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리뷰를 쓰지만, 절대 가지 말았으면 하는 제주 카페

입력 2021. 12.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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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엘엠엔티

「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민지리뷰는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 공간이 있다. 너무 좋아서 소개하고 싶지만, 알려지면 붐빌 것 같아 아껴 두고, 나만 가고 싶은 공간 말이다. 내게 제주 엘엠엔티(이하 LMNT)는 그런 공간이다. 여행 스폿이 많은 중문관광단지의 비밀스러운 정원 안쪽에 자리한 LMNT는 ‘숲멍’ 명당이다. 모던하면서 층고가 낮은 건물은 자연에 폭 안겨 있다. 테라스로 나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절벽과 숲,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더 반갑게 맞아준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다.

나만의 공간으로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던 제주 카페 '엘엠엔티'. 많은 호텔과 관광지가 가득한 중문에서, 한가로이 숲속에서의 시간을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은 지난 여름의 모습이다. [사진 정춘목]

Q : 어떤 곳인지 궁금해요.
‘LMNT’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다이닝 레스토랑 겸 카페입니다. 호텔과 관광지가 밀집한 중문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반면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테디베어 박물관 인근 정원 안에 숨어 있거든요.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죠. 다니는 회사가 공간을 만드는 곳이다 보니 숨은 보석 같은 공간을 아는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과 제주도 공간 투어를 갔을 때, 모두 입을 모아 이곳은 꼭 가야 한다고 말씀하더군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몰래 입소문이 나고 있던 카페였습니다. 숲속 정원을 지나 카페를 보는 순간 왜 추천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Q : 어떤 부분에 꽂혔나요.
가장 큰 이유는 멋진 자연환경과 ‘프라이빗함’입니다. 숲속 같은 정원에 둘러싸인 카페는 벽이 모두 통유리로 되어있습니다. 그 안에서 호젓한 자연을 마음껏 즐기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요. 또한 테라스에서는 광활하게 펼쳐진 절벽과 마운틴뷰,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숲멍’을 때릴 수 있습니다. 공간 자체는 모던하면서 낮은 층고와 개방감 있는 유리로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공간과 자연환경을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없이 한껏 여유롭게 공간을 즐길 수 있죠.
솔직하게 말하면 소개하고 싶지 않았어요. (웃음)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있는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이 있지 않나요? 나에겐 이곳이 그런 곳이었습니다. 편안하고 모던한 공간 디자인과 멋진 뷰의 조화. 이를 번잡함 없이 프라이빗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소수의 지인에게만 추천한 곳입니다. 하지만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나고 있더군요.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에요. 최근 안 좋은 이슈가 생기기도 했지만, 이미 방문객과 인스타로 과포화된 제주도 카페 중에서 많은 장점을 두루 가진 곳입니다. 또한 주변 관광단지와 접근성도 뛰어나 여행 코스 짜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제주 LMNT 입구. 눈에 잘띄는 간판이나 광고판 없이 철판 하나만 있다. 미리 알고가지 않았다면 카페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쳤 법하다. 무심한 듯한 간판과 철문 너머 보이는 숲이은 비빌스런 설렘을 안겨준다. [사진 정춘목]
숲길로 된 정원을 쭉 따라 들어가면, 낮은 층고의 깔끔한 건물이 나타난다. 모던한 건물이지만 주변 자연과 꽤나 잘 어울린다. [사진 정춘목]

Q :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진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곳은 회사 사람들과 함께 제주도 출장 겸 방문했습니다. 여행하는 마음으로 왔지만 꽤 긴 출장 일정으로 심신이 지쳐있었죠. 그 연장선에 방문한 카페였기에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카페에 앉는 순간, 탁 트인 유리 너머로 숲이 펼쳐져 있었어요. 숲 안에서 카페 라테를 마시는 시간 동안 그동안 쌓인 피로감이 확 풀렸어요. 바빴던 일정 가운데 처음으로 멈춰서 그저 숲과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였어요. 바쁜 일정 가운데 내겐 작은 오아시스 같은 순간이었어요.

Q : 이 공간이 가진 가치는 무엇인가요.
코로나 19로 제주도가 여행지로서 떠오르면서 카페와 레스토랑마다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어요. 웬만한 공간은 이미 인스타 핫플이 되어 숨 쉴 틈조차 없더라고요. 너무 아쉬워요. 이런 상황 속에서 LMNT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납니다. 제주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자연과 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만든 모던한 공간디자인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슬슬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둘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은 LMNT가 독보적인 것 같아요.

Q :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세계관과 어떤 부분에서 지향점이 같다고 생각하나요.
이곳은 나서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요. 쉴새 없이 SNS에 광고를 하는 다른 카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심지어 이렇다 할 표지판도 보이지 않아 지나가다가 들어가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이렇게 멋지지만, 아는 사람만 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정말 ‘힙’스러워요. 대단한 포장과 어필 없이 가진 매력으로만 승부하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테라스로 걸어나오면 안에서 보았던 제주의 자연이 4D로 펼쳐진다. 바닷바람과 숲 향기, 햇살까지 더해지니 풍경이 더욱 살아난다. [사진 정춘목]
실내는 통유리와 낮은 층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주변 환경과 뷰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기획자의 배려가 느껴진다. [사진 정춘목]

Q : 방문 후 만족도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이야기해 본다면요.
8점입니다. 이곳은 숲속에 숨어 있어 위치를 미리 알아야만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에요. 들어가는 길부터 비밀 아지트를 찾아가는 설렘이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의 광활한 자연환경에 마음껏 즐길 수 있어요. 깔끔하고 집중도 높은 공간으로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다만 멋진 뷰를 가진 테라스는 넓은 공간에 비해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조금 아쉬웠죠.

Q : 비용은 어떤 편인가요.
만족합니다. 카페류가 7000~8000원으로 일반 카페보다 조금 비싼 가격대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핫플레이스형 카페와 비교하면 공간 크기에 비해 테이블 수도 훨씬 적고, 방문한 사람들은 그에 비해 오래 머무르는 편이에요. 그만큼 공간이 매력적이고 여유로워요. 이를 고려하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커피숍이지만 가볍게 와인도 곁들일 수 있다. 센스있게 플레이팅한 와인 안주들. [사진 정춘목]

Q : 만약 당신이 이 공간을 만든다면,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유리의 프레임을 줄이고 싶습니다. 유리를 이어 붙이고 공간을 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든 프레임이 도리어 시선을 거슬리게 하고 분절된 느낌을 주더군요. 이 프레임을 최소화했다면 뷰가 훨씬 살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테라스로 만들어진 공간은 야외에 오픈된 공간이다 보니 정돈되지 못한 느낌이 들었어요. 날씨의 영향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했고요. 절벽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이 테라스에도 내부 공간의 모던함과 쾌적함을 적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 이 공간을 방문한 후 느낀 게 있다고요.
확실히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느꼈어요. 오프라인 시장은 더는 공간의 입지와 가시성이 주도하지 않아요. 그 공간이 가진 콘텐트가 주도하는 시대로 변했어요. 이곳을 다녀오며 그 생각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역시 포장과 가시성에 속지 않아요. 공간이 주는 화려하고 트렌디한 것 이전에 공간이 주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되었어요.

Q :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숨 가쁜 여행 일정에 지친 사람이나 모처럼 여유롭게 제주를 즐기러 왔다가 클럽보다 더 북적이는 카페에 놀란 사람이라면 꼭 들러보세요. 제주를 여행하는 동안 그토록 찾았던 여유로움을 그곳에서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 같이 간 일행에게 나만 아는 공간이라며 한껏 뽐내고 오시면 완벽한 마무리가 되겠죠. 단 급한 일정 중에 잠깐 들리기보다는 중문이나 서귀포를 여행하면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방문하시길 추천해요. 아마 한 번 들어가시면 계속 머무르고 싶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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