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金 20일째 기싸움, 결국 '김' 빠진 선대위.."국민 짜증 유발"
대선을 목전에 둔 103석 야당이 20일째 헛돌고 있다. 지난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 윤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지루한 ‘밀당’(밀고 당기기)을 이어온 결과다.
당은 25일 6개 본부장 등 선대위 인선을 추가 발표했지만 정작 총괄선대위원장은 빈칸으로 남았다. 본부장 자리도 36세 이준석 대표를 제외하면 참신성이 떨어지는 평균 61세의 전·현직 의원들로 채워졌다. “지지율 좀 올랐다고 ‘그들만의 리그’에 갇히면 민심이 한순간 차가워질 수 있다”(당 초선의원)는 자성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 후보도 이날 “중요한 시기에 정책이나 비전 대신 선대위 인선 싸움만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리 있는 비판”이라고 답했다.
24일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저녁 회동은 그간의 소모전을 매듭지을 기회였지만 두 사람은 또다시 겉돌았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시간이 조금 필요 것 같다”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에 대해 아직 확정적인 얘기는 안 했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이 함께 가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이 급속히 팽배했다. 검사 시절부터 자기 사람 잘 챙기기로 유명한 윤 후보와, 전권을 손에 쥐고 당 조직을 뒤엎는 방식으로 선거를 이끌던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이 융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윤 후보 선출 직후부터 선대위를 놓고 두 사람의 갈등이 꿈틀대더니, 점차 언사마저 거칠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 인사들을 향해 “파리떼”라거나 “자리 사냥꾼”이라고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급기야 25일에는 윤 후보 측이 자신에게 선대위 합류를 최후통첩했다는 언론보도를 놓고 “주접을 떨어놨던데, 그 뉴스를 보고 잘 됐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23일 취재진에 “그 양반(김종인)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마라”고 했다.
이를 두고 “대의나 명분 때문에 이런 사달이 벌어졌다면 대중도 이해하겠지만, 순전히 윤 후보 측과 김 전 위원장의 기 싸움으로 비치는 게 큰 문제”(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합류를 거부한 것은 윤 후보와 가치·노선이 충돌해서가 아니라, 김 전 위원장과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장제원 의원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도급 인사들의 사적인 악연이 대선 레이스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모두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묘한 신경전으로 국민의 짜증을 유발했다는 게 당 안팎의 냉정한 평가다. 17일 김 전 위원장이 “오늘 윤 후보를 만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자마자, 윤 후보 측이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선대위 구성을 논의했다”고 정반대의 공지를 한 게 대표적이다. 20일에는 윤 후보 측이 “김 전 위원장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선임에 동의했다”고 밝혔는데, 김 전 위원장 측에선 “동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를 두고 한 야당 중진 인사는 “과거 인수위 인선도 이렇게 요란떨진 않았다. 당이 윤 후보의 지지율에 취해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 후보 측은 경선 뒤 도돌이표처럼 외쳐온 ‘정권 교체’ 구호 외에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어떤 비전이나 참신한 정책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당 청년 대변인인 임승호 대변인도 “그래서 이재명 찍을 거냐는 안이한 생각에 갈 곳 없는 청년들을 방치하고, 줄다리기와 기 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조금이라도 자기 뜻과 어긋나면 ‘안 하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야권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의원은 “당 비대위원장까지 지낸 분이 마치 남 말 하듯 당과 후보 측을 공격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며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은 상황에서 무슨 의도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도 중심을 잡고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외려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평가다. 이준석 대표는 선대위 구성 국면에서 잇따라 김 전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해 윤 후보 측과 충돌을 빚었다.
반면 지지율 열세에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은 인적 쇄신 등 변화에 몸부림치고 있다. 24일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은 ‘이재명표 쇄신’에 힘을 실어주겠다며 일괄 사퇴했고, 이 후보는 서울 당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했다. 이를 두고 임승호 대변인은 “우리와 달리 상대 후보는 정책과 비전을 내놓고 있다”며 “많은 분이 쇼라고 침 뱉고 말겠지만, 솔직히 이 후보가 무섭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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