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여의도에 원전을 지어보자

김창우 입력 2021. 9. 4. 00:26 수정 2021. 9. 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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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우 사회 에디터
1982년 가수 이용은 첫 앨범을 선보였다. 대표곡은 지금도 시월의 마지막 밤이면 어디서나 울려 퍼지는 ‘잊혀진 계절’이다. 이 앨범에는 ‘서울’이라는 곡도 있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진짜 심었다면 어땠을까. 가을마다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8월 7일자 중앙SUNDAY에서는 ‘탈원전 4년의 그림자’를 스페셜리포트로 다뤘다. 원전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궁합이 잘 맞는 데다가 전기차와 수소경제를 통해 ‘탄소 제로’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탈원전 정책 탓에 무너지고 있는 산업 생태계와 인재가 떠나는 학계의 현실도 전했다.

「 전력 90% 외부서 끌어오는 서울
안전성 1만배인 SMR이 안성맞춤

공감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비판 가운데 가장 아픈 구석은 ‘한국형 원전은 안전하다고 그렇게 강조하면서 왜 수도권에는 하나도 없느냐’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서울시 전력 자립률은 11% 수준이다. 인구가 많은 서울에 어떻게 원전을 짓느냐는 반론은 부질없다. 부산 기장과 울산 울주의 고리원전단지에는 7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반경 30㎞ 안에는 부산·울산·경남 주민 380만명이 살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수도권에 원전을 짓지 못한 이유는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전 부지는 지진 등의 위험이 희박하고, 비상시 주민 대피가 가능해야 한다. 220만㎡(66만 평)의 땅과 시간당 130만t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때문이다. SMR은 발전량이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의미한다. 기존 대형원전과는 달리 일체형이라 외부 냉각이 필요 없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 작다. 사고가 나도 자체 냉각이 가능해 원자로가 녹아버리는 멜트다운을 피할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노심 손상 발생 확률이 대형원전은 10만년에 1번 정도라면 SMR은 그보다 1만배 더 안전한 10억년에 1번 정도로 설계한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시를 대비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도 대형 원전은 반경 16㎞지만 SMR는 230m면 충분하다.

미국 뉴스케일은 아이다호에 발전용량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총 720㎿ 규모의 원전발전단지 건설에 나섰다. 2030년 가동이 목표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도 와이오밍의 폐쇄 석탄 공장 부지에 SMR을 짓는다. 게이츠는 “원자력이 자동차나 화석연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며 10년 안에 미국 전역에 SMR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뉴스케일 원전의 경우 12만8000㎡의 부지만 있으면 된다. 가로 400m, 세로 300m 정도로, 대형원전 부지의 17분의 1 수준이다. 서울이 아무리 좁아도 이 정도 땅은 있다. 마침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7월 21일 경주에서 SMR 등을 연구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첫 삽을 떴다. 연구 성과 검증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하에 시험용 모듈 하나만 집어넣으면 어떨까.

여의도가 마땅치 않다면 청와대나 용산공원, 서울숲도 있다. 주변 지역에 전기요금 인하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내 집은 국회의사당에서 3㎞ 거리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우리나라에서 효율이 낮다. 넓은 땅의 나무를 베어내고 논밭을 메워야 한다. 석탄이나 LNG를 때는 화력발전은 탄소와 미세먼지를 펑펑 내뿜는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전력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대안은 원자력뿐이다. 기존 원전의 안전성에 의심이 든다면 지금부터 SMR 건설을 진지하게 논의해 보는 것이 어떨까. 몇 년 후 서울에 건설된 SMR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여의도가 됐건 청와대가 됐건 말이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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