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金 20일째 기싸움, 결국 '김' 빠진 선대위.."국민 짜증 유발"

손국희 입력 2021. 11. 26. 05:01 수정 2021. 11. 2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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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저녁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서울시내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을 목전에 둔 103석 야당이 20일째 헛돌고 있다. 지난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 윤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지루한 ‘밀당’(밀고 당기기)을 이어온 결과다.

당은 25일 6개 본부장 등 선대위 인선을 추가 발표했지만 정작 총괄선대위원장은 빈칸으로 남았다. 본부장 자리도 36세 이준석 대표를 제외하면 참신성이 떨어지는 평균 61세의 전·현직 의원들로 채워졌다. “지지율 좀 올랐다고 ‘그들만의 리그’에 갇히면 민심이 한순간 차가워질 수 있다”(당 초선의원)는 자성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 후보도 이날 “중요한 시기에 정책이나 비전 대신 선대위 인선 싸움만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리 있는 비판”이라고 답했다.

24일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저녁 회동은 그간의 소모전을 매듭지을 기회였지만 두 사람은 또다시 겉돌았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시간이 조금 필요 것 같다”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에 대해 아직 확정적인 얘기는 안 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저녁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내에선 두 사람이 함께 가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이 급속히 팽배했다. 검사 시절부터 자기 사람 잘 챙기기로 유명한 윤 후보와, 전권을 손에 쥐고 당 조직을 뒤엎는 방식으로 선거를 이끌던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이 융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윤 후보 선출 직후부터 선대위를 놓고 두 사람의 갈등이 꿈틀대더니, 점차 언사마저 거칠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 인사들을 향해 “파리떼”라거나 “자리 사냥꾼”이라고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급기야 25일에는 윤 후보 측이 자신에게 선대위 합류를 최후통첩했다는 언론보도를 놓고 “주접을 떨어놨던데, 그 뉴스를 보고 잘 됐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23일 취재진에 “그 양반(김종인)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마라”고 했다.

이를 두고 “대의나 명분 때문에 이런 사달이 벌어졌다면 대중도 이해하겠지만, 순전히 윤 후보 측과 김 전 위원장의 기 싸움으로 비치는 게 큰 문제”(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합류를 거부한 것은 윤 후보와 가치·노선이 충돌해서가 아니라, 김 전 위원장과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장제원 의원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도급 인사들의 사적인 악연이 대선 레이스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모두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묘한 신경전으로 국민의 짜증을 유발했다는 게 당 안팎의 냉정한 평가다. 17일 김 전 위원장이 “오늘 윤 후보를 만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자마자, 윤 후보 측이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선대위 구성을 논의했다”고 정반대의 공지를 한 게 대표적이다. 20일에는 윤 후보 측이 “김 전 위원장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선임에 동의했다”고 밝혔는데, 김 전 위원장 측에선 “동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를 두고 한 야당 중진 인사는 “과거 인수위 인선도 이렇게 요란떨진 않았다. 당이 윤 후보의 지지율에 취해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 후보 측은 경선 뒤 도돌이표처럼 외쳐온 ‘정권 교체’ 구호 외에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어떤 비전이나 참신한 정책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당 청년 대변인인 임승호 대변인도 “그래서 이재명 찍을 거냐는 안이한 생각에 갈 곳 없는 청년들을 방치하고, 줄다리기와 기 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조금이라도 자기 뜻과 어긋나면 ‘안 하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야권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의원은 “당 비대위원장까지 지낸 분이 마치 남 말 하듯 당과 후보 측을 공격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며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은 상황에서 무슨 의도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도 중심을 잡고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외려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평가다. 이준석 대표는 선대위 구성 국면에서 잇따라 김 전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해 윤 후보 측과 충돌을 빚었다.

현장풀) 24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후보가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며 국민들에게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반면 지지율 열세에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은 인적 쇄신 등 변화에 몸부림치고 있다. 24일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은 ‘이재명표 쇄신’에 힘을 실어주겠다며 일괄 사퇴했고, 이 후보는 서울 당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했다. 이를 두고 임승호 대변인은 “우리와 달리 상대 후보는 정책과 비전을 내놓고 있다”며 “많은 분이 쇼라고 침 뱉고 말겠지만, 솔직히 이 후보가 무섭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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