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탄소중립 과속, 기업은 속이 탄다

입력 2021. 9. 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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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탄소중립 급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야당의 반대 속에 통과시켰다.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장기 로드맵보다 한술 더 떠 비현실적인 단기목표를 법제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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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밀어붙이기 식은 곤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경제단체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여권이 탄소중립 급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야당의 반대 속에 통과시켰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35% 이상으로 높이는 게 골자다.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장기 로드맵보다 한술 더 떠 비현실적인 단기목표를 법제화한 것이다.

정부·여당이 전격적으로 NDC를 강화하자 전체 산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시간을 두고 대비할 수 있다 치더라도 불과 9년 뒤인 2030년에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지게 된 까닭이다. 그러니 철강, 자동차, 정유, 시멘트 등 국내 주력 제조업계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과도한 탄소중립 목표 설정은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고 해외이전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과 궤를 같이한다.

물론 업계도 장기과제인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의 불가피성은 인정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일찌감치 온실가스 절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대차그룹도 지난주 2035년까지 고급 차종인 제네시스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 이어 6일 '2045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단기과제인 '2030 NDC'는 산업 경쟁력과 수출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결국 일방적 NDC 상향 조정으로 현 정권이 국제사회에 생색은 내고, 뒷감당은 업계와 차기 정부에 떠넘긴 꼴이다. 우리보다 탄소중립 기반기술이 훨씬 앞선 유럽연합(EU)의 연평균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상회하는 목표(연평균 3.1%)를 설정한 게 그렇다. 먼저 출발한 황새(유럽 각국 기업)를 좇느라 뱁새의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니 말이다.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에 관한 한 유럽에 뒤진 중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계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탈탄소전략을 수립한 것과도 대비된다.

더욱이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진흥을 핵심으로 하는 문 정부의 에너지 전환계획이 벽에 부딪혀 있다. 그래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여도 2030년 이후까지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계속 늘리는 구조가 이어질 참이다. 그럴 경우 아무리 전기차 보급을 늘려도 탄소배출이 자동차에서 발전소로 옮겨가는 역설만 빚을 게 뻔하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탄소중립 속도전을 밀어붙인다면? 최근 산업연구원은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에서만 2050년까지 에너지 전환비용으로 4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때 기업으로선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것 이외에 선택지가 없게 된다. 정부가 기왕에 '2050 넷제로'란 비전을 세웠으면 탄소절감과 에너지 기술 혁신의 추이를 살펴가며 점진적으로 탄소중립 목표치를 높여나가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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