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배운 미적분과 벡터, 지금의 삶에 유용한가요?

노정석 입력 2021. 7.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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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본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덴마크의 대안학교를 취재한 그 영상은 내가 자란 곳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학교는 거대한 온실이었고, 인간의 문명이나 세계사 같은 더 큰 질문은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운영한 교육 동아리의 모의수업, 전교 회장 선거, 학교 오케스트라 공연 같은 체험적인 순간들은 여전히 기억 속에서 내 정체성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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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너머]학교 현장 안팎의 필자들에게 듣는 미래세대의 배움, 돌봄, 성장, 그리고 '삶' 그 자체를 위한 궁리의 기록입니다.
ⓒ박해성 그림

교육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본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덴마크의 대안학교를 취재한 그 영상은 내가 자란 곳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숲속에 차려진 교실과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자유로운 수업 참여와 학생들이 만드는 커리큘럼 등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과정으로 느껴졌다. 마치 원래 교육이란 그렇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

고등학생으로 살던 때에는 인생의 무게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 속 내 위치 같은 부분들을 크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학교는 거대한 온실이었고, 인간의 문명이나 세계사 같은 더 큰 질문은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정제된 지식과 그 지식을 판별하는 시험, 급식을 먹는 순서 같은 세상의 역학과는 전혀 다른 법칙으로 학교는 작동했다.

인류의 지식은 이제 한 개인이 이해하거나 통달하기에는 너무나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철학이 모든 학문의 중심이었던 고대 그리스의 현자들은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이치, 법률과 철학, 정치와 역사를 모두 관장하는 사회의 두뇌로서 기능했다면, 온갖 종류의 응용학문과 기술, 사회제도가 저마다의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에 통달한 사람은 있을 수 없는 존재다. 체스나 바둑 같은 전통적인 보드게임은 이미 인공지능의 압도적인 연산능력에 의해 사람이 컴퓨터의 수를 보고 배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계공학·프로그래밍·산업디자인의 영역은 수세기 전의 사람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시대로 접어든 듯하다.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산수와 도덕, 읽기 같은 인간 활동에 필요한 능력과 지식은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여전히 중요한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직사각형의, 책걸상과 칠판이 놓인, 단색의 교실 안에서 개인이 체험할 수 있는 세상에는 한계가 있다. 아침 8시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교실에 앉아 3년을 공부하며 머릿속에 각인된 지식의 대부분은 이제 기억 속에서 휘발되고 없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운영한 교육 동아리의 모의수업, 전교 회장 선거, 학교 오케스트라 공연 같은 체험적인 순간들은 여전히 기억 속에서 내 정체성을 형성한다. 나는 그런 일련의 사회참여적인 일들을 경험하며 자랐고, 그곳에서 정보를 가공하는 방법과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연합뉴스

‘지식 사용’ 알지 못하는 학생들

더 체험적이고 인간적이며 공동체적인 경험들이 교육 현장에서 피어나기 바란다. 결국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의 환경과 도구에 철학을 불어넣는 일은 삶의 물성을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이 사실은 세상을 구성하는 법칙과 물질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임을 체험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는 안전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있는 곳이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성에서 아이들을 떼어놓기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고등학생들이 미적분과 기하와 벡터를 어느 진도까지 배우게 강제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미적분이 어떻게 문제에 응용될 것인지 배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학교 밖 삶의 어느 부분에서 지식을 사용해야 할지, 적절히 그 지식이 사용되었을 때의 효용감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알지 못할 것이다. ‘실제와 맞닿아 있지 않은 이론은 죽은 이론이다’라는 존 듀이의 말처럼 우리는 과거의 교육과정, 모든 지식이 위계적이고 이론적이었던 시대를 지금도 변함없이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정석 (대학생·교육학 전공)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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