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신의 직장..2조 적자나도 3000만원 성과급 주는 공기업
주요 공기업의 빚이 늘고 이익이 줄어드는데도 경영에 책임이 있는 임원들은 기본급과는 별도로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성과급은 적게는 1700만원에서 많은 곳은 1억2000만원이 넘는다. 공익성이 강조되는 공기업이라도 경영 실적이 악화하면 임원의 성과급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요 공기업 제출 자료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36개 공기업 임원(상근, 179명)은 한 사람당 평균 4675만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성과급을 아예 받지 않는 18명을 빼면 1인당 5197만원을 받는 셈이다. 지난해 공기업 임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인 4608만원보다 12.8% 올랐다.
공기업 임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동안 공기업 경영은 악화했다. 36개 공기업의 부채는 전년보다 총 11조8356억원 증가해 470조원을 넘었고, 당기순익은 2조920억원 감소한 206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36곳 중 절반인 18곳이 지난해 적자를 볼 정도로 재무 성적은 좋지 않았다.
기본급 뺀 성과급만 최대 1억2060만원
마찬가지로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대한석탄공사 임원도 1000만~37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과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 기관장들이 받는 성과급은 1억원이 넘는다.
한 사람에게 가장 큰 액수의 성과급을 배정한 공기업은 한국부동산원이다. 부동산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7억원 감소해 55억원을 기록했지만, 공공기관 경영평가 A등급(우수)을 받아 원장에게 공기업 성과급 중 최고액인 1억2060만원을 책정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조2863억원 감소해 42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도 사장에 7500만원의 성과급을 책정했다. 마찬가지로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한국철도공사도 상임감사에게 성과급 4100만원을 줬다.
연봉은 평균 1억6246만원
경영난을 겪는 공기업이 임원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뿌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재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있다는 비판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기재부는 이달 초 공기업 임원의 성과급 상한을 기본 연봉 대비 최대 120%에서 100%로 하향 조정하고, 종합 등급이 D등급(미흡)·E등급(아주 미흡) 이하인 경우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의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또 공기업 재무성과에 대한 평가 지표도 강화하기로 했다.
추경호 의원은 “민간 기업은 적자가 나면 임원부터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데, 공기업 임원은 수천억원 적자에도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아갔다”며 “공기업 재무상태 악화에 대해서는 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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