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인원' 줄이고 방역패스 확대 유력.. 거리두기 4단계로 돌아가나

이진경 입력 2021. 12. 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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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거리두기 고강도 조치 발표
이틀 연속 5000명대 신규 확진
오미크론 감염자 6명으로 늘어
지역사회 n차 감염 우려 커져
미접종자 허용 4명서 2명으로
영업 시간 오후 10시 제한 검토
방역패스, 카페·식당 적용 논의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결국 단계적 일상회복에서 한 발 물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5000명대를 기록하고,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과 지역사회 n차 전파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나 끌어온 방역 대책은 3일 발표한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266명으로 전날 5123명에 이어 이틀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확진자는 4057명으로 오후 9시 집계치 기준으로 전날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 위중증 환자도 733명으로 이틀 연속 700명대를 기록했고,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79.1%)은 80%에 근접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6명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도권의 사적 모임 규모 축소, 식당·카페 미접종자 인원 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모임 허용인원은 10명인데 4∼6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접종자 식당·카페 허용인원인 4명은 2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

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현재 유흥시설, 실내체육시설 등에 적용하는 방역패스를 식당·카페 등에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논의 선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거리두기 4단계 당시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됐었다. 대신 3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면서도 접종 완료자 6∼8명은 인원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거리두기 조치는 모임·접촉 빈도를 줄여 코로나19 확산세를 빠르게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실보상안 등이 포함되지 않으면 소상공인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앞선 거리두기 4단계 수준으로 모든 조치를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사적모임 인원 축소는 당연히 포함되고 영업시간 제한, 집합금지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분과별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내에서도 부처·지방자치단체 간 협의 중”이라며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결정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치 수위는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일상회복의 중단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거리두기 조치 시행은 최대한 미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신종 변이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며 엄중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거리두기 강화와 같은 강경책은 쓰지 않겠다는 기류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KBS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중대본이) 급격한 거리두기 강화보다는 (현재 조치를) 어떻게 미세하게 조정할지를 발표할 것“이라며 “거리두기 강화나 집합제한 등의 조치는 지금 회복되는 민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래블 버블’ 국가 제외… 해외 입국자 10일간 격리 국내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진자가 확인된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 입국자들이 임시 생활시설로 가는 버스에 타고 있다. 정부는 3일부터 2주간 싱가포르 등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입국자를 제외한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10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한다. 인천공항=뉴시스
◆오미크론 전염성 높지만 무증상·경증… WHO “판단 일러”

세계 각지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미 지배종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한 전염성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미크론 감염자들이 무증상이거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지난달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모든 샘플의 74%가 오미크론 변이였다고 밝혔다. 남아공이 새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것은 지난달 24일이었으나 이보다 약 보름 앞선 지난달 8일 채취한 샘플에서도 이 변이가 검출됐다. 첫 검출 후 4주도 안 돼 지배종이 된 것이다. 유럽에서도 WHO 첫 보고 이전 샘플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돼 이미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266명으로 이틀 연속 역대 최다를 기록한 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현재까지 감염자의 상당수가 가벼운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보츠와나 보건당국 관계자는 “검출된 19건의 오미크론 변이 중 16건은 무증상이었다”며 “나머지 3건도 경미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오미크론의 존재를 처음 알린 남아공 앙젤리크 코제 박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감염자들은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지만, 미각이나 후각 상실이 없었다”고 전했다. 남아공 의료진에 따르면 오미크론 감염자들이 보이는 주요 증상은 마른 기침, 발열, 식은땀 정도다. 미국의 방역 정책을 책임지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첫 오미크론 확진자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고, 현재 경미한 증상을 보인 후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고, 중증화에 이르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시점이라 경계심을 늦추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남아공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남아공 신규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NICD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8561명을 기록했다. 전날(4373명)의 2배, 그 전날(2273명)의 4배에 가깝다. 특히 영유아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NICD에 따르면 지난달 14∼28일 수도권 도시 츠와네 지역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452명 중 2세 이하 영유아는 52명(11.5%)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또 0∼4세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심각한 증상을 보인 비율은 다른 연령대와 유사한 29%로 나타났다. 4세 이하 입원환자의 치명률은 1%로 집계됐는데, 입원환자 수가 적어 의미를 도출하거나 오미크론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전했다.

오미크론 감염자의 증세가 가볍다는 점에 대해서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WHO 관계자는 “남아공에서 입원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환자들이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증환자도 일부 보고되고 있다”며 “아직 증상이 경미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남아공 의료진들도 “1∼2주 뒤에 더 심각해질 수 있으며 더 많은 사람이 아프게 되는 걸 보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 나이가 더 많고 만성질환이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음압병상으로 이송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2일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한 병원 음압치료병상 출입구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인천=뉴스1
◆확진자, 외국인 400명 함께 예배… 추적 어려워

인천에 거주하는 목사 A(44)씨 부부와 지인 B(38)씨가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확진된 국내 첫 사례로 공식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인 B씨의 가족은 지난달 28일 오후 해당 교회에서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러시아어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 내에 이미 변이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2일 오전 A 목사가 소속된 인천시 미추홀구 모 교회는 긴박감이 감돌았다. 전신 방역복을 입은 미추홀구보건소 직원들이 교회 사무국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오미크론 감염과 관련된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다. 사무국 관계자는 “밀접 또는 간접 접촉이 의심되는 목사 등 20여명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자발적으로 받으라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곳 교회는 일요일 오전에는 국내 신도를 대상으로 예배를 보고, 오후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프로그램에 공간을 제공해왔다. 교회 측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예배 시간이 달라 동선이 겹치지 않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나 발열 체크 등 방역 수칙을 준수했다고 해명했지만 교회 특성상 오미크론 확진자의 급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800명이 넘는 인원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려인 3세 출신의 A 목사와 우즈베키스탄 국적 B씨가 특정 교회에서 주로 활동한 점이 공통분모로 이어져 종교시설발 대규모 전파 확산이 우려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접촉자 수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은 집단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다. 한 상인은 “주일이면 인천 전역에서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잠잠하더니 얼마 전부터 발길이 이어져 가급적이면 접촉을 피한다”고 말했다.

인천 학부모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면 등교 중인 자녀들을 우려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있으신 분이 요즘 같은 시기에 선교 활동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전염성이 강하다는데 아이들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2일 인천국제공항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방역복을 착용한 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 이어 佛·印·싱가포르서도 감염자

미국, 프랑스, 인도, 싱가포르에서도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첫 번째 감염자가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체의 첫 번째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첫 확진자가 오미크론이 처음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 입국자들의 입국 요건 강화, 자가격리 의무화 등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나이지리아에 다녀온 50대 남성의 감염이 확인됐다고 BFM 방송 등이 2일 보도했다. 파리에 맞닿은 센에마른 주에 거주하는 확진자는 지난달 25일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자택에서 격리 중이었다. 올해 초 코로나19 대확산을 겪은 인도에서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에서 2명의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경제에도 충격을 주고 있어 이날 미 증시는 주저앉았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61.68포인트(1.34%) 내린 3만4022.0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3.96포인트(1.18%) 떨어진 4513.0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3.64포인트(1.83%) 떨어진 1만5254.0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좀 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던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이진경·이도형·윤지로·강구열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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