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중국-호주 갈등도 한 원인

홍혜림 2021. 11.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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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매연을 줄여주는 투명한 액체, 요소수가 없어 요즘 전국이 난리입니다. 긴급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응급차에도 곧 요소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 19의 엄중한 상황에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요소수 공급 부족의 일차적 원인은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중국의 사실상의 '수출제한' 때문입니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중국의 파워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중국 내부 비료·전력 부족에 따른 요소 공급 부족

일단 이번 '중국발 요소수 공급 문제'는 '비료부족' 등 중국 내부의 상황이 가장 큽니다. 최근 국제적으로 화학비료의 주 생산원료인 천연가스, 유황, 석탄 등의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내 전력난까지 겹치며 화학비료와 요소 생산이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접적 원인만 따진다면 중국의 요소수 수출제한은 내부적 원인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 '요소수 원료 석탄' 관련호주산 석탄 수입 규제도 한 몫

그렇지만 여전히 한편에선 이번 중국발 요소수 부족사태가 '외교적 원인' 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와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로 충돌을 빚고 있는데, 돌고 돌아서 그 간접적 영향이 우리나라에 미쳤다는 건데요. 그 '다른 나라'는 바로 '호주'입니다.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를 추출하려면 석탄이 필요한데, 이 석탄의 상당수를 호주산 석탄으로 충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호주산 석탄이 중국에 들어 오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가뜩이나 비싼 원자재 가격에 전력난까지 심각한데, 수출규제라는 정치적 판단으로 이뤄지다보니 요소수 공급부족이 더 심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왜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일까요?

■ 2018년부터 중국- 호주 갈등 본격화… 중국, 호주 전방위 압박

호주가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한 2018년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중국도 수입규제로 호주에 맞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호주에서 생산된 목재, 소고기, 와인, 구리, 면화, 구리 광석 , 석탄 등이 수입제한 대상이었습니다.

올해 5월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호주, 중국에 맞서다’


중국과 호주의 갈등은 무역 부문에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올들어 지난 5월, 지금 이 상황을 정확히 예견한 KBS의 심층 보도물이 있습니다. 바로 KBS 시사기획 창의 ‘호주, 중국에 맞서다’란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조회수가 210만 회가 넘었고, 댓글 3만개 가까이 달렸습니다.

이 프로그램, 시작부터 '정말 맞아?' 할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2019년 7월 퀸즐랜드 대학에서 홍콩 민주화 지지 시위 현장, 중국 유학생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시위대를 습격합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위를 주도했던 호주인 대학생이 학교로부터 2년 정학의 중징계를 받으며, 호주 사회가 술렁였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공간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것도 아닌데 징계가 가혹하다는 여론과 함께 그 핵심에는 '차이나 머니 파워'가 호주 고위층 등 곳곳에 파고 든 것 아니냐는 전 사회적 비판이 일어난 겁니다.

대중 강경정책을 펼치고 있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 호주 내 급속한 반중여론…'유착의혹' 친중 상원의원들 사퇴까지

중국과의 교류 확대로 경제적 이익이 커졌다는 시각보다는 이권 개입과 강력한 정치적 입장으로 호주사회가 정치, 경제적으로 더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반작용이 세지며 반중여론은 더 커졌습니다.

실제로 2017년 중국계 후원자와 유착의혹으로 샘 대스티아리 상원의원이 사퇴했습니다. 2020년에는 모슬만 상원의원이 비슷한 친중 유착 의혹 등으로 여론의 비난 끝에 의원직을 그만뒀습니다.

'중호갈등'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중국의 책임론을 묻는듯 한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조사'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목표로 한다며 미국·호주·일본·인도가 '쿼드'(Quad)에 참여해 대중국 견제 협력을 과시하자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 올해 9월 열린 ‘쿼드(Quad)’ 대면 정상회의.


우리나라의 요소수 부족 사태는 이렇게 중국 내부의 경제적 여건 뿐 아니라 복잡한 국제관계에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차량용 요소의 97%가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값싼 중국산에 밀려 10년 전 국내 요소 생산공장이 철거되면서, 자체 생산도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정부, "다양한 외교채널 가동"... 전문가 "선제적 노력 중요"

정부는 "요소수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외교채널을 가동해 중국에 우려를 전달하며, 수출 전 검사 조기 진행 등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자국의 요소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이전에는 검역이나 검사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나 칼륨비료 등에 대해 지난달 15일부터 반드시 검역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관련 업계도 중국 외 러시아 등에서 요소수 원료인 요소를 들여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발 경제적 제재와 혼란, 전문가들도 뾰족한 해법은 없지만 '상황에 맞는 최선책을 잘 찾아야 ' 한다고 조언합니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유영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요소수 사태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현장을 담당하는 업계, 외교·통상을 담당하는 부처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사전에 소통하고 협의체를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중국이 관련 수출제한조치를 한 것이 10월이고 업계는 이보다 더 빠르게 이런 상황에 대해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화되기 전에 관계자들이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중요했다는 지적입니다.

■ "일변도 외교책보다는 상황에 맞는 선제적 위험관리책 펴야"

이번 요소수 공급 부족의 원인 가운데 중국과 호주의 갈등도 하나로 꼽힌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한국의 바람직한 외교전략도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인데요.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우리나라와 호주의 상황은 다른 것이 많기 때문에, 호주처럼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강력하게 펴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지정학적 위치가 중국과 떨어져 있는 호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한미동맹, 남북관계, 대중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지리적 인접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인데요. 결국, 사안에 따라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위험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중국과 호주의 갈등과, 지금 여기 한국의 요소수 사태를 보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힘센 고래들이 휘젓고 다니는 넓은 바다에서 새우가 잘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 '멀리 내다보는 영리한 지혜'가 국가적으로 필요해보입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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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림 기자 (news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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