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독식하던 아이폰 패널..중국도 본격 공급

오찬종,박재영 2021. 10. 17.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BOE, LCD시장 1위 뺏고 고가 OLED 패널까지 잠식
삼성·LG 양분한 아이폰13에 공급..K디스플레이 타격

◆ 중국發 OLED 공습 ◆

한국 기업들이 독주하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중국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최근 애플의 신작 아이폰13에 자사 6.1인치 OLED 패널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BOE 제품은 우선 아이폰13 수리용 제품(리퍼비시 제품)에 탑재될 전망이지만 내년부터는 신제품에도 투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넘어 OLED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OLED 시장을 과점해온 삼성과 LG는 거센 추격을 받게 됐다.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두께가 얇고 휘어지는 제품으로도 만들 수 있는 고급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의 야심은 거침이 없다. 1993년 설립된 BOE는 2003년 옛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의 LCD 생산라인을 인수하며 사업을 본격화했고 지난해 마침내 세계 LCD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생산라인을 대폭 확대하고 제품 가격을 낮춘 덕분이다.

BOE는 내부적으로 아이폰 패널 점유율을 최대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한국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BOE로 패널 수입처를 다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7대3' 수준인 삼성과 LG의 아이폰 패널 비중이 BOE 진입으로 향후 '4대3대3' 수준까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은 향후 아이패드 신제품에도 OLED 패널을 채택할 전망이다.

중국 공세 속에 삼성과 LG는 차세대 시장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은 내년 초 Q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OLED TV를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LG는 고급형 노트북인 애플 맥북에 미니LED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세계 OLED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OLED 시장은 올해 377억달러(약 44조6000억원) 수준에서 연평균 20억~30억달러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는 465억달러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BO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BOE가 중국 정부에서 직접 받은 보조금만 2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더해 공장을 지을 때 지방정부가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고, 나머지는 투자펀드나 정부가 보증한 은행 대출로 채우는 구조다.

中, OLED '쩐해전술'…삼성·LG 아이폰 공급량 30% 잠식 우려

中BOE 아이폰13 공급에 '빅2' 삼성·LG 초긴장

LCD 기술에 갇혀있던 中BOE
정부 보조금만 10년간 2조원
법인세도 25%서 13%로 '혜택'

일단 아이폰13 리퍼폰에 적용
신제품에 탑재땐 LG 직접타격

CSOT·톈마 등도 진입 시도
中생산 3년뒤 韓절반 '맹추격'

미국 IT 기업 애플이 최근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신제품 발표 행사를 통해 공개한 아이폰13 프로와 아이폰13 프로맥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중국발 디스플레이 전쟁의 전선이 보급형 액정표시장치(LCD)를 넘어 신시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확장됐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앞세운 '쩐(錢)해전술' 앞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마저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6.1인치 아이폰13용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 패널을 출하하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아이폰13 후속 생산 물량부터 BOE의 신제품이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아이폰 시장 '잠금 해제'를 시도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5월 처음으로 6세대 플렉시블(휘는) OLED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아이폰 교체용(리퍼비시) 물량을 일부 따냈다. 이번에는 교체용을 넘어 신제품 탑재까지 염두에 두고 대량생산에 나섰다.

중국산 OLED 패널의 아이폰13 신제품 탑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곳은 LG디스플레이다. 아이폰13 시리즈의 경우 주사율(1초에 디스플레이에 몇 장의 화면을 표시하는지를 나타낸 비율) 120㎐ OLED 패널을 장착한 아이폰13 프로와 프로맥스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으로 공급한다. 주사율 60㎐ OLED 패널을 사용하는 아이폰13 기본형과 미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나눠 공급해오고 있다.

업계는 BOE가 공급하는 OLED 패널이 일반형 모델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13 프로 등 고급형 OLED 패널은 주사율 120㎐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 BOE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를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이 주도해온 OLED 시장은 아이폰13을 기점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맥북 프로 등 태블릿PC와 PC에 LCD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점차 OLED로 개편할 계획이다.

실제로 최근 유비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보기술(IT)용 및 TV용 OLED 출하량은 처음으로 1000만대를 돌파해 1029만대를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29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성장세다. 중국의 추격은 중소형 OLED 패널뿐 아니라 TV 같은 대형 OLED 시장에서도 시작됐다. 중국 업체들이 만드는 OLED TV는 기술력에선 아직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상쇄하고 있다. 샤오미의 'Mi TV 6 OLED'는 55인치 모델을 기준으로 LG전자와 소니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

중국은 문호만 개방된다면 물량을 맞출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BOE는 현재 중국 청두와 ?양에 6세대 OLED 패널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며, 충칭에도 세 번째 OLED 공장을 짓고 있다. CSOT와 톈마 등 후발 기업들도 중소형 OLED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이 계획했던 증설 투자를 끝내면 6세대 OLED 패널을 기준으로 월간 수십만 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2년 전까지 우리의 5분의 1 수준이던 생산능력이 3년 뒤엔 절반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업체 DSCC에 따르면 현재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세가 빠르다. 2020~2025년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2%, 19%인 데 비해 중국 BOE가 25%, CSOT가 52%로 추정돼 한국 업체들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조사기관인 유비리서치는 현재 스마트폰 OLED 시장의 70~80%를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이 내년에 6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중국의 파상공세가 가능한 것은 막대한 정부 지원 때문이다. 중국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첨단산업에 대해 법인세를 25%에서 13%로 낮춰주며 수입하는 장비와 소재는 무관세 혜택을 제공한다.

이 같은 지원 덕에 중국 업체들의 생산 원가는 한국 대비 71%에 불과하다. 중국에 비하면 한국 정부의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투자비의 최대 6%를 세액공제해주는 정도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OLED 특허 출원 수에서 한국을 역전할 만큼 기술력에서도 가파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다"면서 "LCD 산업에서 역전당한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