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왜 우병우를 버리지 못할까?

2016. 8. 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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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 수석, 박 대통령의 ‘신임’으로 사실상 국정 전반 ‘대리 통치’
외교관 인사에도 관여…수석비서관 뛰어넘어 국정 운영 ‘몸통’으로
‘정윤회 사건’ 처리하며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 됐을 가능성

박근혜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을 하고 있다. 뒷쪽에 우병우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공동취재단

옷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장관급 인사가 19일 아침 뉴스를 듣다 흥분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기 문란 사범’으로 몰며 수사 필요성을 거론한 장면에서다. “아! 우병우 하나 살리려다 나라가 절단나겠구나”하는 위기감이 몰려 들었다. 그는 곧바로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는 한 개인의 억울함 차원을 떠났습니다. 국민 전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됐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왕에게 직언을 올리기 위해 도끼 상소를 했습니다.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도끼로 내 목을 치라는 의미입니다. 당신께서 목을 내놓고 우병우 민정수석의 문제를 해결해주십시요.”

그러나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본인이 현명하게 처신하지 않겠습니까. 기다려보시죠.” 그는 기자에게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99%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은 사람까지 절망하게 만드는 게 지금의 ‘우병우 사태’다. 도대체 왜 박근혜 대통령은 우병우 민정수석을 이토록 감싸고 도는 것일까?

우선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신뢰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능가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어떻게 범죄인으로 몰 수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의복이라면 우병우와 3인방은 장기다. 의복이야 기분에 따라서 또는 날씨에 따라서 언제든지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지만 장기는 그럴 수 없는 거 아니냐. 우병우도 처음에는 의복이었지만 피부처럼 스며들었다가 이제는 아예 장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병우 수석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데는 3인방과의 ‘우정’이 토대가 됐다고 한다. 그는 2014년 5월 청와대에 민정비서관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3인방과 활발하게 교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수석들이 나이 어린 3인방을 불편하게 여긴 반면 우 수석은 3인방 가운데 둘과 동갑내기여서 관계 트기가 자연스러웠다. 재력가인 우 수석이 적극적으로 밥 자리 술 자리 등을 만들며 3인방과 친분을 쌓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우 수석과 3인방 사이에서 질적인 전환이 이뤄진 것은 ‘정윤회 사건’을 계기로 해서다. 이 사건 이후 3인방이 직접 나서기가 어려워지자 우 수석이 그들의 몫까지 떠안아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 수석이 관여하는 영역은 단순히 민정을 넘어 국정 전반에 걸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수석비서관의 업무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의 권한까지 넘나드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우 수석은 “대통령의 뜻”임을 내세워 다른 수석이나 부처의 반발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아 불만을 많이 샀다. 최근 청와대를 나온 한 고위 관계자는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 수석이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 없어 다른 수석들을 허깨비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할 정도다. 그렇다면 우 수석은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국정 전반을 ‘대리 통치’한 셈이 된다.실제로 우 수석이 외교관 인사에도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청와대 뜻에 반한 공문을 보낸 외교부 공무원들이 줄줄이 좌천성 인사를 당했는데 그 중심에 우 수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세 수석비서관의 위상을 뛰어넘어 국정 운영의 몸통이 된 셈이다. 그러니 박 대통령으로서는 우 수석을 둘러싼 잡음이 일어도 잘라낼 수 없는 것이다.

일종의 ‘우병우 역할론’인데 그보다 더 내밀한 사정이 있는 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 등 주로 법조계에서 나오는 관측이다. 이 또한 정윤회 사건을 계기로 본다. 우병우 수석이 정윤회 사건을 처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감추고 싶어하는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지만 박근령 등 가족관계나 동생들과의 재산 분쟁 등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깊숙히 알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우 수석을 잘 아는 어느 변호사는 “현직 검사 시절 우 수석은 수사에 필요한 범위나 기소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다방면에 걸쳐 정보를 파악하고는 했다. 그런 정보를 가지고 검사장이나 부장 등 윗선과 협상을 할 때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유능하다고 평가 받는 데는 이런 이면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와 나눈 걸로 알려진 대화록을 보면 우 수석의 막강한 힘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이 감찰관이 “감찰 개시한다고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께 잘 좀 말씀드려라, 이거 앞으로 어떻게 되나’라고 했더니 (이 실장이) 한숨만 푹푹 쉬더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어쩌지 못하는 우병우 수석, 그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놓고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부담은 박근혜 대통령이 떠안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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