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홍보하는 '아비간', 코로나 치료 구세약? 선전품? [세계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할 구세약(救世藥)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섣부른 선전품인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본의 항인플루엔자 약인 아비간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특정 제품명인 아비간을 언급하며 홍보하는 이례적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긴급사태선언 후 기자회견에서 “아비간에 대해서는 이미 120사례 이상의 투여가 이뤄졌으며,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며 환자 본인 희망과 병원 윤리위원회 동의가 있으면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도 “금후 희망하는 나라와 협력해 아비간 임상시험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아비간의 효능과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후지필름홀딩스 관계자는 17일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31일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단계 시험을 (일본) 국내에서 개시했다”며 “지난 10일 미국에서는 브리검앤위민스병원(BWH),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매사추세츠주립대 의과대 3곳에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임상 2단계 시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T-705는 대표적인 항인플루엔자 약인 타미플루와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타미플루는 세포 내에서 증식한 바이러스를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작용한다. T-705는 RNA중합효소(Polymerase)를 저해함으로써 바이러스 증식 자체를 막는, 이제까지는 없었던 메커니즘이다.
한때 매출 1000억엔이 넘는 신약 후보로 각광받던 T-705는 예상과 달리 주춤했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당시 도야마화학이 판매한 뇌경색 후유증 치료제의 유효성이 부정돼 제품을 전량 회수하면서 개발을 계속할 자금이 부족했다. 두 번째로 1999년 미국에서 승인된 타미플루가 세계적으로 사용되며 시장을 선점한 상태인 것도 걸림돌이었다. 무엇보다 동물실험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확인됐다. 태아에 작용해 이상 발육과 선천기형을 야기하는 최기형성(催畸形性)이 발견됐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세대에게는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최기형성의 위험은 이후에도 T-705의 발목을 잡는다. 남성에 투여해도 정액을 통해 여성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 효과 주장한 중국 논문 ‘임시 삭제’
후베이성 우한대 중난병원 등 연구팀은 환자에게 파피라웨이를 투여한 그룹(116명)과 바이러스 침입 저지 약제인 아르도빌을 투여한 그룹(120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파피라웨이 투여군의 회복률이 71.4%로 아르도빌 투여군(55.9%)보다 높았다. 광둥성 선전 제3인민병원 등 연구팀은 파피라웨이 투여군(35명)과 항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약인 카레트라 투여군을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소실 기간이 파피라웨이 투여군 4일, 카레트라 투여군이 11일이었다고 밝혔다.
두 시험은 지난달 각각 의학 분야 학술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와 엔지니어링(Engineering)에 발표됐다. 그런데 선전 제3인민병원 논문은 이달 들어 사이트에서 ‘임시 삭제’된 상태다. 사이트는 “이 논문이 일시적으로 삭제된 것이 유감”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삭제 이유를 밝힌 대체물이 게시되거나 논문이 재게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시험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부분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비간 개발에 참여한 시라키 기미야스(白木公康) 도야마대 명예교수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작용을 염두에 둔 듯 코로나19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더라도 “언제든지,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약)이 아니다”며 “현재와 같은 긴급사태에서 생명을 구하는 약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라키 명예교수는 일본 의약경제사와의 인터뷰에서는 중국 연구를 토대로 “발증 6일까지 아비간을 개시하면 바이러스 초기 소멸, 기침 경감, 폐렴 진행 및 중증화 저지로 사망률을 격감시킬 수 있다”면서도 “바이러스양이 피크를 지날 무렵부터는 치료해도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부작용 우려 속에서도 이번 사태 대처 실패로 추락한 일본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아비간을 활용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희망 국가에 아비간 무상제공 입장을 밝혔으며, 30여개국이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아비간 도입보다는 독자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역시 치명적인 부작용 문제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산학연 및 병원합동회의에 참석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만큼은 끝을 보라”고 독려했다.
부작용 외에도 아비간을 둘러싼 국내외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나서 아비간의 코로나19 치료약 비상 사용을 승인하도록 식품의약국(FDA)에 압력을 넣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아베 총리와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후지필름홀딩스 회장이 막역한 관계라는 점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두 사람은 종종 함께 요정에서 식사하고 연말연시 등에 같이 골프 치는 사이다. 고모리 회장은 아베 총리의 1차 집권 때인 2007년 아베 총리 의지로 NHK경영위원장을 1년간 맡았다. 일본의 경제·기업전문 매체 비즈니스저널은 “나가타초(일본 정치권을 상징하는 표현)에서는 정당 관계자가 후지필름홀딩스 주식 대량을 신용거래로 샀다는 진위불명의 소문이 돌고 있다”며 “고모리 회장은 아베 총리와 친구로 알려졌는데 아비간 소동(최근 아비간 주가 급등락)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고 전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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