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 오은영 "아동학대 가해자, 학대 외 다른 양육법 모를 것"

신지혜 2021. 11. 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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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박사 연결
- 지난해 아동 43명 사망..27명은 24개월 미만
- "가해자들, 학대 외 다른 양육법 못 배웠을 것"
- "처벌 강화하되 학대 예방 교육·치료 필요"
- "피해사례 없는지 어른들이 늘 관찰해야"
- 피해자들에게.."미안합니다, 당신 잘못 아냐"

오늘(19일)은 정부가 정한 '아동학대 예방의 날'입니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만 18세 미만 아동은 모두 43명이었습니다. 이 중 27명이 24개월 미만 영아였습니다. 신고가 접수된 아동학대는 모두 30,905건, 이 가운데 82.1%(25,380건)는 부모가 가해자입니다. 이어 친인척(5.4%), 초중고교 직원(2.9%), 타인(1.8%) 순이었습니다.

아동학대라는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오은영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오늘 KBS <디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학대 가해자는 어렸을 때부터 학대를 받고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경우 학대 외에는 다른 양육법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또 가해자들은 어린 시절 겪었던 학대와 현재를 비교하며 학대 행위를 정당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처벌 강화와 동시에, 가해자들에게 양육법을 가르치는 등 재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 박사와의 인터뷰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어떤 심리가 있나?

"아동학대를 하는 사람들은 기본 조절 능력이 굉장히 부족한 사람들이다. 감정적으로는 분노나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대로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순간적으로 하게 된다. 또 결과 예측 능력이 떨어진다. 이 행동을 하고 나면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또 본인이 어떤 책임을 져야 될지 예측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을 일종의 ‘치료의 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성장 과정에서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대개 가해자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폭력적인 집안에서 컸거나 자신도 학대를 받고 자랐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래서 이들의 마음속에는 ‘나는 죽을 만큼 맞았는데 이 정도 맞는 거는 약한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며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정당화한다. 아이와 갈등이 생겼을 때 때리고 학대하는 것 외에는 전혀 경험하거나 배우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제도를 이용해서라도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교육을 다른 측면에서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처벌 강화는 학대 예방에 도움이 되나?

"처벌은 강화하는 것이 맞다. 아동학대 처벌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처벌에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사회에서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합의이기 때문에 이런 상징적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학대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본다. 범죄를 저지르고 난 상태는 너무나 비극적이기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 학대 피해 의심 아동을 발견한 어른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우선 아동학대는 제대로 발견되기가 매우 어렵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양육자이고 잘 드러나지 않는 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범죄행위다. 신고해도 범죄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여러 정보를 주는 사람이 가해자일 가능성도 매우 큰데, 학대 피해 아동은 자기 상태를 잘 이해하기가 어렵다.

늘 내 아이뿐 아니라 주위 아이들을 잘 관찰하고 지켜봐야 한다. 피해 의심 아동에게는 일단 인사를 하고, “밥은 먹었니? 어디 살아?” 이렇게도 물어보며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요즘엔 아이에게 갑자기 다가가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이런 경우 경찰이나 아파트 관리실 등에 연락해 여러 사람이 함께 아이를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다. 양육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지만, 아이는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키워야 한다."

- 학대 피해를 겪고 자란 성인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아동학대를 겪은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고통을 겪는다. '어떻게 나를 돌보는 어른이 이럴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신뢰할 수가 없다. 얼마나 공포스럽고 불안하겠나. 이런 공포는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 있다. 가장 먼저 해 주고 싶은 말은 나도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학대를 당했던 것은 당신이 사랑받지 못할 만한 존재여서가 아니다. 당신은 태어난 순간부터 생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는 얘기를 꼭 해 주고 싶다.

후유증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국가적 제도 등에 도움을 청해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한다. 저도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몫을 열심히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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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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