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막더니 책임도 회피..KBS보도본부의 민낯

최승영 기자 입력 2016. 10.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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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장·국장 기자 총회 불참

공영방송사 KBS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 현실과 관련 일선 기자들이 원인 규명과 향후 대책 마련 요구를 포함한 총의를 전하기 위해 지난 27일 기자협회 총회를 개최했지만 정작 보도책임자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KBS기자협회(협회장 이영섭)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두고 내부에서 ‘보도붕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밤 일선 기자들의 의견 등을 전하기 위해 기자협회 총회 자리를 마련했지만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은 불참했다. 기자들은 이날 총회에서 무력한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대한 원인 진단과 향후 대책 마련 등을 다룰 예정이었다.

KBS 기자들에 따르면 보도책임자들은 기자들의 TF구성 요구에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야? 측근이 맞나?” “뉴스가 많은데 왜 꼭 야당이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하는 의혹을 국민적 의혹이라고 단정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니까 TF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동의할 수 없다”며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뉴스를 회피했다.참석한 60~70명(권리위임장 80여장)의 KBS기자들은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불참에 분노와 실망, 분개를 표하고 있다. TV조선과 JTBC 등 종합편성채널의 보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까지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KBS는 여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내부 위기감이 높은데 정작 보도본부 수뇌부는 대응 마련은 커녕 대면을 거부하고 불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총회에 참석했던 A기자는 이날 분위기에 대해 “우울했고, 암울했다. 다들 답답하니까 오히려 말을 잘 못했고, 침울했다”고 전하면서 “예전에도 (보도책임자들이) 안 온 적은 있었지만 대신 주간을 보내기라도 했다. 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다. 보도국장은 특히 전달할 말도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잘 해보자, 지금부터 열심히 하자’고 하면서 소통 대화는 거부하는 게 말이 되나. 조직을 추스르려면 협회원들한테 그동안 왜 미진했는지 어떻게 할 건지 설명이 필요한 것 아닌가 ”라고 꼬집었다. B기자는 “스스로가 보도본부 책임자라는 사실을 부인해버린 행동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비겁한 태도”라며 “다른 것도 아니고 역사가 깊은 보도본부 기자총회다. 이런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권한과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복수의 참석자들은 ‘참담함과 비참함’ ‘KBS수신료가 아깝다는 얘길 가족, 친구들에게까지 듣는다’ ‘비아냥 조롱을 받는 한탄’ 등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총회는 조속한 시일 내 다시 한 번 협회원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의 참석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우선은 ‘직접 대면해 질의와 응답, 입장, 해명을 듣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는 총의’에서다. 이에 당초 안건이었던 보도책임자 사퇴촉구 결의안 채택 투표 역시 일단은 미뤘다. 이는 물리적 구속력은 없지만 ‘KBS가 수신료를 왜 받냐’는 국민적 지탄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충분히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 이후 결의안 의결 방식은 기존 재적인원만의 투표가 아닌 전체 기자협회원 전수 투표를 할 방침이다. 이날 참석한 C기자는 “일부 간부들은 회사 행사가 아니라 ‘임의단체’인 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자리고 정치적 목적을 띤 자리니까 '근태관리를 똑바로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들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간부들이 현실인식이 안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사전 체감한 것과는 달리 (총회 자리에서) 분노 같은 것들이 폭발하진 않았던 것 같다. 너무나 억눌려 살다보니, 너무나 명명백백하게 잘못된 것인데도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걸 주저했던 것 같다. 이런 데 어떻게 밖에 나가 누굴 인터뷰하고 질문을 하고 발제를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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