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장동 비리 씨앗은 '수원지검 수사팀'..남욱 횡령 봐주고, 변호사법 위반 상고 안해
[경향신문]
검찰이 2015년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당시 남욱 변호사의 횡령 혐의를 포착하고도 불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은 “남 변호사를 구속했고, 봐준 게 없다”고 반박했다.
12일 남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보면, 그는 대장동 사업을 민간 주도로 추진했던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이모 대표로부터 8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신영수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대장동 사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빼달라고 로비하기 위해 지급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로부터 8억3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5억3000만원은 당초 이 대표가 현금화를 해달라며 준 돈이기 때문에 이후 이 대표에게 현금으로 되돌려줬고, 3억원은 정당한 변호사 비용이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5억3000만원은 피고인(남 변호사) 주장과 같이 현금화를 위하여 교부된 돈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남 변호사가 5억3000만원을 세탁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대장동 개발의 핵심 인물인 정영학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2014년 말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필로 작성한 ‘사건 보고서’이다. 법원이 증거로 채택한 이 보고서에는 ‘횡령의 공범 → 방법 없음’, ‘변호사 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이라는 정 회계사의 메모가 있다. ‘횡령의 공범 → 방법 없음’은 남 변호사가 현금화해 이 대표에게 되돌려준 5억3000만원에 대한 것이고, ‘변호사 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은 나머지 3억원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가 받은 8억3000만원 중 5억3000만원을 받은 행위는 횡령 공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두 사람이 나머지 3억원이라도 변호사 비용이라고 주장해 횡령 혐의를 피하자고 모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회계사는 법정에서 “(남 변호사가 이 대표와) 횡령의 공범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니 (3억원 부분이라도) 정당한 변호사 비용이라고 우겨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적어도 5억3000만원에 대해서는 횡령죄 공범 혐의를 인정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남 변호사를 기소했다. 남 변호사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횡령죄의 법정형이 (변호사법 위반보다) 높음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남 변호사)이 횡령죄의 공범이 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정 회계사의 진술을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가 횡령죄 혐의를 피하려고 한 것일 뿐 변호사법에 저촉될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가 남 변호사 등이 ‘변호사 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이라고 한 3억원에 대해서도 횡령죄 공범 혐의에 심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뇌물공여자(이 대표)가 남 변호사에게 준 돈이 횡령 자금이 아니라고 하는데 남 변호사에게 횡령죄를 적용하려면 공여자 진술이 거짓임을 입증해야 했다”며 “공여자 진술을 토대로 여러 명을 구속한 상황에서 그 진술이 다 맞는데 남 변호사에게는 해당 안 된다고 보는 것은 일관성이 없어 변호사법 위반으로 밀고 나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남 변호사에게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상고하지 않았다. 검찰 특수부가 기소해 하급심에서 무죄가 난 사건을 상고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소 당시 수원지검장이었던 강찬우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심부터는 퇴임 후 일이라 모르지만 1·2심에 무죄가 나오면 (무리한 공소 유지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위원회를 거쳐 상고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대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남 변호사는 총원 31명의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꾸렸는데, 여기에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고 딸을 이 회사에 취업시킨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이름을 올렸다. 강 변호사 역시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와의 친분으로 이 회사에서 이후 고문 활동을 했다.
손구민 기자 km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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