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고향이 바로 눈앞에..애기봉의 실향민

KBS 2021. 9. 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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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들, 지난 추석 연휴에 또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텐데요.

네, 2018년 8월을 마지막으로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안타까움은 더해가고 있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고향 땅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실향민을 만나고 왔다고요?

[답변]

네,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근처에 사는 실향민들인데요.

북한 땅에서 불과 1.4km 떨어진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철책선 너머 북한이 바로 보이는 곳이겠네요?

[답변]

네, 강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모습이 참 씁쓸했는데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던 애기봉에 최근엔 생태공원이 조성되면서 관람객들도 찾고 있었습니다.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긴 애기봉으로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에서 서쪽으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낯선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높다란 담장과 철조망, 그리고 출입자 신원을 확인하는 검문소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곳은 북한과 불과 1.4km 떨어져 있는 애기봉입니다.

[권홍태/문화해설사 : "북한 주민 3백여 명이 살고 있어요. 집도 연립주택같이 소형주택이 많이 보이죠. 저 마을이 여기서 볼 때 가장 큰 마을인데, 80년대만 해도 사람이 거의 안 살았어요."]

대남 선전용으로 지어진 낡은 연립주택에는 빨래가 널려 있습니다.

장난을 치던 꼬마가 엄마 아빠를 따라 급하게 쫓아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평범한 농촌 마을처럼 보이지만 대남 초소와 군사 시설들이 설치된 북한의 최전방 지역입니다.

[권홍태/문화해설사 : "6.25 전쟁 때 해병대들의 치열한 격전지였던 곳으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 보셨는지, 원래 발생지가 여기가 되겠습니다."]

해발 154m의 애기봉은 해마다 크리스마스트리 점등행사가 열리던 곳인데요.

북한과 갈등을 빚으면서 2014년 철탑이 철거되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던 곳이라는 전설에서 애기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요.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이곳은 북한의 개성시 개풍군인데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지만 우리는 갈 수가 없는 곳입니다.

이제 실향민들은 더 늦기 전에 자신의 고향 땅을 밟아보기를 그 어느 때보다도 기원하고 있습니다.

애기봉 근처에 사는 유인순 할머니.

강 건너 개풍군이 고향인 할머니는 가족들이 그리울 때면 철책 주변을 찾습니다.

[유인순/실향민 : "(이 사람 고향은 저쪽에) 저 아래가 내 고향이야. 이제 틀렸지. 내가 죽을 때가 됐는데 말을 해서 뭐해. 이제 내가 죽을 때가 된걸..."]

북녘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강가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유인순 할머니도 한국전쟁 때 오빠와 함께 피난길에 올랐는데요.

곧 따라오겠다던 부모님은 끝내 만날 수 없었습니다.

[유인순/실향민 : "부모는 이북에 다 계시고, 난 나오고. 어머니, 아버진 연세 많으니까 백몇 살인데 다 돌아갔지. 이북을 누가 왔다 갔다 하나. 어떻게 소식을 들어."]

그렇게 생이별을 한 지 70년 남짓.

13살이던 어린 소녀는 가정을 이루고도 평생 애기봉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민춘기/유인순 할머니 남편 : "18살에 나한테 시집왔어요. 고생 많이 했다는 거죠. 홀시아버지한테 시집와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스스로 배운 거야."]

맑고 티 없던 얼굴에는 한 많은 70년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는데요.

오래전에 돌아가셨을 부모님이 지금도 너무나 그립습니다.

[유인순/실향민 : "무슨 날 되면 더 보고 싶어. 정월이다, 추석 명절이다, 다 보고 싶어. 나 여기 피난 나와서 고생하고 잘 살아요."]

아직도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피난민들과 실향민들은 애기봉 근처에서 이렇게 터전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애기봉에 이제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됐다고 하는데요.

다음 달 7일 정식 개장을 앞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사전 예약을 한 관람객들이 찾아온 건데요.

["여러분들이 보실 때 강을 중심으로 보시면 왼쪽이 남한이고요. 오른쪽이 북한입니다."]

특히 관람객들은 직접 북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황진원/관람객 : "산을 보면 남쪽 산인지 북쪽 산인지 굳이 설명 안 해줘도 표가 나거든요. 우리는 나무가 울창하고 저쪽은 우리 몇십 년 전처럼 민둥산 헐벗은 산 그 모양이지 않습니까. 가슴이 아픕니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조강의 생태계는 물론 고려 시대 유적이 가득한 개성 시내까지 가상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정하영/김포시장 : "(애기봉이) 지금은 단순히 초소의 역할을 넘어서 평화를 염원하고 자연생태의 소중함을 그대로 저희가 간직해야 할 역사적인 장소기도 합니다."]

평화공원으로 태어난 애기봉에는 실향의 아픔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한평생 가족을 그리워했던 그 간절한 마음이 애기봉을 넘어 북한 전역에 전해지길 기원해 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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