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논란 '골목식당'엔 없고, 시즌2 확정 '골때녀'엔 있는 것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1. 9. 23. 11:47 수정 2021. 9. 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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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위기 '백종원의 골목식당' vs 진정성으로 성공 '골때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난 몇 년 간 SBS 예능프로그램의 중심에는 백종원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종원의 3대천왕>을 시작으로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이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화제의 중심에 섰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맛남의 광장>까지 줄줄이 히트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SBS 예능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맛남의 광장>이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더불어 시청률도 뚝 떨어져 2%대(닐슨 코리아)까지 추락하고는 결국 90회를 마지막으로 아쉬운 종영을 선언했고, <백종원의 골목식당> 역시 3%대까지 시청률이 뚝 떨어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제주 금악마을 살리기라는 기치를 내걸고 그간 해왔던 방식이 아닌 오디션 형식을 도입해 그 지역에서 시그니처 가게를 열고 운영할 도전자들의 대결을 벌였지만 이마저 효과가 없었다. 잠깐 4%대로 올랐던 시청률은 다시 3%대로 떨어졌고, 반응도 뜨겁지 않았다.

금악마을에 음식점을 낼 최종 4인에 들기 위한 요리대결은 그래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접객과 영업, 마케팅도 중요하다며 별 쓸모도 없어 보이는 상품들을 지역 주민들에게 강매하다시피 파는 미션은 너무 과하다는 비판과 질책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음식을 만들고 먹고 파는 그 광경에 익숙한 <백종원의 골목식당> 팬들은 달라져버린 프로그램 색깔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 내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건 최근 백종원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제주도 돈가스가게 '연돈'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에서 불거진 논란이다. 백종원이 대표인 더본코리아가 지난 15일 제주도에 '연돈볼카츠' 사수점을 연 것.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도 추가로 매장을 열고 '연돈볼카츠'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본래 사업가인 백종원이 사업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의견들도 있지만, 그는 이미 또 다른 직업으로서 방송인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인으로 유명해진 이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외식사업을 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번 '연돈볼카츠' 프랜차이즈는 상황이 다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식당이기 때문이다.

포방터 시장편에 나와 유명해진 연돈 사장님은 장인정신에 가까운 노력과 장사에 대한 태도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고, 그것은 손님들이 밤새워 기다리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골목을 살리려는 목적이었지만 너무 많은 인파가 밤낮 없이 몰리다 보니 결국 그 동네 주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졌고 갈등까지 벌어지게 됐다. 연돈 사장님은 제주도로 이전해 그곳에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유명세에 백종원과 연돈 사장님의 노력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또한 연돈 사장님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관심이 조금 떨어지거나 주춤할 때마다 치트키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니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연돈의 관계는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서로 도와주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연돈이 제주도에서도 잘 되는 상황은 시청자들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백종원이 연돈과 함께 프랜차이즈를 한다는 소식은 어딘가 찜찜해질 수밖에 없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초창기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온 백종원이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이야기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들이 적지 않게 쏟아져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프랜차이즈들이 골목상권을 침해해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백종원에 대한 신뢰가 생겼던 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어려운 식당들에게 경험에서 나오는 솔루션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모습에서 어떤 진정성을 믿게 해줘서다.

하지만 백종원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성공사례인 연돈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소식은 이런 신뢰감에 균열을 만든다. '결국은 사업'이라는 생각을 끄집어내게 하고 그것도 방송이 여기에 앞장섰다는 결과를 보게 만든다. 골목식당의 궁극적인 성공이 프랜차이즈인가 하는 질문도 던지게 만든다. 그건 결국 골목의 여러 식당들이 같이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몇몇 잘 된 식당의 독식처럼 느껴져서다. 이건 백종원도 그렇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치명적인 신뢰에 대한 오점을 만든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SBS는 <골 때리는 그녀들>을 방영하고,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신 영화 <자산어보>를 방영했다. 물론 추석을 맞이한 특선영화로 선택된 것일 테지만, 만일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전히 뜨거운 콘텐츠였다면 굳이 그 시간대에 <자산어보>가 들어갔을까 싶은 면은 있다.

반면 흥미로운 건 이 날 <골 때리는 그녀들>이 제1회 정규리그 결승전 경기를 방영하는 자리에 SBS 박정훈 사장과 최영인 예능 본부장이 시상을 위해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최종 우승팀이 된 FC불나방은 물론이고 이번 리그에 참여한 모든 팀들에게 격려금을 전한 박정훈 사장은 그 자리에서 "시즌2에서 새로운 모습 보여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함으로써 사실상 시즌2를 기정사실화했다. 리그에 참여한 모든 팀이 반색하며 시즌2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마주한 위기와 <골 때리는 그녀들>의 승승장구는 극명히 대조된다. 그런데 그 성패를 가름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다. 그건 바로 '진정성'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갈수록 애초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들을 보여준 반면, <골 때리는 그녀들>은 발톱이 빠지고 근육이 파열되면서도 축구에 진심인 출연자들의 진정성으로 지금의 성공을 갖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볼 수 있는 희비쌍곡선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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