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닷컴 버블 때보다 미쳐 있다, 심하다"

방현철 기자 2021. 12. 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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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오미크론 불확실성에 테이퍼링 가속화 겹친 월가..집콕주마저 폭락해 불안감 커져

지난 주 월가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한 주간 0.91% 떨어져 3일 3만4580.08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한 주간 1.22% 하락해 3일 4538.43을 기록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한 주간 2.62%떨어져 1만5085.47에 지난 주를 마감했습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미국 고용은 21만명 늘어났습니다. 월가 전망 57만3000명보다 훨씬 적은 숫자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두 가지 미스터리’ ‘고용보다는 인플레 걱정’ ‘닷컴 버블 추억 소환’을 꼽았습니다.

그간 있었던 시장의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사업 파이트너로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찰리 멍거가 현재 시장이 ‘닷컴 버블’ 때보다 더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멍거 부회장은 지난 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손 허츠 앤 마인즈 컨퍼런스에서 “최근 자본시장의 버블은 매우 심각하며,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보다 심하다. 시장이 미쳤다”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그 내용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두 가지 미스터리

지난 주 월가를 움직인 큰 두 가지 이슈는 첫째, 오미크론 불확실성, 둘째, 미 연준의 테이퍼링 가속화 시사입니다. 그런데 월가에서는 이런 큰 이슈의 흐름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미스터리한 움직임이 이번 주에도 계속될 지 관심사입니다.

첫째, 코로나 확산에 수혜를 받는다고 알려진 소위 ‘집콕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불확실성이 큰 데도,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입니다.

예컨대 화상 회의 도구를 제공하는 줌은 지난 주 16.5%나 폭락했습니다. 3일에는 주당 122.12달러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10월 기록했던 사상최고가에서는 무려 69%나 폭락한 것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엣시는 한 주간 20.6% 폭락했고, 음식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는 16%,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인 로쿠는 13%,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는 13%, 그리고 넷플릭스는 9.5%나 하락했습니다. 페이스북도 한 주간 6% 이상 떨어졌습니다.

이에 혁신기술주 투자의 대표인 캐시 우드의 아크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 주간 12.6%나 폭락했습니다. 그러나 캐시 우드는 CNBC 인터뷰에서 “DNA 분석, 로봇 공학, 에너지 저장시설, 인공지능, 그리고 블록체인 등 5개 디지털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업들에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며 올해 부진했던 종목들은 향후 5년간 주가가 4배 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습니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조선일보DB

월가에선 코로나 확산 뉴스가 주가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주가 추세와는 그다지 큰 관계는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는 “작년 겨울이나 올해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 확산은 추세적인 시장 하락을 불러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연초 이후로 현재 다우지수는 12.98%, S&P500은 20.83%, 나스닥은 17.05% 올랐습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오미크론 우려 등을 반영해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4.2%에서 3.8%로, 내년은 3.3%에서 2.9%로 낮췄습니다.

코로나 확진 추이(노란색)와 미국 S&P500 지수의 추이 비교. /자료=에드워드존스

월가에서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거나 실적이 저조한 기술주들은 ‘집콕주’라고 해도 당분간 주가가 뜨기 어렵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래 가치 평가가 나빠질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 장기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월가에서 또 다른 미스터리를 불러 오고 있습니다.

둘째, 연준이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할 것을 시사하고 있는 데 시중 장기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35%까지 떨어졌습니다. 전주만 해도 연 1.6% 대였는데, 크게 하락한 것입니다. 그 사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 의회에서 오는 14~15일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고, 다른 연준 고위 인사들도 테이퍼링을 가속화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테이퍼링을 빨리 끝낸다는 것은 조기에 금리 인상에 나설 여지를 만들기 때문에 시장 금리를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주에 0.1%포인트가 올라 연 0.6%를 기록했습니다. 테이퍼링은 장기 채권 매입을 줄이는 것이어서 장기 금리에 영향을 줘야 할 텐데 만기가 짧은 금리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친 것입니다.

이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전망을 증시보다는 암울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단기 금리가 오르고, 장기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단기에 금리가 올라서 장기에는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현재 월가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불확실성이 많다는 뜻입니다.

◇ 고용보다는 인플레 걱정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고용은 21만명 늘었습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전망인 57만3000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숫자입니다.

‘고용 쇼크’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지만, 월가는 그렇게까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업률은 4.6%에서 4.2%로 확 떨어졌고, 고용률은 61.8%로 작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실업률 추이. /자료=미 노동부

이는 고용주 조사와 가계 조사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고용주 설문 조사를 통해서 고용 증가폭을 집계하고, 실업률 등은 가계 조사를 통해서 집계합니다. 이후 그 차이를 보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19만4000명으로 월가 전망인 5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몇 달에 걸쳐 수정되면서 37만9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1월엔 고용주 조사와 가계 조사의 차이가 상당히 컸다고 합니다. 고용주 조사에서 고용이 21만 명 늘었지만, 실업률이 한 달 사이에 0.4%포인트나 떨어진 것을 보면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가계 조사 쪽을 보면 일자리 증가폭이 110만 명에 달합니다.

이런 분석에 따라 저조하게 나온 11월 고용 지표가 테이퍼링 가속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미 연준이 행보를 바꿀 가능성은 적다는 게 월가의 판단입니다.

시장 분석 회사 그랜트 손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CNBC에 “가계 조사 결과와 기존에 수치가 수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미 연준이 내년 3월까지로 테이퍼링을 가속화하는 것은 경로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웰스파고의 거시 전략 책임자인 마이클 슈마허도 “바이러스에 대해 예상을 벗어나는 아주 안 좋은 소식이 나오거나 소비자물가가 예상과 매우 다른 숫자가 나오더라도, 연준이 두려워할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다. 연준은 아마도 테이퍼링 가속화를 단행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실제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월 11월 고용 지표가 나온 뒤에도 “명목 숫자를 제외하고는, 고용 보고서는 꽤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이는 고용 시장이 매우 타이트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테이퍼링을 3월까지 마치고, 내년에 2번 금리 인상을 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월가의 관심사는 10일 나오는 11월 소비자물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6.2% 올라서 3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6.7% 오를 것으로 월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7.1%, 뱅크오브아메리카 6.9%, JP모건 6.8% 등입니다. 전달대비로는 0.7%로 10월의 0.9%보다는 속도가 다소 줄어들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지난 3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 방어 의지를 보이기 위해 내년 4차례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조선일보DB

◇ 닷컴 버블 추억 소환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사업 파트너로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찰리 멍거가 현재 시장이 ‘닷컴 버블’ 때보다 더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멍거 부회장은 지난 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손 허츠 앤 마인즈 컨퍼런스에서 “최근 자본시장의 버블은 매우 심각하며,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보다 심하다. 시장이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는 특히 암호화폐 관련 버블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암호화폐는 존재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암호화폐를 금지한 중국인을 존경한다”고도 했습니다. 멍거 부회장의 말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 등 가격이 20%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조선일보DB

멍거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수익의 35배의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역사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극단적인 밸류에이션으로 평범한 투자자들에게 투자 발판을 만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반적으로 보면 닷컴 버블 때보다 더 미친 듯한데, 닷컴 버블은 2000년에 터져 버렸다”고 했습니다.

증권사 찰스 슈와브에 따르면, 현재 버핏 지수로 따져 본 시장의 버블 수준은 상당히 심각합니다. 버핏지수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을 가리킵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한 시점의 주식시장 가치를 따지는 가장 좋은 척도를 이 비율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버핏지수라고 부릅니다. 통상 이 지표가 70~80%이면 저평가,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증시로 봅니다. 찰스 슈와브에 따르면 현재 이 지수는 200%를 넘어섰습니다. 닷컴 버블 시기에 150%를 살짝 넘었을 정도였는데, 그 때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입니다. 찰스 슈와브는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심각한 수준의 주가 조정이나 베어 마켓(하락장)이 시장의 자심감과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버핏지수 추이. /자료=찰스슈와브

또 찰스 슈와브에 따르면 최근 미국 가계의 자산 중 주식 투자 비중은 60%를 넘어섰는데, 이도 기존 정점이었던 2000년 닷컴 버블 때인 60% 선을 상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찰스 슈와브는 “역사적으로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을수록 이후의 장기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것이 반드시 내년 주식에 임박한 운명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경고를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 시장의 거품을 경고하는 투자자는 찰리 멍거뿐만은 아닙니다. 미국의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했던 월가 투자자 제레미 그랜섬도 최근 미국 증시가 대공황 직전, 닷컴 버블 때보다 더 과열됐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빅쇼트’란 영화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 등도 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비관적인 코멘트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관론만 있다면 시장은 바로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낙관론자들이 시장이 떠 받치고,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기 바랍니다. 월가 기관들은 내년 증시의 경우 현재보다 상승장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의 12월 전략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말 S&P 500 전망 평균은 4910으로 현재보다 8% 이상 오른다고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5100, JP모건이 5050 등 평균보다 더 높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이는 8월 조사의 4725보다 높아진 것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월가는 S&P500 기업의 이익 성장률이 내년에 올해(49.3%)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7.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로이터통신 조사에서 전략가들은 다우지수가 내년 말 3만7500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봐서, 역시 8% 쯤 오른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최근 월가 주가가 위아래로 하루 1% 이상 움직이는 날이 많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미 연준의 긴축 정책 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주가 출렁임에 눈길을 가다 보니 장기 투자 전략을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장기적인 투자 관점을 다시 되새겨 볼 때입니다. 둘째, 미국의 11월 고용이 예상 밖의 부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점점 더 인플레의 장기화에 신경 쓰는 월가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나오는 물가 지표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현재 미국 증시를 보고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의 추억을 꺼내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증시에서는 과거에 있던 일이 반드시 미래에 반복된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투자 대가들의 관점을 참고로 삼아, 자신만의 투자 방향을 잡아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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