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세월호 당일 대통령 행적 묻자 "질문하지 말라" 신경질

전혼잎 2016. 12. 27.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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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특위 '감방 신문' 안팎

촬영 카메라 반입여부 놓고 구치소 측과 1시간 30분 실랑이

초췌한 최순실, 딸 얘기에 울음… 불리한 질문엔 모르쇠 일관

“어떤 죄책감도 못 느끼는 듯 약자 코스프레” 의원들 꼬집어

최순실 증인 신문 배치도

2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6차 청문회는 당초 예정된 ‘구치소 청문회’는 무산됐지만 위원들이 수감동을 찾아 핵심 증인에 대한 ‘감방 신문’으로 진행됐다. 신문에 앞서 위원들은 국민에게 최씨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카메라 반입 여부를 두고 구치소 측과 1시간 30분 이상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구치소 측의 완강한 거부 끝에 결국 위원들은 일체의 녹음ㆍ촬영 장비 없이 지정된 접견실에서 비공개로 2시간 30분간 최씨를 만날 수 있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수감된 서울 남부구치소를 방문한 위원들도 같은 시간 비공개 신문을 했다.

위원들에 따르면 최씨는 수감번호 628번의 연녹색 수의를 입고 접견실에 나타났다. 최씨는 김성태 특위 위원장의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았고, 위원들은 김 위원장과 최씨의 양 옆에 나란히 앉아 질의를 진행했다. 최씨는 초췌한 얼굴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두통과 심장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김성태(오른쪽) 위원장과 황영철 위원이 26일 경기 의왕시 서울 구치소를 찾아 수감동 접견실에서 비공개로 최순실씨에 대한 신문을 벌인 뒤 걸어나오고 있다. 의왕=국회사진기자단

최씨는 최근 심경에 대한 질의에 “국민들에게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질의에는 울음을 터뜨렸고, “딸과 대통령 중 누가 더 걱정되느냐”는 질문에는 딸이라고 답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마스크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특검에 가서 얘기하겠다”고 답변을 피하는 등 국정농단과 관련한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질의에는 “어제 기억도 없는데 그때 일이 어떻게 기억나느냐”고 반문했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 행적을 묻자 “연관시키는 질문하지 말라”고 신경질을 냈다.

최씨는 질의가 계속되자 “청문회인지 모르고 나왔다. 몸이 안 좋아 빨리 가야 한다”고 짜증을 내며 옆에 앉은 여성 교도관을 재촉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최씨가 어떠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은 “약자 코스프레”라고 꼬집었다.

특위 위원들은 오전부터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대회의실에서 현장 청문회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개회한 지 1시간 15분이 지나도록 최씨 등 증인들이 나타나지 않자 위원들은 오후부터 2개조로 나누어 서울구치소와 남부구치소에서 동시에 감방 신문을 벌이기로 의결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특별면회를 많이 와봤지만 구치소장이 수감자에게 그렇게 절절 매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최씨 등 3인에 대해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신문으로 국정조사가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 속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핵심 증인인 최씨 등 3인을 청문회장으로 나오게 하지 못했지만, 세 차례에 걸친 증인 채택 끝에 비공개 신문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비록 최씨가 국정농단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해 국민적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ㆍ출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연관성을 인정한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답변을 이끌어낸 것은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조특위는 내달 15일까지 활동할 계획이지만 본회의 의결이 있을 경우 30일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야당 위원들을 중심으로 국정조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청문회를 추가 실시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의왕=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지난 19일 오후 국정농단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최순실씨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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