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섬에서 힐링섬까지..천수만 지킴이, 죽도

2021. 9. 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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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한 가운데 위치한 대섬, 주변에 열 두 개의 무인도가 있어 ‘열두 대섬’이라고도 한다. 섬 땅에 농사를 지어 살기는 어려웠지만 열두 섬과 바다가 만들어낸 너른 갯밭이 있었다. 그곳에 바지락 농사를 짓고 꽃게·낙지·주꾸미 등 철철이 바다가 내준 살림 덕에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다른 섬보다 일찍 태양광을 설치해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가 없는 청정섬으로 알려지면서 그 후광으로 시누대 사이로 둘레길을 만들고 조망대와 캠핑장을 조성해 힐링섬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죽도는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에 위치해 있다. 남당항에서 뱃길로 2.7㎞에 불과해 10분이면 닿는다. 배가 없어 이장이나 주민 배를 타고 가야 했던 옛날과 다르게 배를 타는 터미널은 물론 주차장도 마련되었다. 게다가 시간에 맞춰 하루에 몇 차례 오간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증거다.

죽도 선착장과 마을, 왼쪽은 ‘동바지’ 조망대.

홍성 죽도 외에도 진도군 죽도, 영광군 죽도, 울릉군 죽도, 통영군 죽도, 군산시 죽도 등 같은 이름을 가진 섬이 많다. 대나무가 많아 대섬 죽도라는 한자 지명이 되었다는 지명유래도 비슷하다. 홍성 죽도에 서식하는 대나무는 시누대다. 이 대나무를 이용해 복조리, 빗자루, 대바구니 등을 만들어 뱃길로 광천장, 결성장까지 가져가 팔아 생계를 잇기도 했다. 

현재 20여 가구에 40여 명이 상시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맨손어업과 소규모 어선어업을 한다. 최근 여행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식당과 커피숍도 문을 열었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했던 명품섬에 선정되어 야영장, 매점, 낚시공원 등도 만들어졌으며 최근에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다.

바지락이 효자다

천수만은 서산A·B지구 방조제가 막아지면서 어족자원이 옛날 같지 않지만 지금도 어패류 산지이다. 그 한 가운데 자리한 죽도는 한마을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변에 11개 무인도가 있다. 이 중 4개는 물이 빠지면 죽도와 연결되어 걸어갈 수 있는 섬이다.

포구가 있는 선착장을 포함해 여섯 개의 해안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주변에 갯벌이 넓고 조개 양식하기 좋다. 이곳이 죽도 주민들이 갯살림을 할 수 있는 터전이다. 모두 바지락 등 패류 서식처이자 양식장이다. 마을을 돌아보면서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이 바지락이었다.

섬살이를 할 수 있게 해준 죽도 바지락밭.

마을주민들이 모두 참여해 바지락을 채취해 그 소득을 주식 배당금처럼 나눈다.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이나 재생이 어디에 주목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마을어장이 건강한 어촌은 일찍부터 요즘하는 말로 ‘어촌공동체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로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정착하기까지 수 많은 회의를 통해 조정했을 것이다. 그 세월이 곧 죽도의 역사일 수도 있다.

죽도는 최근 잃었던 황금의 바지락밭 ‘상풀’을 되찾았다. 섬이 서산군에 속하다가 홍성군으로 편입되면서 어장을 잃었다.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태안군과 나누어 쓸 수 있게 되었다. 원산도 진촌 어머니들이 조개를 부르는 풍어제 ‘비손’을 할 때 ‘상풀에 있는 바지락 모두 우리 마을로 오게 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이렇게 태안이나 서산 바닷가에서는 알아주는 바지락 어장이다. 헌법재판소가 ‘등거리 중간선’ 원칙을 적용해 상펄어장 홍성군 쪽 40%, 태안군 쪽 60%를 인정했다.

신재생에너지가 준 선물, 힐링섬

죽도 둘레길.

죽도는 자동차도 없고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도 없다. 그러니 오직 두 발에 의지해야 한다. 한 기업이 죽도에서 신재생에너지 광고를 촬영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한 시간 남짓 걸으면 되는 둘레길이니 부담도 없고 되돌아가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자립률이 70%가 넘는 섬이다.

석유를 태워 발전기를 돌려 불을 밝혔던 섬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면서 섬은 단박에 ‘청정에너지자립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여기에 탄력을 받아 캠핑장, 둘레길, 낚시공원이 조성되었다. 배가 운항하고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힐링섬이라는 별칭을 더했다.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여행객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캠핑을 온 사람들은 마을을 지나 바닷가 캠핑장으로 이동하고 둘레길을 걷는 사람은 ‘옹팡섬’ 조망대로 향한다. 가는 길 주변은 온통 시누대로 덮여 있다. 한용운이 지키고 있는 옹팡섬에서는 서산지구 방조제와 오가도·모도·명덕도 등 무인도를 조망할 수 있다. 이들 무인도에는 백로, 물총새, 왜가리 등이 떼를 지어 머물고 있다.

옹팡섬 조망대에서 본 무인도.

다음 담깨비 조망대로 가는 길은 물이 빠지면 너른 갯벌이 드러나는 곳이다. 특히 무인도 두 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죽도와 무인도 사이에 갯골이 생기고 양쪽으로 낮은 언덕이 만들어진다. 그 사이에 독살은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무인도는 바위 해안으로 석화가 많고 갯벌에는 바지락이 자라기 좋은 혼합갯벌이다. 같은 배를 탔던 중년여성 세 명이 물이 빠진 무인도를 돌아보고 탄성을 쏟아내며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댔다. 여름철 뭉게구름과 무인도와 바다가 어우러져서 멋진 경관이다. 여기에 한 여성이 펼친 붉은 양산이 더해졌다. 요즘 여행객들이 찾는 감성여행 패턴이다.

이 무인도는 안면도와 마주보고 있다. 그 사이에 바지락 황금어장이라는 상풀어장이 있다. 무인도에는 참나리꽃이 활짝 피었다. 마을을 지나 ‘담깨비’ 조망대에 이르면 김좌진 장군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방금 지나온 갯벌과 독살 그리고 바지락어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령화력발전소가 들어온다. 천수만과 주변 섬 주민들 생업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어민들이 주목하는 곳이다. 마지막 ‘동바지’ 조망대에는 최영 장군이 있다. 이곳에서는 남당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조망대마다 자리한 역사인물은 모두 홍성 출신으로 남당항으로 오는 길에 생가가 있어 찾아 볼 수 있다.

캠핑장.

마을 옆 있는 분교는 캠핑장소로 예쁘게 단장되었다. 마을경관개선사업으로 담장벽화로 풍속화가 그려져 있고, 체험거리도 마련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죽도매점에서 캠핑장을 비롯해 체험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섬마을카페도 문을 열었다. 작지만 매력적인 섬이다. 이 작은 섬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벌써 궁금하다.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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