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계속되는 '치킨 논란'..번지수 잘못 찾은 치킨업계

황덕현 기자 2021. 11. 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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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vs 양계·치킨업계 논쟁 가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 News1 김경석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작은 닭을 튀겨서 맛이 없다" vs "모르고 하는 소리"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제기한 '작은 닭' 논란이 양계와 치킨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여기에 과학적인 근거까지 제시되면서 이제는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논란은 황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한국의 치킨이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 닭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없고 비싸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시작됐는데요.

그는 "한국 치킨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닭으로 튀겨지고 있어 맛없고 비싸다는 말에 많은 혼란이 있는 줄 안다. 현재 맛있게 먹고 있는 치킨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면서 "충격 때문에 처음에는 이 사실을 부정할 것이다. 그래서 황교익이나 붙잡고 욕을 할 것이다. 알지도 못하는 게 떠들고 있어! 육계와 치킨 업자가 던져놓은 황교익 공격 프레임을 그대로 써먹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발간한 자료까지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는데요. 실제로 2016년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육계 경영관리'에 보면 "고기 맛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방이 일반닭은 0.12%인 것에 반해 대형 닭은 0.46%로 3.8배임. 감칠맛 나는 핵산물질 이노산 함량이 일반닭에 비해 대형닭이 많음"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양계협회와 치킨업계는 황씨의 주장을 정면반박하고 있는데요. 우선 황씨의 주장대로 닭을 3㎏ 내외로 키우려면 지금보다 사육기간이 2배나 걸리고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사육의 어려움 때문에 재고 관리도 어려워진다고 설명합니다. 경제성이 오히려 더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청소년기가 지나면 성장판이 닫히며 더 크지 않고 몸무게만 느는 것처럼 닭도 일정 크기까지 큰 다음에는 생장이 멈추고 살을 찌우는 걸로 무게를 늘려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사료값과 온도·조명 유지 등을 위한 부대비용이 크다는 겁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 예측하더라도 250% 이상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2.5배 비용을 들인 닭이 2.5배 가격에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황씨가 주장하는 3㎏ 닭을 기를 경우 소요비용 현재보다 20% 안팎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판매 비용은 10~20%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경제성 측면이 현재보다 50%가량 떨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학적인 반박도 이어졌는데요. 국립축산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과학적인 반박도 했는데요. 이 연구에 따르면 "닭고기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아미노산뿐 아니라 핵산물질, 유기산, 당, 젖산 등도 관여한다"며 "아미노산 중 글루탐산(glutamine acid)의 변화는 가슴살에서 사육일령이 경과할수록 감소하는 경향 을 나타냈고, 다리육에서도 가슴육과 유사하다"고 돼 있습니다.

전북 김제시 용지면의 한 양계장에서 더위에 지친 닭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8.7.22/뉴스1 © News1 DB

치킨업계의 입장도 비슷합니다. 3㎏까지 기른 닭은 현재 10호닭보다 '노계'에 속하기 때문에 육질이 질겨진다는 입장인데요. 치킨업계의 한 임원은 "한국식 치킨을 찾는 소비자는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의 치킨을 즐긴다. 황씨가 언급한 '3㎏ 치킨'을 즐기는 인구가 있다면 해당 소비층을 위한 치킨이 등장했을 텐데 그런 움직임이 십수년 동안 전무하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양쪽의 주장 모두 객관적인 근거와 논리를 갖추고 있어 어느 한쪽이 맞고 틀리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리꾼 상당수는 황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한국 치킨이 맛이 없다'는 것보다는 '비싸다'는데 공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치킨 가격이 비싸다는 게 핵심이다. 치킨업계는 반성해야 한다'거나 '다른 건 몰라도 치킨 겁나 작은데 비싸다'는 반응입니다.

치킨업계는 새로운 맛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이 때문에 전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맛의 치킨을 맛볼 수 있다고 항변합니다. 또한 이익의 상당수가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같은 주장에 공감보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교촌치킨이 치킨 가격 인상을 예고해 놓고 있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달료 등을 더하면 치킨 1마리를 먹으려면 2만원을 훌쩍 넘게 되는데요. 심지어 4인 가족이 먹으려면 1마리로는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논란에서 치킨업계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큰 닭이 더 맛있다'는 주장이 아니라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아닐까요.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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