 2015년 대비 6% 인상하고, 인상분은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많이 다른 셈이다.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과 관련된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달 11∼29일 지자체와 함께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단순 서류 확인과 원장 면담을 하는 수준에 그쳐 점검 실효성의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명자 전국보육교사총연합회 대표는 “복지부에 교사 처우문제, 보육의 질 등에 대해 민원을 넣었지만 성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정부는 부모와 교사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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