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말꼬리 빼지 말아요, 짜증나니까.. 또 그러면 구속될수도"

권순완 기자 2021. 12. 13.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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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울며 최후진술 하자 판사 "정말 지질하네요"
변호사회, 올해 법관 평가 발표

“피고인, 말꼬리 길게 빼지(늘이지) 말아요. 듣기 짜증나니까. 한 번만 더 그렇게 말하면 구속되는 수가 있어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시스

A 변호사는 올해 변론을 맡은 사건 재판에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 판사가 피고인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가며 출석을 확인했는데 한 피고인이 “네! ○○○입니다!” 같은 똑부러지는 말투 대신 “○○○입니다~” 식으로 말꼬리를 늘이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이 판사는 재판을 종결할 때 피고인이 울면서 최후 진술을 하자 “정말 지질하네요”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2일 발표한 ‘2021년 법관 평가’에 담긴 사례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1703명이 참여했는데, 판사들이 재판 당사자나 변호인에게 막말을 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았다. 낮은 평가를 받은 판사 중 일부는 재판 당사자가 아니라 변호인들에게도 막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판사는 재판 중에 변호인을 일으켜 세운 뒤 “당신은 변호사 자격이 없으니 다음부터 오지 말라”고 말했고, 다른 판사는 변호인을 향해 “장난하냐. 의뢰인 보기 미안하지 않으냐”고 했다고 한다.

민사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의 소(訴) 취하에 동의하지 않고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판사가 피고 측에 “판결문 많이 받아보았을테니 판결문 같은 내용의 서면을 써오라”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변호사는 판사가 자신에게 판결문 작성 심부름을 시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반면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한 판사 28명은 ‘우수 법관’으로 뽑혔다. 서울중앙지법의 이유형 부장판사가 99.14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 1심 주심(主審)을 맡아 징역 4년을 선고했던 권성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문재인 대통령 간첩’ 발언으로 기소된 전광훈 목사에게 1심 무죄를 선고한 허선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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