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SLBM 공개한 날..北 미사일 쏘고 김여정은 문 대통령 비난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1. 9. 1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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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軍, SLBM에 고위력 탄도미사일·초음속 지대함 순항미사일까지 공개
직전에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비행거리 800km
2017년 화성-14형 ICBM에 맞대응 탄도미사일 사격훈련한 지 4년만
김여정, 문 대통령 실명 거론하며 '도발' 발언에 대해 "매우 큰 유감"
"남조선 국방중기계획과 다름없다…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 유감"
우리도 "북한 때문에 국방력 강화"…필요하긴 하지만 군비경쟁 무한 악순환 우려
정부는 지난 15일 오후 국내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비행시험을 진행하며 군이 최근 고위력 탄도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국가전략자산으로 취급되는 이들 무기들이 공개되던 날,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이 우리 측 일정을 감안해 발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북한이 각자 계획에 따라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같은 날 일제히 대중에 공개된 셈이다.

실제로 북한이 이날 밤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 반발하고 나섰다. 축하와 함께 우려도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SLBM 첫 비행시험, 대통령 앞에서 성공…"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

15일 국방과학연구소가 SLBM 잠수함 최초 비행시험에 성공한 모습. 국방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을 찾아 국산 3천톤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함장 김형준 해군대령)에서 SLBM 1발이 발사돼 계획된 사거리를 비행, 목표에 명중하는 모습을 참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이 SLBM 첫 비행시험을 하는 자리였으며 그전에는 실제 잠수함에서 수중 사출을 해 부스터에 점화를 시키는 과정까지만 진행됐다고 밝혔다.

SLBM 발사는 '콜드 런치' 기술을 적용하는데, 캐니스터(수납통)에 담겨 물 위로 나온 뒤 캐니스터에서 미사일이 분리돼 자체 추력으로 날아간다. 군은 수조에서 시험을 할 때 메인 추진기관 점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실제 잠수함 탑재 시험에서는 그 직전 단계인 부스터 점화까지만 성공했었다.

지난 15일 국방과학연구소 미사일전력 발사시험을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날 비행시험에 성공하면서 우리 군도 해성 순항미사일과 함께 SLBM으로 잠수함에서 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물론 도산 안창호함이 핵잠수함이 아니기에 몇 달 동안 바닷속에 숨을 수는 없고 보다 큰 SLBM을 탑재하는 일에 제한이 따르며, 핵무기는 당연히 탑재할 수 없다는 한계는 있다.

문 대통령은 비행시험 성공을 지켜본 뒤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면서도 "오늘 우리의 미사일 전력 발사시험은 북한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된 날짜에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행사 앞두고 북한도 탄도미사일 2발 발사

북한이 지난 3월 25일 발사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SLBM 비행시험이 진행되기 바로 직전 북한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했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우리 군은 오늘 오후 12시 34분과 39분쯤 북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800km, 고도는 60여km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1일과 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한 뒤 사흘만이다. 올해 3월 25일 북한 국방과학원이 시험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 비행거리인 600km보다 200km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고도는 3월 발사 때와 비슷하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과 12일에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힌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연합뉴스

당시 군 당국은 처음에 비행거리를 450km로 탐지했는데, 이 미사일이 이른바 '풀업 기동(하강단계 상승비행)'을 하고 지구가 둥글어 레이더가 못 보는 '음영구역'이 생긴다는 특성 때문에 낮은 고도로 날아간 나머지 150km 거리를 탐지하지 못했다. 나중에 서욱 장관이 이를 정정하기는 했다.

미사일이 멀리 날아가고 착탄 지점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정확히 탐지하기는 더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번 미사일 또한 실제로는 더 멀리 날아갔을 수 있다. 또는 3월 25일에 발사한 미사일이 정상적인 사거리보다 더 적게 날아갔을 수도 있다.

북한 관례를 생각해볼 때 관련 내용을 16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할 수 있는데, 합참은 제원 등에 대해서는 정밀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비행거리가 그전에 쐈던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늘어난 800km라는 점에서 북한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예고했듯, 전술핵무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남북한 미사일 개발 '마이웨이'…무한 군비경쟁 악순환 우려도

지난 15일 비행시험에서 SLBM을 발사한 도산 안창호함. 연합뉴스
때문에 15일은 남북한 모두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한 아주 드문 날이 됐다. 2017년 7월 북한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 차례 발사하자 한미가 바로 다음 날 맞대응 성격으로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두 차례 벌인 지 4년 만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배경 및 의도를 정밀분석하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군 당국이 SLBM뿐만 아니라 초음속 지대함 순항미사일, 현무-4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탄두중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고위력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자 곧바로 반발이 나왔다.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비행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밤 담화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 실명을 거론, '도발' 발언을 문제삼으며 "우리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첫해 중점과제 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되는 대로 마구) 따라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남조선(한국)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국방중기계획'이 특정한 누구를 겨냥한 것이고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우리도 한사코 남조선이 우리의 계획과 해당 활동을 걸고든다 해도 무방하고 당연하다 여겨 줄 것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북한은 틈날 때마다 우리 군 첨단무기 도입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자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여러 무기를 개발해 왔다. 이는 올 초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며 국방력 강화를 천명해 왔다는 움직임과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오랫동안 계속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우리가 대처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맞대응 전력 개발은 필연적이다.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긴 하지만 북한만 생각하고 미사일을 개발할 리도 없다.

실제로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북한이나 주변국 상황 변화가 많았는데 열심히 노력했다. 방위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무기체계를 연구 개발했고, 성공에 대해 큰 이정표가 있는 부분도 같이 공개해서 국민들께 알리는 게 좋지 않냐고 봤다"며 "국민들 불안감 문제도 있고, 이러한 사항이 굉장히 중요한 전력 성공이며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초음속 순항미사일. 국방부 제공

문제는 남북이 이런 '장군멍군' 식으로 맞대응하는 일이 자칫 무한 군비경쟁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다. 안보를 위한 군사력 강화가 오히려 안보 위기를 부르는 역설적 상황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김여정 부부장은 "자기들의 유사 행동은 평화를 뒤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의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장차 북남(남북)관계 발전을 놓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우리 국방력 강화는 방어적이고 북한 미사일 개발은 공격적이라는 편향적 논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 담화는 자신(북한)들 무기 실험을 위협, 도발이라 칭하는 이중잣대에 대한 경고적 메시지다. 다만 과거 담화와 비교해 볼 때, 실언·유감 등 표현이 있지만 상당히 정제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군비 축소라는 평화 지향이 아니라 군비 경쟁이라는 긴장 고조가 되는 셈이다"며 "국민들에게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필요성을 설명하는 일은 중요한 접근이지만, 동시에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도 되기 때문에 메시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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