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세 마리 토끼 잡는 '에너지 플랫폼'

입력 2021. 12. 6. 00:04 수정 2021. 12. 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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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조건 중 ‘소비자 행동’을 주요 요소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에너지 관련 상품·서비스 수요를 이끌고, 사회적 규범을 정의해 에너지 시스템이 지속가능 경로로 가게 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에서다. 탄소 누적 배출량의 37%는 정부 지원 또는 신기술 도입으로, 나머지 63%는 소비자의 능동적 관여 및 행동 변화를 통해 저감시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 실행할 때 정부와 전문가·기업 중심으로 결정하고 소비자 참여를 등한시해왔다. 공공요금이라는 명목과 물가안정 이슈 때문에 낮은 에너지요금을 강조하며 정책 결정에서는 소비자를 소외시켰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이러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따른 소비자의 후순위 참여로는 달성할 수 없다.

소비자가 탄소중립에 참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탄소중립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이를 위해 고도화한 에너지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에너지 플랫폼은 세 가지 상호 연관된 기능을 필요로 한다. 먼저 에너지 공급자와 소비자의 ‘끊김 없는(seamless)’ 연결 접점이다. 예컨대 ‘오늘 1시간 동안 전기를 평소보다 50% 절감하는 가구’나 ‘내일 차량을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 혜택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타임 딜’이어서 모바일 접점이 필수적이며, 사용이 쉽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분석할 수 있는 역량도 필수적이다. 어떤 시간에 에너지를 절감했는지, 어떠한 패턴으로 소비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기·가스·수도의 지능형 계량 인프라(AMI) 보급률을 높이고 분석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데이터를 소비자 동의 아래 써드파티(외부기관)에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다양한 혜택을 기획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령 저탄소 난방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전력 공급자는 전기요금을, 가스 공급자는 가스비를 할인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외출시간이 긴 1인 가구의 데이터는 대기전력 차단 장치를 공급하는 회사에 제공해 잠재고객 확보가 가능하게 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에너지 플랫폼은 꼭 필요하다. 공급자에게는 사용자 접점을, 써드파티에게는 실시간 데이터를, 소비자에게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소비자가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탄소중립 실현에 한 축으로 참여한다면, 에너지 위기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플랫폼 강국이 되는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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