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담판' 손익계산서..겉으론 이준석, 실제론 윤석열 승리?
“둘 다 정치적으로 얻어가는 게 있었던 ‘윈윈’ 결과였다고 본다.”
지난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의 이른바 ‘울산 담판’ 결과에 대한 윤 후보 측 관계자의 평가다. “(윤 후보의) 백기투항”(전여옥 전 의원), “(윤 후보가) 결국은 자기 주장을 관철시킨 것”(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윤 후보 또는 이 대표의 정치적 승패를 따지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 관계자는 둘 다 정치적 소득이 있다고 평가했다.
李는 김종인 복귀, 尹은 정치력 재평가
정치권이 보는 이 대표의 소득은 ‘울산 회동’ 그 자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서 볼 때에는 윤 후보가 백기를 들고 찾아오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정치적으로 얻은 게 있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방행에 대해 “리프레시(기분전환)”로 가볍게 평가했던 윤 후보를 울산까지 오게 한 것 자체가 이 대표의 ‘승리’라는 것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합류도 이 대표의 득점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전략과 관련해 “파격적 변화가 없다면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파격적 변화’가 김종인 위원장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는데, 결국 성사된 모양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울산 회동’의 최대 성과로 ‘윤석열 정치력에 대한 재평가’를 꼽는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을 안고 가지 못했다면 ‘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위기 탈출은 정치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싼 수업료를 냈지만, ‘정치력 수업’이라는 면만 본다면 그 이상으로 얻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교수도 “김종인 영입, 이준석 포용으로 일단 정치력은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손익계산서 따져보니
실질적인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윤 후보의 이익이 더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가 윤 후보와 갈등 상황에서 요구한 것은 크게 네 가지였다.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정리 ▶당무우선권 관련 “당 대표는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 ▶이수정 교수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철회 ▶선대위 인선·전략 변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요구가 관철된 부분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윤핵관’ 관련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홍보비를 (내가) 해 먹으려고 한다는 식으로 당대표를 깎아내려서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선거의 필패를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사 조치도 요구했다. 하지만 ‘울산 담판’ 후에도 특별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 이 대표는 “지목하진 않겠지만 엄중 경고한 것으로 하겠다”며 한 발 양보했다.
당무우선권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윤 후보와 이 대표는 회동 뒤 “당무우선권에 관해서는 후보자는 선거에 있어서 필요한 사무에 관해 당대표에 요청하고, 당대표는 후보자의 의사를 존중해 따르는 것”(임승호 당 대변인)으로 합의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결국 대선은 후보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을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수정 교수의 임명 철회도 원했지만, 윤 후보와 울산 회동 뒤엔 “(임명을) 철회하거나 조정을 요청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물러섰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복귀로 ‘선대위 인선·전략 변화’는 이 대표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갔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윤 후보 측에서도 김 위원장 영입을 타진해왔기 때문에 양측의 손익을 따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화학적 결합, 가능할까
윤 후보와 이 대표, 김 위원장이 일단 손을 잡았지만 향후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질지 역시 정치권의 관심사다. 이런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다. 윤 후보 측도 관측이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선거 운동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 사람이 정치권에서 나쁜 사람이 돼 버리고, 정치적 데미지도 크다. 반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나 김 위원장의 캐릭터가 강하지 않나. 이번처럼은 아니겠지만 갈등 상황은 또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에 극적인 그림을 만들긴 했지만, 중도층에겐 쇼처럼 비쳐져 정치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이런 사태가 또 반복되면 정권 교체도 힘들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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