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확진자 천 명도 괜찮아"..싱가포르 '위드코로나'의 숨은그림 찾기

김원장 입력 2021. 9.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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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싱가포르 직장인들 사진 로이터


싱가포르, 참 특이한 나라입니다.

인구 570만. 1인당 국민소득은 6만 5천 달러(월드뱅크 2019)로 덴마크나 핀란드보다도 더 잘 삽니다. 도시국가에 워낙 공권력이 강해서 혹자는 '공화정을 표방한 통제국가'라고 하더군요. 누가봐도 집약적으로 코로나에 대처하기 쉬운 국가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백신 접종도 일사천리였습니다.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였고, 그러자 8월에 일일 확진자가 100명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4단계로 나눠 방역 규제를 풀어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코로나와 같이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싱가포르의 '위드코로나'는 우리도 두어 달 뒤에 가야 할 길입니다. 백신을 거의 다 맞고 사망률이 0.1%(독감 수준)까지 떨어지면, 우리 모두 별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더 유심히 이 도시국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1. 다시 늘어난 확진자

그런데 9월 들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납니다. 인구의 80% 이상이 2번 이상 접종을 마쳤고, 사실상 성인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끝냈는데도 급증세입니다. 8월말에 하루 20여 명까지 떨어졌던 일일 확진자가 9월 18, 19일 이틀 동안 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럼 싱가포르는 지난해 4월로 다시 돌아간 것일까?

2. 확진자는 늘어나도 사망자는 거의 없다.

사망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일주일에 1~2명 정도입니다.

'존스홉킨스'와 '아워월드인데이터'의 자료를 보면 지난 1주일간 평균 사망자 수가 '0'명입니다. 하루 천 명 발생해 사망자가 한 명이라고 해도 치명률(사망률)은 0.1%, 그러니까 독감 수준입니다.
9월 들어서는 독감보다 더 낫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지금 상황은 '백신을 80%나 맞았는데, 확진자가 사상 최대?' 가 아니고, '백신을 80%나 맞았더니 사망자는 거의 없어!'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80%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사회는 코로나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9월 20일 옹 예 쿵 싱가포르 보건부 장관이 트위터에 표 한 장을 올렸습니다. 백신을 맞은 시민과 맞지 않은 시민과의 치명률(+중환자실 입원 포함) 비교입니다.

1)

싱가포르 옹 예 쿵 보건장관이 올린 트위터.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왼쪽)과 한번 맞은 사람(가운데), 그리고 백신을 두 번 맞은 사람의 사망(혹은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비교돼 있다.


백신을 두 번 다 맞은 시민이 코로나로 죽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할 가능성은 0.09%입니다. 반면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시민이 죽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할 가능성은 1.7%입니다. 무려 15배나 높습니다.
(5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통계입니다)

2) 60세 이하는 사실상 백신을 다 맞으면 사망률이 0입니다. 의료시스템이 좋은 나라에서 백신을 다 맞고 기저질환이 없다면, (조심스럽지만) 60세 이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가늠할 수 있습니다.

3) 반면 싱가포르처럼 의료가 발전한 나라에서도 백신을 맞지 않은 시민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다수가 백신을 맞으면 모두가 안전해지는 '집단 면역'을 예상했지만, 이제 다수가 백신을 맞으면 백신을 맞은 다수만 안전한 사회가 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다시 도시를 봉쇄하거나 상점 문을 닫을 계획은 없습니다. 일부 방역 규제 완화의 속도를 조절할 뿐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건강한 사람과 면역을 갖춘 사람, 그리고 감염된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디플로매틱 커리어’의 삽화


3. 우리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10월 말까지 70%의 국민이 2차 접종을 마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럼 11월쯤에는 (싱가포르에 견줘)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1) (우리가 이미 짐작했듯이) 확진자가 좀처럼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는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할 것입니다. 5차 유행 6차 유행도 가능합니다.

2) 하지만 치명률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7월 한 달간 치명률이 0.19%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미 전 세계 코로나 치명률의 1/10수준까지 떨어진 것입니다(자료 중앙방역대책본부 )

이를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로 나누면, 백신 미접종자의 사망률은 0.42%인 반면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의 치명률은 0.01%입니다.(8월 26일 정은경 청장 브리핑) 무려 40배의 차이가 납니다.

통계만 보면 대한민국에서 백신 접종을 2번 다 마친 사람의 치명률은 독감의 치명률(0.1%)보다도 훨씬 더 낮습니다.

3)지난 28일 동안 싱가포르의 확진자 중 98.1%가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을 신고했습니다. 9월 19일 현재 증상을 보이는 환자 7,144명 중 118명이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정도입니다. 그중 21명이 위중한 상태입니다.

이는 백신을 맞고 설령 확진된다고 해도 병원에 갈 가능성은 1~2%에 불과하고, 중증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그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11월에는 설령 확진된다고 해도, 집에서 스스로 격리를 하면서 증상을 잘 지켜보는 식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확진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 관리에서, '경증환자는 자기 알아서', '정부는 중증환자 집중 관리'로 바뀌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지금 독감 환자 관리와 비슷하네요. 그래서 독감처럼 관리하자는 겁니다.

지금 싱가포르는 집과 병원 중간 단계의 '지역케어시설(CCF)' 250여 개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할 단계는 아니지만,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확진자를 집보다는 더 안전한 곳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지켜보기 위해서입니다.

한 수퍼마켓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며 줄을 서 있는 싱가포르 시민들. 사진 AP


4. 안개가 걷혀간다.

인간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 대부분은 빗나가고 있습니다. 유행성 독감처럼 지나갈 줄 알았지만
이미 465만 명이 죽었습니다(미국인 500명 중 한 명이 죽었다).

치료제가 먼저 개발될 줄 알았는데, 백신이 먼저 나왔고, 백신이 감염을 막아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돌파 감염은 현실이 됐습니다.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자산가치가 폭락할 줄 알았지만, 주식에서 부동산 비트코인까지 안 오르는 자산이 없습니다. 집단면역은 물 건너갔고, 두 번 만 맞으면 된다던 백신을 조만간 또 맞아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조금씩 안개가 걷혀갑니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도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불확실하고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지만,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We are on a path of transition to a new normal of living with COVID-19, It is a journey that is uncertain and full of twists and turns)"
-옹 예 쿵 싱가포르 보건장관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지 않는 상황이 돼도 몇 가지는 우리 일상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재택근무도 더 활성화될 것입니다. 가정에서의 식사도 늘어나고, 취약한 나라에서 들어오는 여행자를 제한하는 정책도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 될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코로나 이후 세계)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코로나 청정국가도 불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한번 열린 코로나 시대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도 한가지는 분명해 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백신을 맞고 코로나와 함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스캇 모리슨 호주 총리의 말처럼 '이제 동굴을 떠날 시간'입니다. 단단히 준비해서 동굴 밖에서 다시 코로나를 만날 시간입니다.

그게 바꿔말하면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입니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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