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얼굴 보고 소리라도 질러야 시원하죠"

김민정 입력 2016. 12. 16. 17:57 수정 2016. 12. 1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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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판 방청권 추첨 213명 몰려

인생 첫 신청한 직장인, 퇴직자

체험학습 나선 고교생까지 북적

“선생님도 ‘꼭 당첨돼라’ 응원”

최순실 재판 방청권 추첨이 열린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3별관 1호 법정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방청 신청을 하고 있다. 첫 재판은 19일 열릴 예정이다. 김주성 기자

“이야! 됐다, 됐어!”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3별관 1호 법정에서 열린 최순실씨 첫 재판 방청권 응모 추첨 현장. 대학생 최용석(28)씨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번호가 불리자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 군포에서 40분 걸려 법정을 찾았다는 최씨는 “뜻하지 않게 당첨돼 정말 기쁘다”라며 “민주국가로 가는 길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어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에도 이날 법정은 19일 열리는 ‘최순실 게이트’ 첫 재판의 방청권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앳된 얼굴의 학생들, 법을 공부하는 대학생과 은퇴한 노부부 등 대부분 정치와 무관하게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비록 당첨되진 않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발걸음을 했는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물었다.

유독 고등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누군 어렵게 수능보고 대학 들어가는데 정유라만 특혜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게 화가 나고 억울해서 왔다”고 힘줘 말했다. 충북 음성의 매괴고등학교 3학년 정유미(18)양은 “수능 끝나고 촛불집회에도 여러 번 참가했다”라며 “학생이라는 이유로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어 재판을 가까이서 지켜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시외버스 타고 1시간30분 걸려 법정을 찾았다는 같은 고등학교 이효정(18)양은 “학교 수업이 있지만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더니 선생님도 흔쾌히 ‘꼭 당첨돼라’라면서 보내주셨다”고 했다.

방청이 처음이라는 직장인들도 속속 법정을 찾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민현호(30)씨는 “평범한 사람들은 직장에서 겪는 부조리를 모두 감내해야 하는데 정권으로부터 갖은 혜택을 다 누리고 편하게 먹고 산 사람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보러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 손을 꼭 붙잡고 법정을 찾은 이종만(61)씨 속내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퇴직했다는 이씨는 “뉴스를 보고 태어나서 처음 방청을 신청하러 왔다”라며 “평범하게 일평생 살아 온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울하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순실 얼굴 보면서 소리라도 한 번 질러야 속이 시원하지 않겠습니까.”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엄중히 지켜보겠다는 대학생도 있었다. 미래 법조인을 꿈꾼다는 대학교 1학년 이승헌(19)씨는 “최씨에게 어떤 혐의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공부하고 재판을 보러 들어갈 것”이라며 “경제, 사회적 지위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지는 않는지, 법 앞의 평등이 실현되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청권 응모에는 213명이 몰려 약 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법정 방청석 150석 가운데 사건 관련자와 취재진, 경호인력 좌석을 제외한 나머지 80석을 추첨했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은 법적으로 일반에 공개하도록 돼 있다. 앞서 법원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나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죄 사건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은 재판 때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해왔다.

그러다 방청권을 얻기 위해 전날 밤부터 법원 밖에서 노숙을 하는 등 과열 양상으로 흐르자 방청권 추첨제도를 도입했다. 이석기 전 의원의 항소심 재판,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재판 때도 방청권을 추첨했다. 당시엔 일반 시민들보다 각각 이 전 의원의 정치적 지지자나 반대자, 기업 관계자가 대부분이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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