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가 쏘아올린 작은공.. NYT "한국, 징병제를 다시 생각한다"

김다솔 입력 2021. 10. 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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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거부 시 전과자·공산주의자 낙인 찍혀
매년 600~800명 병역거부에도 사회적 합의 도달 못해
'D.P.'열기에 국회의원들 징병제 폐지 목소리
NYT가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D.P.’를 언급하며 한국이 병역 문제를 재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넷플릭스 홈페이지 예고편 캡처)

[이데일리 김다솔 인턴기자]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D.P.’를 언급하며 한국 사회가 병역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D.P.는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의 이야기 다룬 드라마다.

17일(현지시간) NYT는 ‘한국이 성인 남성의 의례인 징병을 재고하고 있다(South Korea Reconsiders a Rite of Manhood: The Draft)’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전쟁 이래 수많은 젊은 남성들의 통과의례였던 한국의 징병제가 약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 복무 거부 시 전과자·공산주의자 낙인 찍혀

양심적 병역 거부자인 김형수(32) 씨는 “군 복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평생을 전과자로 낙인찍힐 자신이 없어 입대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3년 제대한 김 씨는 2014년 예비군으로 소집됐을 때 의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폭력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씨는 총알을 낭비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격에 서툴렀다. 이에 사관은 김 씨에게 ‘나는 세금 낭비자’라고 소리치며 팔굽혀펴기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난 2011년 기초 군사 훈련을 받던 중 다른 훈련병들이 서로의 얼굴과 성기에 손 소독제를 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에 충격받은 한 남성이 탈영을 시도했으나 한 시간 만에 붙잡혔다고 김 씨는 전했다.

문명진(37) 씨는 지난 2010년 한국이 연합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것에 반대하며 병역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그는 2011년부터 15개월 동안 수감됐다. 한때 그의 부모님은 문 씨를 두고 “잘못된 친구를 만나 공산주의자로 변했다”고 질책했다.

매년 600~800명 병역 거부하지만 사회적 합의 도달 못해

한국에서 문 씨와 같이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앞서,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던 김 씨는 677달러(약 80만원)의 벌금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병역법에 의하면 소집 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정부에 따르면 매년 평균 600~800명의 남성이 병역을 거부한다. 대다수가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이지만, 김 씨와 문 씨 같이 개인·정치적 이유로 반대하기도 한다. 작년 군 당국은 일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구금 기간 공무를 수행하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도록 허용하기 시작했다.

NYT는 징병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에도 사회적 합의점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올해 43%의 성인이 모병제에 찬성했는데, 이는 지난 2016년보다 8%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42%의 성인은 현행 징병제를 지지했는데, 이는 2016년 대비 6%p 감소한 숫자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201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56%가 징병제에 찬성한 것과 대조된다.

‘D.P.’열기에 국회의원들 징병제 폐지 목소리

특히 한국의 군대 실상을 묘사한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인기를 끌자, 국회의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범죄기록 면제, 여성 입대 추진, K팝 스타들의 복무 연기, 징병제 폐지 등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모병제와 지원병제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운을 뗐다. 더불어민주당의 권인숙 의원 역시 “D.P.는 징병제를 바꿔야 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D.P.는 군 문화가 우리의 기본적 정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온라인에서는 D.P.속 학대 장면들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일치한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시청자는 턱과 볼, 머리를 맞고 따로 불려가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당시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고 고백했다.

NYT는 한국은 여전히 젊은 남성들을 징집하는 몇 안 되는 선진국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가 지난 2019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3분의 1 미만의 국가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은 2018년 징병제를 폐지했으며, 미국은 징병제를 승인했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지 않다.

김다솔 (emma30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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