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90년만에 적자.. 코로나 엎친데 온라인 덮쳐

안상현 기자 2021. 7. 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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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대학산업 위기
일러스트= 김의균

“대학교육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5월 ‘신종 코로나 사태가 고등교육에 미치는 재정적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미국 내 6000여개 대학은 신종 코로나 이후 휴학생 증가와 외국인 유학생 감소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주 수입원인 등록금은 물론 행사와 기숙사, 학생식당을 통한 수익이 모두 급감했지만, 원격수업 시스템 구축과 방역 강화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늘었다. 재정이 튼튼하기로 유명한 하버드대마저 2020회계연도 기준 1005만달러(약 114억원)의 손실을 내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고, 이번 회계연도 역시 적자가 유력하다. 하버드는 2019 회계연도엔 3억760만달러(약 3485억원)의 흑자를 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에도 대학들의 재정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앞으로 5년간 미국 대학들은 700억~1150억달러(약 79조~129조8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추가로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미국 PBS 인터뷰에서 “이런 추세면 5~10년 후엔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 이후 온라인 원격수업 문화가 정착되면서, 매년 비싸지기만 하는 대학 대면 강의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이유다.

◇“여행사보다 대학이 먼저 사라질 판”

대학 산업의 위기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EU(유럽연합)의 대학평가기관 유-멀티랭크(U-Multirank)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이후 영국과 호주 대학들의 잠재적 수입 감소율은 각각 14%, 21%에 달한다. 이는 미국(7%)과 비교해 각각 2배,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급속한 고령화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이미 휘청거리고 있던 한국과 일본 대학들의 타격은 더 심각하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국내 사립대 118곳 중 72%에 달하는 85곳이 적자였고, 적자 규모 역시 42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일본의 경우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 조사에서 전국 658개 학교법인 중 121개 법인(18.4%)이 파산이 우려되거나 구조조정을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임원은 “대학 경영진들 사이에선 ‘(코로나 때문에) 여행사보다 대학이 먼저 사라질 판’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고 했다.

대학들은 뚜렷한 대책 없이 허리띠만 졸라 매고 있다. 교육산업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어, 우선 인력을 줄이는 것이 고작이다. 미국의 경우, 신종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인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대학들이 줄인 인력은 65만명에 달한다. 이는 대학 전체 고용의 13%에 해당한다.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도 대폭 늘렸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미국 대학들이 발행한 채권은 413억달러(약 47조원)에 달했다. 전년도 발행액 272억달러(약 31조원)보다 51.8%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구글이 이젠 대학의 경쟁 상대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온라인 교육기관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대학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 구글이 작년 7월부터 도입한 ‘구글 경력 인증서’ 프로그램은 기존 대학 학위를 대체 가능한 IT(정보기술) 분야 온라인 교육 과정이다. 최대 6개월에 걸쳐 온라인 수업을 듣고, 마지막 시험까지 통과해 수료증을 받으면 150개 구글 협력 기업에서 4년제 대학 학위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수강 비용은 매월 39달러로, 시험 비용(149달러)을 감안해도 6개월에 총 383달러(약 43만원)에 불과하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지 인크(Inc)는 “대학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 모두 절약되는 셈”이라며 “구글이 대학의 학위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 미국 4년제 사립대학의 연간 평균 학비는 3만6880달러(약 4178만원)였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서비스) 코세라(Coursera)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 확산 직후 8개월간 2400만명의 학생이 신규 등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전년(2019년) 같은 기간보다 약 320% 늘어난 수치다. 현재 등록 학생이 7700만명에 달하고, 20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20개 학위 과정과 수천 개의 단기 교육과정을 제공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2억9350만달러(약 3325억원)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고, 수익의 51%가 미국 밖에서 발생했다. 지난 3월엔 뉴욕 증시에 상장까지 했다.

신종 코로나로 원격 비대면 수업이 보편화하면서 온라인 학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도 크게 낮아졌다. 컬럼비아대 교육연구센터의 피오나 홀랜즈 선임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는) 온라인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참여하게 하고 있다”며 “온라인 학위와 실제 학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세계 온라인 학습 시장 규모가 지난해 2500억달러(약 284조원)를 초과했고, 2027년에는 1조달러(약 1136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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