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다 끝났는데 후보는 정견발표..이상한 與 경선 방식

정계성 2021. 9. 1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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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11일 대구·경북 지역 경선을 맞아 '정견발표'를 통해 나름 열띤 경쟁을 벌였다.

민주당은 지난 4일 대전·충남, 5일 세종·충북에 이어 이날 대구·경북까지 세 번째 지역 순회 경선을 진행했다.

후보자들이 정견발표를 할 시점에 이미 대구·경북 유권자 대부분이 투표를 마쳤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나흘 전인 지난 7일부터 온라인 및 ARS를 통해 대의원 및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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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약 발표해도 표심 반영 '제로'
뒤바뀐 경선 순서..웃지 못할 촌극
과거 방식 성찰 없는 답습이 원인
일각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안 해"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11일 대구·경북 지역 경선을 맞아 ‘정견발표’를 통해 나름 열띤 경쟁을 벌였다. 민주당은 지난 4일 대전·충남, 5일 세종·충북에 이어 이날 대구·경북까지 세 번째 지역 순회 경선을 진행했다.


이낙연 후보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을 강조했고, 정세균 후보는 여기에 더해 ‘KTX 구미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 공화국 탈피’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김두관 후보는 ‘지식기반산업 중심 대구·경북 메가시티 발전계획’과 ‘대구 사법신도시 조성계획’을 밝혔다.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후보도 있었다. 추미애 후보는 “대구의 딸 호남의 며느리 추미애가 동서화합의 상징, 달빛동맹의 강력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46년 전 비 내리던 겨울날, 고향을 떠났던 화전민의 아들, 코찔찔이로 놀림당하던 한 가난한 소년이 여당 1위 후보가 되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보들의 호소는 표심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후보자들이 정견발표를 할 시점에 이미 대구·경북 유권자 대부분이 투표를 마쳤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나흘 전인 지난 7일부터 온라인 및 ARS를 통해 대의원 및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해왔다. 앞서 충청지역이나 앞으로 남은 지역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선거의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후보들의 발표를 듣고 유권자들이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먼저 투표를 하고 후보는 뒷북 공약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한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선 지역과 아예 관계없는 연설문을 준비한 후보도 있었다. 박용진 후보는 “교육이 부의 대물림, 불평등의 증폭기가 아닌 계층 이동의 사다리,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정과 기회의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며 지역 공약 대신 교육문제를 꺼내 들었다.


과거의 방식을 성찰 없이 답습한 것이 웃지 못할 촌극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의 경우, 민주당은 온라인을 통해 권리당원 투표를 실시하고 당일 대의원 현장투표로 최종 결과를 산출한다. 권리당원에 비해 대의원의 수는 적지만 비중(40%)이 크기 때문에, 후보들은 현장 연설에서 승부를 걸었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에 반해 대선 경선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국민선거인단 모두 1인 1표로 동일하다. 따라서 당일 현장투표의 중요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선거운동의 ‘키맨’인 대의원 혹은 열성당원과 대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진 않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만남 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까지는 현장투표를 진행했지만,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1차 선거인단 투표부터는 현장투표도 폐지한 바 있다.


민주당은 모든 후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지만, 조금의 변수라도 만들어야 하는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일일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기가 막히고,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현장에서 연설을 하고 그 뒤에 온라인 투표를 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꾸면 되는 일인데, 당이 경선을 빨리 끝나기 위해 우격다짐으로 일정을 끼워 넣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후보 캠프 관계자도 “이미 투표가 다 끝난 마당에 연설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문제의식을 가지고 당에 호소도 해봤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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