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폭행 토로 '116일' 만에..두 소녀의 한 맺힌 기록

김수근 2021. 12. 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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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열다섯 살 여중생 두 명이 아파트 22층에서 함께 몸을 던졌습니다.

의붓아버지가 자신의 의붓딸과 그 친구까지, 두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데, 1심 재판의 선고가 다음 주에 내려질 예정입니다.

MBC는 두 소녀가 왜 함께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게 됐는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2천 2백여 쪽 분량의 수사 기록을 입수해서 살펴봤습니다.

끔찍했던 당시 사건이 있고 나서 116일 동안, 두 소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김수근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책상에는 아이가 좋아하던 초코과자들과 콜라 한 캔이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어릴 때 사진, 직접 그린 그림…

열다섯 살 미소(가명)가 없는 미소의 방을, 부모님은 치우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에 남긴 건 편지 2장.

[미소(음성 대독)] "그 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

지난 1월 그날, 미소는 하루 자고 오겠다며, 친구 아름이(가명)네 집에 놀러 갔습니다.

이튿날 새벽, 미소는 또 다른 친구에게 "아름이 아빠 진짜 무섭다" "아름이는 자고 있다", "진짜 아프고" "임신하면 어떡하냐"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름이의 의붓아빠 원 모 씨가, 딸인 아름이와 친구 미소에게 술을 먹인 뒤, 잠든 미소를 한밤중에 성폭행했다는 겁니다.

[미소(가명) 아빠]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지. 힘들겠지만 우리 셋이 함께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 보자…미쳐버릴 정도로 힘들더라고요."

사건 후 정신과 상담을 받은 미소와 아름이,

그런데 아름이도 "의붓 아빠가 어려서부터 자신을 성추행했고 몇 달 전 성폭행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의붓딸과 그 친구까지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원 씨.

원 씨는 "아이들에게 술을 먹이긴 했지만, 아이들이 잠든 방에 들어가, 토한 걸 치우고 이불을 덮어준 게 전부"라고 맞섰습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그날은 먹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의붓딸에 대해선 "원래 우울증이 심하고, 꿈과 현실을 구분 못 한다"고 이상한 아이 취급했습니다.

수사가 진행되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면서, 미소는 다른 학교로 쫓기듯 전학 가야 했습니다.

새 학교에서도 부반장 선거에 나가며 늘 밝게 웃으려 했다는 미소.

계절이 바뀔 때까지 넉 달이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이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연거푸 돌려보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며칠 뒤 미소는 편지를 쓰고 집을 나섰습니다.

[미소(음성 대독)]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나 너무 아팠어. 1월달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

5월의 봄날, 미소는 아름이를 만났습니다.

마지막 식사를 하고 사진까지 남긴 소녀들은, 함께 생을 마감했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취재 : 윤병순 / 영상편집 :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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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윤병순 / 영상편집 : 김재환

김수근 기자 (bestroo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20829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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