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넌 신불자·마약 전과" 고영태 "한심한 소리"

박상기 기자 입력 2017. 2. 7. 03:10 수정 2017. 2. 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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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인신공격·막말 공방.. 보다못한 판사가 제지]
최씨, 밤 10시 넘어 고씨에게 10여분간 반말 투로 질문 공세
고씨는 얼굴 돌린채 답변
- 사생활 거론한 최씨측
"불륜이 이번 사태 발단이라는데.."
고씨 "대통령 변호인이 할 소리냐"
- 작심한 듯 폭로한 고씨
"피곤한데 대통령이 부른다며 崔, 청와대 갈때마다 짜증.. 靑 비서를 자기 비서인양 취급"

6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 최씨의 '국정 농단'을 폭로한 고영태(41)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작년 9월 최씨가 독일로 도피한 뒤 처음이다.

오후 1시 50분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고씨는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먼저 법정에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최씨는 증인석으로 향하는 고씨를 힐끗 쳐다봤다. 고씨는 최씨 쪽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이후 심야까지 7시간 넘게 진행된 공판에서 두 사람은 때론 인신공격이나 막말에 가까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날 고씨의 증언을 꼼꼼히 메모하던 최씨는 밤 10시가 넘어 재판이 끝날 무렵 10여분간 직접 고씨를 상대로 반말 투로 질문을 퍼부었다. 고씨는 최씨가 아닌 재판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때 친밀한 관계였다가 완전히 갈라선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최씨가 "신용 불량 걸려 있어서 통장 거래가 안 됐지 않냐"고 하자 고씨는 "저는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 이에 최씨가 "왜 몰라. 그리고 '고민우'로 (법원에서) 개명하려고 했는데 마약 전과(前科)가 나와가지고 못했잖아"라고 했고, 고씨는 "그거는 무조건 아니고"고 응수했다. 두 사람의 감정이 갈수록 격해지자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가 "아직 (물어볼 게) 더 남았어요?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하며 제지하기도 했다.

앞서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고씨에게 공격적 질문을 했다. 이 변호사는 "고씨는 신용 불량자이고 '고민우'라는 가짜 이름을 사용했으며 최씨에게 빌린 월세 방 보증금 3000만원도 갚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고씨는 "무슨 뒷조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신용 불량자 된 적이 없고 고민우라는 이름도 쓴 적이 없고 보증금은 2000만원인데 다 갚았다"고 맞섰다.

이 변호사가 "고씨의 월세 방에 최씨가 찾아갔는데, 어떤 여성이 정유라의 애완견을 안고 있는 걸 보고 최씨가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하자 고씨는 "사생활이라 답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사건에선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고씨와 최씨의 불륜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고 했다"고 말하자 고씨는 "신성한 헌재에서 그런 말을 했다니 한심하다. 인격적인 모독을 하는 게 대통령 국가원수 변호인단이 할 일인가"라고 응수했다.

고씨는 이날 최씨의 '청와대 출입 상황'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이 변호사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를 어디 다 대보라"고 하자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면 제가 (차를 태워서 종로구) 낙원상가 앞에서 내려줬고, 이영선 행정관이 거기 기다리고 있다가 (차를 태워) 데려가곤 했다"며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마다 '피곤한데 대통령이 부른다. 스트레스받는다'며 짜증을 냈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씨는 청와대 비서들을 자기 비서인 양 대했다"고도 했다.

고씨는 '최씨 소유라는 더블루K는 실제로는 고씨가 장악한 회사 아니냐'고 이 변호사가 물었을 때는 "내 회사였으면 내가 잘릴 이유가 없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터뜨리겠다고 최씨를 협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얘기하면 더 내가 억울하다. 그럴 힘이 없었다"고 답했다.

또 이 변호사가 "최씨에게 '돌대가리를 왜 무겁게 달고 다니느냐'며 막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 말은 내가 최씨에게 한 말이 아니고, 최씨가 내게 한 말"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최씨는 이 변호사와 고씨가 이런 문답을 주고받을 때 고씨를 매섭게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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