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서 '대박'나자 너도나도.. "관광 활력" vs "환경 훼손" 공방 [뉴스인사이드 - 지자체 해상케이블카 설치 경쟁]

오성택 2021. 7.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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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다" 20여곳서 추진
부산, 공적 기여 보완 5년 만에 재추진
울산·인천·경북·전북 등도 조성사업 박차
"주변 상권 활성화.. 침체 경제 살려" 기대
시민·환경단체 반대 목소리
해양생태계 파괴·안전성 문제 등 제기
"바다는 공공재.. 민간기업 사욕 이용 안돼"
"이미 포화상태.. 장밋빛 환상 불과" 지적도
케이블카 조성사업 막대한 비용 소요
"관광객 유치 장담 못해.. 출혈경쟁 예상"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해상케이블카 설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남 통영시 해상케이블카가 개장(2007년) 14년 만에 누적 탑승객 1490만명을 기록하는 등 ‘대박’을 치면서다. 부산을 비롯해 인천과 울산, 충북과 전북, 경북 포항시와 영덕군, 경남 거제시와 하동군 등 전국 20여개 지자체가 앞다퉈 해상케이블카 조성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자체들은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관광객이 늘고, 주변 상권이 활성화하면서 침체한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환경훼손과 난개발, 안전성 문제 등의 이유로 해상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산 해상케이블카 설치로 2조6000억원 경제 효과”

부산은 해상케이블카 찬반 논란이 뜨거운 곳 중 하나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백유원지와 남구 용호동 이기대를 연결하는 해상관광 케이블카 조성 사업이 5년 만에 재추진되면서다.

민간사업자인 ㈜부산블루코스트는 지난 5월 부산시에 해운대구와 남구를 연결하는 해상관광 케이블카 조성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2016년 5월 해상관광 케이블카 조성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가 한 차례 반려되는 쓴잔을 마셨던 부산블루코스트는 교통·환경 개선방안과 매출액의 3%를 기부하는 공적기여 방안을 마련해 5년 만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는 동백유원지와 이기대 4.2㎞ 구간을 연결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개통된 국내 해상케이블카로는 최장 규모다. 부산블루코스트가 제안한 공익기부금은 매년 30억원 규모다. 국내 다른 케이블카 운영업체가 내는 공익기부금보다 10~30배 많다. 새 사업안은 해상타워 수를 3개로 줄여 바닷물 흐름과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블루코스트는 부산을 상징하는 해운대와 광안리 앞바다에 해상관광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해양도시로서 부산 이미지 제고 등 시너지 효과가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연간 365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향후 30년간 1조8323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7410억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 1만3603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블루코스트 추계다.
◆‘돈이 된다’며 전국 20여곳서 해상케이블카 추진

해상케이블카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케이블카를 조성했거나 추진 중인 지자체만 20곳이 넘는다.

인천은 중구 월미도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간 해상관광 케이블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인천연구원 주관으로 해상케이블카 조성을 위한 정책연구과제 착수보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달 중으로 1차 연구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울산은 동구 대왕암공원 해상케이블카와 울주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조성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대왕암공원 해상케이블카 조성사업은 대왕암공원 일원에서 일산수산물판매센터를 잇는 1.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545억원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케이블카 옆 0.94㎞ 구간에 짚라인도 병행 설치한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조성사업은 533억원을 들여 울주군 내륙 산악지역에 2.4㎞의 곤돌라 방식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인데, 환경단체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환경 훼손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20여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경북은 포항 해상케이블카와 영덕 해상케이블카를 추진 중이다. 포항 해상케이블카는 798억원을 들여 포항여객터미널에서 환호공원을 연결하는 1.8㎞ 구간에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해 영일만 일대를 가로지를 계획이다. 영덕군도 삼사해상공원과 해파랑공원을 잇는 1.3㎞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남은 기존 통영 해상케이블에 이어 거제시와 하동군에서 각각 산과 바다를 연결하는 케이블카 조성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거제시는 동부면 학동 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를 잇는 1.56㎞ 구간에 로프웨이를 설치하는 학동 케이블카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하동군은 민간자본 350억원을 투입해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발 850m 금오산 정상에서 금남면 하동군청소년수련원을 연결(2.5㎞)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북은 새만금개발공사 주도로 군산시와 함께 새만금 사업지와 고군산군도를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신시도 산봉우리에서 무녀도까지 4.9㎞ 구간을 연결하는 고군산군도 해상케이블카가 완공되면 국내 케이블카 중 가장 노선이 긴 케이블카로 기록될 전망이다.
심지어 바다가 없는 충북도 해상케이블카 조성사업에 뛰어들었다. 2019년 3월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에 케이블카를 개장한 데 이어, 충주시가 심향산에서 사우왕산까지 충주호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조성사업을 계획 중이다. 강원 춘천시는 9월 중순쯤 삼천동 수변에서 의암호를 가로질러 삼악산을 연결하는 국내 최장(3.6㎞) 삼악산 케이블카를 개통할 계획이다.
◆환경훼손과 안전성 이유로 설치 반대 목소리도 커

해상케이블카가 조성되면 일대 주민 삶의 질이 오히려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무엇보다 해상케이블카가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공공재인 ‘바다’를 영리 목적의 민간기업에 맡긴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해상케이블카가 지나는 부산 수영구 강성태 구청장은 “사욕을 위해 광안리 해변과 광안대교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 훼손은 절대로 안 된다”면서 “광안리 앞바다에 거대 구조물의 기둥 3개를 박는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 명당자리에 대못을 박는 행위와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부산환경회의는 “특정 민간기업이 바다라는 공공재를 사유화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더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해양 생태계 파괴와 난개발 우려, 돌풍·태풍에 대한 안전성 문제 등이 제기되는 반면, 업체가 주장하는 생산유발 효과 등은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케이블카 자체의 신선함이나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영 해상케이블카의 대박 흥행 이후 전국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조성에 나서면서 이미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최규환 동아대 교수(관광경영학)는 “지금처럼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해상케이블카가 조성되면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립 땐 차별화 사라져… 경제성 의문

부산과 경남·북, 전북, 충북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해상케이블카 설치에 뛰어들고 있지만 경제적 효과는 의문이다. 전국 곳곳에 해상케이블카가 난립할 경우 차별화 요인 등이 사라져 관광객 유치 등 경제적 효과는 희박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부산 해운대구∼남구 연결 해상케이블카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부산블루코스트는 “향후 방문객, 환경 문제, 안전성 등을 감안하면 막대한 비용 및 갈등을 무릅쓰고 케이블카를 놓을 이유가 없다”는 일부 기초단체와 환경·시민단체들 주장을 일축한다.

부산블루코스트가 2016년 처음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제안했을 때 사업 비용 대비 편익(BC)은 0.37이었다. BC는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케이블카 예상 탑승률과 이용요금을 올려 계산해도 BC는 0.55를 넘기지 않았다. 1차 제안 이후 5년이 지난 뒤 블루코스트는 해상케이블카의 BC가 1.045로 충분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블루코스트는 교통 정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앞서 부산연구원은 “엘시티와 동부산 관광단지 등 대규모 교통유입 시설로 해운대 일대 교통이 이미 포화상태”라며 “사업자 측이 제시한 주차장만으로는 교통유발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블루코스트는 300여면 규모의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비는 약 860억원 더 늘어난다. 블루코스트가 2016년 부산시에 제출한 제안서와 비교하면 해상케이블카 조성 사업비는 4500억원에서 6091억원으로 1591억원 더 증가했다.

사업비가 늘어난 만큼 사업자는 수익을 내기 위해 이용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상케이블카가 생기면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지금보다 훨씬 늘지도 의문이다. 인근 부산 서구에는 이미 송도 해상케이블카가 운영 중이다. 결국 ‘출혈경쟁’으로 두 곳 모두 적자경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오성택 기자, 전국종합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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