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친구" 바이러스 도움 받아 기생벌 물리치는 애벌레
적의 적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자연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비와 나방 애벌레는 바이러스 덕분에 기생벌을 물리칠 수 있다.
캐나다와 스페인, 일본, 한국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3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나비와 나방 애벌레 몸에서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단백질이 기생벌의 애벌레를 죽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생벌은 나비와 나방 애벌레의 몸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기생벌 애벌레는 나비 애벌레를 먹고 자란다. 바이러스도 나비와 나방 애벌레에 감염돼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자신을 복제할 공장인 나비 애벌레가 기생벌에 망가지지 않도록 막는 셈이다.
◇애벌레·바이러스, 공동의 적인 기생벌 퇴치
국제 공동 연구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비, 나방 애벌레에서 ‘포식기생 살해 인자(PKF)’라는 단백질이 기생벌 애벌레에게 독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일본 도쿄 농업기술대의 나카이 마도카 교수는 “이번 발견은 바이러스와 나비, 나방 애벌레가 함께 공동의 적인 기생벌을 물리치는 것을 보여준다”며 “바이러스는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숙주를 지키기 위해 기생벌과 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나방 애벌레에 PKF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이후 기생벌이 나방 애벌레에 알을 낳도록 했다. 기생벌 애벌레는 나방 애벌레 몸안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방 애벌레의 혈액 성분 역시 기생벌 애벌레를 90% 이상 죽였다. 반면 나비, 나방 애벌레에서 PKF 유전자를 작동하지 못하게 하자 기생벌이 살아남았다.
◇바이러스와 나방 사이 유전자 교환도
기생벌을 죽이는 PKF 단백질은 곤충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일부 나비와 나방에서 자체 분비된다. 예를 들어 기생벌 애벌레는 PKF 단백질을 자체 분비하는 파밤나방 애벌레에서도 살아남지 못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스페인 발렌시아대의 살바도르 에레로 교수는 “먼 옛날 바이러스 공격에서 살아남은 나방이 PKF 유전자를 선물로 받아 후손에 물려준 것으로 보인다”며 “죽지 않을 만큼의 시련은 몸을 더 강하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연구에서 바이러스와 나방 같은 곤충 사이에 유전자 교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둘 사이에 오가는 유전자의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곤충 에벌레가 바이러스에게서 유전자를 훔쳤는지, 아니면 바이러스가 이미 다른 숙주에서 같은 유전자를 훔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안동대 식물의학과의 김용균 교수도 이번 논문에 공동 저자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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