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0명의 복면 도둑떼.. 1분만에 백화점 명품 쓸어갔다

김수경 기자 입력 2021. 11. 29. 23:00 수정 2021. 11. 3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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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자 기기 매장서도 절도 발생
캘리포니아, 올해 773건 약탈 범죄
경찰은 인력 부족, 수사 의지 없어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현지 시각) 오후 8시쯤 미네소타주(州) 번즈빌의 대형 전자기기 매장 베스트바이에 30여 명의 절도단이 침입했다. CNN에 따르면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매장에 침입해 TV, 노트북, 태블릿PC 등 각종 전자기기를 쓸어 담아 미리 준비한 자동차로 옮겨 싣고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5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지만 절도단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에 있는 한 쇼핑센터의 선글라스 매장도 4명의 절도단 습격을 받아 3만달러 상당의 선글라스를 도난당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애플스토어에도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10대로 추정되는 절도단 4명이 들이닥쳐 2만5000달러 상당의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총을 들지도, 점원들을 공격·협박하지도 않는 이런 유형의 ‘부수고 훔치는(smash and grab)’ 집단 약탈이 최근 미국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센트럴 지역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도 사건이 88% 증가했으며, 일리노이 시카고,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 등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지난 26일 보도했다.

이들 절도단은 단체로 행동하고, 능숙한 솜씨로 순식간에 범죄를 끝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1일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에 80여 명이 침입해 물건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복면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자동차 25대를 동원해 백화점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각 매장 선반에 진열된 고가의 가방, 각종 전자기기 등을 미리 준비한 가방과 상자에 쓸어 담았다. 이들은 훔친 물건을 자동차에 싣고 1분 만에 달아났다.

일리노이주 콰메 라울 법무장관은 “소매점 약탈 등으로 전국 소매 업체가 손실을 보는 금액이 연간 450억달러(약 54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일리노이는 상점을 노리는 약탈단을 단속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지난 7월 약탈을 막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CBS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TF는 올해 발생한 약탈 범죄 773건을 조사하고 있다.

집단 약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최근 미국의 수사·검거·처벌 시스템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NN은 “범인을 찾기도 어렵고 조사나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둑들이 대부분 마스크나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범인을 특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경찰은 이를 수사하겠다는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작년 5월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경찰에 대한 예산이나 지원을 대폭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시민들이 경찰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는 점 등이 경찰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원인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경찰이나 법원의 인력 부족으로 다른 범죄에 비해 절도 사건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범인을 잡아도 기소까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2014년 피해액이 950달러 이하인 절도를 경범죄로 완화,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장물을 쉽게 판매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는 점도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더힐에 따르면 범인들은 훔친 물건들을 이베이 등 온라인 장터에 아무 제약 없이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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