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 강성태 "서울권 약대, 입학정원 절반이 여대..男차별" [영상]

김태호 입력 2021. 7. 9. 18:00 수정 2021. 7. 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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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죽어가는 데 무슨 난민 생각” (제주 예멘 난민 수용 논란) “성매매는 그 자체가 불법, 사고 친 학생 돈 주며 공무원 시켜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성매매 여성 자치단체 지원) “나라 상황을 보면 이 나라는 공부할 필요가 없는 나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느 정치인의 발언인가 싶지만 아니다. ‘공신’ 강성태(39) 공신닷컴 대표가 한 말들이다. 최근엔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 관련 “이 분이 탑, (공시생들에게) 노하우 공유해달라”고 비꼬았다. 15년 넘게 교육에 발 담근 기업가이자 100만 유튜버, 영향력 있는 ‘공부 멘토’인 그는 왜 이렇게 사회적 논란이 될 만한 말을 쏟아낼까. 인기를 의식한 대중 영합일까, 진심 어린 소통의 일환일까. “진보·보수 눈치 안 본다”면서 남몰래 청년 정치인의 꿈을 키우는 중인 걸까. 지난 6일 그를 만나 이런 정치적 발언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지난 6일 강성태(39) 공신닷컴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PD

Q : 강성태는 교육자? 사업가? 스스로 정의한다면.
A : 난 선생님이 아니다. 기업가다. 교육자로서 부족한 게 많다. ‘공신’이란 말도 대학 교육 봉사 동아리 활동 시절에 형편 어려운 친구들 ‘공’부를 ‘신’나게 도와준다는 의미로 썼다. 당시 ‘선생님’이란 표현은 안 쓰는 게 철칙이었다. ‘친형’ 멘토링이 모토였다. 근데 이제 친형이라기엔 나이가…. 꼰대 되지 말자 생각하지만, 아재가 되어간다. 고민이다. 어디서 말한 적은 없는데 유튜브 채널이나 지금 하는 일의 취지를 이어갈 사람을 조금씩 찾고 있다.

Q : ‘공부의 신’이라는 표현이 부담될 거 같은데.
A : 본의 아니게 ‘공부의 신’으로 알려져 우리도 결국 그렇게 쓰고 있다. 세상에 공부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난 그렇게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다. 당연히 부담 있다.

Q : 학생들과 소통 많을 텐데, 학생들 고민은.
A : 취업이다. 고등학생, 심하면 중학생, 초등학생도 취업 이야기한다. 대단한 사회 고민 아니라 밥벌이 같은 생존 문제를 고민한다. 이런 경쟁이 치열하니 그 경쟁이 공정한지 정말 관심 크다.

Q : 이들 학생들의 ‘공정’은 뭐가 다른가.
A : 다른 세대 ‘공정’과 다르지 않다. 다만 중요한 가치를 묵과하지 않는 게 특징인 것 같다. 내가 당연시하고 지나치는 걸 지적한다.


서울권 약대 입학 정원, 女大가 절반 넘는 건 불공정

Q : 올해 약대 입시 공정성 문제 제기도 그런 맥락인가.
A : 올해부터 다시 약대생을 학부에서 뽑는다. 올해 입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37개 대학에서 1957명(정원 외 포함)을 뽑는다. 의대 같은 자연계 최상위 인기학과 정원이 2000명이 늘어난 거다. 입시 판도를 흔들 거다. 학생들 입장에선 2000명이 늘었으니 대박이다. 제일 많이 뽑는 게 중앙대다. 130명 뽑는다. 두 번째가 이화여대(129명), 세 번째, 네 번째가 숙명여대, 덕성여대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제일 많이 뽑는 3곳이 여대다. 서울권 약대만 보면, 총 정원 662명 중 여대 정원(345명·52%)이 비(非) 여대보다 많다. 남학생들은 지원 기회 자체가 제약된다. 남녀차별이다. 기성세대는 그냥 지나칠 문제지만 요즘 학생들은 문제 제기한다. 청와대 청원도 넣는다. 물론 여대 정원이 많다는 게 불법이나 비리는 아니다. 기회 평등 관점에서 맞는 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22학년도 약학대학 모집인원 순위. 조은재PD

Q : ‘反페미니즘’ 조류에 편승한 문제제기라는 지적도 있는데.
A : 남자 대학 문제여도 똑같이 문제제기했을 거다. 그리고 만약 약대 말고 의대 정원이 그렇게 늘었다 치자. ‘서울권 의대에서 여학생들만 절반 이상 뽑겠다’고 하면 납득될까. 약대라고 다를 게 없다.

Q : 결국 이런 논의 거듭되면 ‘여대 무용론’으로 귀결되지 않나.
A : 100년 전쯤 여자들은 교육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여대가 생겼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물론 지금도 남녀차별이 완벽하게 해소됐다고 볼 순 없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나 삶의 방식이 바뀌기 마련이지 않나. 또 교육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다양성과 폭넓은 사고가 필요한 게 대학인데 특정 성별만 모여 있다면 경쟁력에 도움이 될까. 고민해볼 시기라고 본다.


“청와대 1급 25세, 정무직은 괜찮다?…폭동 안 일어난 게 신기”

Q : 예전에 정치권 제안도 받았다고.
A : 보수 정당에서 비례대표와 지역구 제안 있었다. 진보 정당에선 최고위원 제안했다. 입시 비리나 입시정책 문제점 불거지면 공론화시킨 적 있어서 이런 제안이 왔을까 싶은데. 진보나 보수라는 이유로 그런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다. 양쪽에 잘 보일 이유도 없다.

Q : 최근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 비판했다. 학생들 분노가 크던가.
A : 폭동 안 일어난 게 신기할 정도다. 하루에 10시간씩 피 터지게 공부해서 9급 공무원 된다. 학생들 입장에선 허탈함 말고 너무 궁금하기도 한 거다. 5급도 어마어마한 건데 25세, 1급….죽기 전에 가능할까 싶은 일이 생긴 거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그 자리가 청년들 대변하고 그들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공정과 정의를 논하는 자리인데,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과연 최선이었을까 궁금하다.

지난 달 21일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내정됐다.

Q : “정무직에 대한 이해가 없는 비판”이란 지적도 나오는데.
A : 그럼 청와대 정무직 1급이 안 대단하다는 건가. 누군 평생 뼈 빠지게 해도 이루기 어려운 일 아닌가. 학생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자기 능력을 보여줬느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해한다. 요즘 학생들도 알 거 다 안다. 청와대 비서관 하면 공기업 수장으로 가거나 대기업 스카우트되거나, 국회의원 출마하는 거 검색만 해봐도 다 안다. 그래서 그 과정이 공정했느냐고 묻는데, 정무직이라 괜찮다? 어떤 면에서는 동문서답일 수도 있는 거고.


조국 전 장관 딸 천재 수학자 ‘폰 노이만’ 비교…“당연히 비판한 것”

Q : 조국 딸을 천재 수학자 '폰 노이만'에 빗대 옹호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A : 당연히 비판한 거다. “고등학생 때 이 정도 논문 썼다는 건 한국에 폰 노이만 나온 게 아니냐”고 한 건 정말 굉장한 비판이었다. 폰 노이만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쓰는 컴퓨터는 없다. 9살에 미적분을 터득한 사람이다. 난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여러 번 표현했다. 교수들이 권위적인 학술지에 자기 자녀 이름을 공저자로 올리는 일이 생기면 “조만간 우리나라에 노벨상 나오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게 칭찬이 아니지 않나. 내 딴에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는 표현을 한 건데….

조국 전 장관 딸 입시특혜 의혹 불거졌을 당시 강성태 대표는 라이브 방송에서 ″한국에도 폰 노이만 급 천재가 나온게 아니냐″고 해 옹호논란이 벌어졌다.

Q : 두 차례 사과했지만 발뺌한다고 비난이 계속됐다.
A : 오해를 샀으니 내 책임이다. 내 입장에선 교육 관련 이슈 얘기해주며 학생들과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특정 정치인과 관련된 비리는 교육 비리라도 다루지 않는 게 맞나’ 싶었다.


“교육정책, 정치적 이상 실현 도구로 전락”

Q : 교육 비리 제보 많은가. 요즘 어떤 내용 많나.
A : ‘학생부 갑질’이다. 선생님이 ‘항상 가해자는 남자, 피해자는 여자’라는 식으로 생각을 강요한다는 제보가 어제 들어왔다. “선생님 말씀을 안 따르면 너는 공부를 잘못하고 있는 거야.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어”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 학생이 내게 공론화를 요청했다.

Q : 이런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폐해가 심한가.
A : 학종, 입학사정관제 도입된 초창기엔 논문 쓴 학생들이 너무 많았다. 명문대 진학에 필수였다. 그때 ‘나 같은 사람은 서울대는커녕 대학은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이런 기회를 잡고 명문대 가는 학생들이 많았다. 반대로 이런 기회 없는 학생들 보면 마음이 아프다. 형편도 안되고 스펙 없는 학생들은 대학을 못 간다. 아예 공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대학에 떨어진다.

Q : 수능(정시)만 공정하다는 것도 환상 아닌가. 강남 학생들이 수능도 더 잘 본다는데.
A : 수능은 시험장 가서 학생이 직접 지식을 평가받고 이겨내야 한다. 누가 대신 (시험문제를) 풀어주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근데 학종은 남이 대신해주는 게 많다. 첨삭도 돈 있으면 다 된다. 이런 학종이 70~80%까지 확대되면 결국 남이 쳐주는 시험이 된다. 그렇다고 학종을 아예 없애자는 게 아니다. 분명 점수로 알기 힘든, 천재 같은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특출난 학생들이 70~80%씩 되진 않는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 뉴스1

Q : 수능도 결국 '줄 세우기','서열화' 문제 원인 아닌가.
A : 입시는 줄 세우기다. 수시라고 줄 안 세우나. 학종은?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입시에서 일부는 떨어진다.

Q : 꽤 오래 어쨌든 교육 일을 해왔다. 교육이 발전했다고 보나.
A :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벌써 15년째 몸담고 있다. 예민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 동안 교육 현실이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양극화는 심해졌다. 정책은 조변석개(朝變夕改)다. 한때 통합논술이 대세라고 했다가 이젠 그 이름조차 기억 못 한다. 또 몰입식 영어교육이 유행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그게 뭔지 기억도 안 나게 유행이 바뀐다. 학생들은 스스로 실험용 쥐라고 한다. 이런 거 보면 가끔 ‘한국에 교육이라는 게 있긴 있나’ 싶을 때가 있다. 교육 제도나 정책 만드는 게 정치적 이상 실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학생을 위한 게 아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 조은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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