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룸 전세 10곳 중 7곳 '억소리'.. 임대주택도 '그림의 떡' [심층기획]
2021년 전용면적 30㎡ 이하 5만여곳 분석
2017년 1억 이상 전세 56% 대비 급증
월평균 소득 245만원 그쳐 대출 필수
주변 시세보다 싼 행복주택 경쟁 치열
보증금 1억1700만원에 월세 37만원
전문가 "현실 안맞아.. 정책 재수립을"
김씨는 정부가 보증하는 중소기업청년 전세대출 대상자였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그는 “최대 1억원 보증금의 100% 또는 80%를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100% 대출이 가능한 곳은 거의 없었고 80%는 잔금 2000만원을 마련하기 힘들고 매물이 많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김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을 내는 빌라를 구했다. 그는 “오래된 주택이다 보니 입주한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곰팡이가 올라온다”며 “집이면 어느 정도 주거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폭등하는 월세에 더 열악한 공간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 원룸 70%가 1억원 이상…방배동엔 전세가 8억원 원룸도
서울연구원의 최근 ‘서울청년패널조사’에 따르면 서울 청년의 월평균 세전 소득은 245만원 수준이다. 청년 정규직 근로자는 261만원, 비정규직 근로자는 188만원 수준을 벌었다. 만 18~34세 서울청년 540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조사한 결과다. 평범한 직장인이 원룸 전세를 대출 없이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충남 아산시에서 태어나 학업 때문에 서울에 상경한 김모(22)씨는 최근 LH의 신촌 기숙사형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2019년 신청한 지 2년 만이다. 월세가 39만원 정도로 부담이 적지 않지만 보증금이 없어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김씨는 “대기 순번에 들면 직접 계약을 하러 가는데 뒤 순번인 학생이 다 찼다는 소릴 듣고 힘없이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너무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집값이 최근 급상승한 만큼 청년의 상황에 맞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시세의 80% 수준 청년임대주택 기준 등이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청년들이 실제 정책에 접근가능한지 정책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청년들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얼마큼의 청년에게 주거기회를 제공할지 등에 대한 실태 파악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집값 상승에 따라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7포세대(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인간관계·꿈·희망 포기)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암울한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9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청년 주거정책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만 19~34세) 가구의 자가보유율은 2017년 21.1%에서 지난해 17.3%로 최근 3년간 3.8%포인트 감소했다. 수도권 청년의 평균 자가보유율은 지난해 13.8%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의 자가보유율(21.3%)을 밑돌았다.
수도권에 사는 일부 청년의 경우 고시원,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 시설로 내몰리고 있다. 수도권 청년들의 주택 이외 거주비율은 2017년 14.6%에서 지난해 17.4%로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주택 이외 거주비율은 2017년 11.6%에서 지난해 8.8%로 감소해 2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사는 청년가구 비율도 지난해 기준 수도권이 10.4%, 비수도권이 4.1%로 두 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최저주거기준은 1인가구의 경우 침실면적 14㎡ 이상, 목욕시설, 전용 입식 부엌, 화장실 등을 갖추도록 정의하고 있다. 지하, 반지하, 옥탑방에 거주하는 청년가구 비율도 지난해 기준 수도권은 3.7%, 비수도권은 0.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청년 1인가구는 정부 지원으로부터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1인가구는 공적이전소득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며 “다인가구는 중·고령부모의 노후소득보장제도 급여를 가구 내에서 공유하거나 양육수당, 아동수당 등 아동급여를 받지만 1인가구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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