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고 빌라 지을 주택인데".. 종부세 폭탄맞은 주택건설업자들 '아우성'

최온정 기자 2021. 12. 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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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신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주택건설업체 A사는 지난 2월 매입했던 단독주택을 제때 철거하지 못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세입자가 이사를 거부한 것이 문제였다. A사 관계자는 “이 임차인의 계약 만료일은 2019년 11월이었지만 퇴거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11월에 들어서야 절차가 마무리됐다”면서 “종부세 산정기준일인 6월 1일이 지나버려 종부세를 피할 수 없게 됐는데 작년과 비교하면 종부세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빌라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연합뉴스

2일 대한건설주택협회에 따르면 최근 A사처럼 기존 주택을 허물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짓는 주택건설업자들이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공시가격 10억원인 단독주택 3채를 매입해 신규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지으려던 주택건설사업자의 경우, 지난해엔 종부세로 2958만원을 냈지만 올해는 1억7100만원을 납부해야한다. 세금이 5.8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에서 기본 공제금액(6억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95%)을 곱해 과세표준을 먼저 구한 뒤, 구간별로 정해진 세율을 곱해 세액을 계산한다. 세율은 일반 누진세율로, 과세표준 구간별로 2주택자 이하는 0.6~3.0%,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1.2~6.0%가 적용된다.

작년까지는 법인도 개인과 같은 일반 누진세율을 적용 받았다. 급격한 세금 증가를 막기 위한 세부담 상한률도 있었고, 기본공제액 6억원도 똑같이 적용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2주택 이하 보유법인은 3%,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 법인은 6%의 단일세율이 적용됐다. 세부담 상한과 기본공제는 없어졌다. 법인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처럼 제도를 바꾼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투기목적이 아닌 사업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건설업자들도 이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법인 활동 과정에 주택 보유가 불가피한 공공주택사업자나 주택조합, 정비사업 및 소규모정비사업 시행자, 민간건설임대주택을 2호 이상 보유한 임대사업자 등 일부 법인에 대해서는 단일세율이 아닌 일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자는 여기서 제외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종부세 기산일인 6월 이전까지 기존 주택을 철거해 멸실이 이뤄질 경우 주택분에 대한 종부세는 사라지고 토지분에 대한 종부세만 남지만,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을 근거로 세입자가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잔여 임대차기간이 남아있을 경우 꼼짝없이 세금을 내야 하고, 그 세율이 너무 징벌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주택건설사업자들은 취득세처럼 종부세에 대해서도 일반 누진세율이 적용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취득세의 경우 법인 또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표준세율(1~3%)이 아닌 중과세율(8~12%)이 적용되지만, 주택건설사업자가 사업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3년 이내 멸실을 조건으로 중과 대상에서 배제된다. 종부세도 취득세처럼 구입 후 3년 이내 멸실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일반 누진세율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세율 자체도 1주택자 수준인 0.6~3.0%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반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공공주택사업자나 주택조합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통상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지으려면 단독주택 2채가 필요해 수도권에서는 다주택자(1.2~6.0%)세율 적용이 불가피하다. 개인인 주택건설사업자의 경우 소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인 만큼, 세 부담이 증가하면 사업의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질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주택건설사업용 주택의 경우 투기목적 보유와 무관하고 향후 멸실 후 신규주택으로 공급되는 만큼 과도한 보유세 부담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득이하게 주택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까지 최고 세율의 종부세를 부과하면 과다한 세금으로 인해 분양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초 시행령을 개정할 당시 주택건설업계로부터 일반 누진세율 적용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건의는 특별히 제기되지 않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철거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세 특례를 적용하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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