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vs 맞불' 인원논란 되풀이.. "'민심 레이싱' 지양해야"

이창수 기자 입력 2017. 2. 11. 22:57 수정 2017. 2. 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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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 보수-진보 대결의 장 될까 우려.."숫자 적어져도 민심 변함 없어"

‘210만’

11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 친박단체에서 밝힌 ‘태극기 집회’ 참가자 수다. 탄기국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 210만명이 탄핵반대 집회에 모였다”며 “민심이 돌아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주 집회에서도 탄기국 측은 촛불집회 측 인원수가 발표되자 “1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1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탄핵무효 태극기 애국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과시용’ 혹은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란 지적이 강하다. 서울시청 앞 광장 일대에 200만명이 동시에 모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선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는데, 언론에서도 집회 참가자 수를 측정할 객관적 잣대가 없는 탓에 이들이 주장하는 수치를 ‘인용’을 하거나 “과장된 수치란 지적이 있다”고 해설을 달아 내보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숫자가 민심 대변?

집회 참가자 수 문제는 앞선 촛불집회에서도 계속해 불거진 문제였다. 주최측 추산 인원과 경찰 추산 인원이 현격히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9일 첫 촛불집회 참가인원은 주최측 추산 3만명이었지만 경찰 추산 1만2000명으로 2.5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후 2차(4.3배), 5차(5.8배), 8차(10배), 9차(13.2배) 계속해 늘어난 차이는 새해 첫 집회였던 11차 집회에서 25배(주최측 추산 60만명, 경찰추산 2만4000명)까지 벌어졌다. 친박단체의 ‘맞불집회’ 역시 경찰 추산 인원과 매번 60∼80배까지 벌어지는 등 차이를 보였다.

이에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실제 집회 상황과 비교해 “경찰의 인원 추산 방식이 잘못됐고, 이는 촛불집회를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의심된다”며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고소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간 보수단체 측이 발표한 탄핵 반대집회 규모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많았고, 경찰이 종종 정권 눈치를 봤다는 불신이 사라지지 않은 탓에 논란은 더 커졌다.

인원 논란이 매번 되풀이되자 경찰은 지난달 13일부터 집회 인원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인원 추산이 갈수록 논란이 되고, 몇 주 전부터는 탄핵 찬반을 놓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단체들이 동시에 집회하다 보니 어느 집회 참가 인원이 많은지를 두고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탄기국 측은 매번 집회에서 100만∼2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며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근 지하철역 승객 수, 집회 장소의 휴대전화 신호량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산 방식을 개발해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주최 측에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맞불집회’ 보수진영 중심축 되나

각 집회의 ‘숫자 레이싱’ 현상이 고착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진영에서 매번 집회 참가자 수를 ‘성적표’처럼 공개하다보니 자칫 촛불집회가 애초 박 대통령 비선실세 등 비리의혹을 떠나 보수와 진보 혹은 여권과 야권 각 진영의 세를 과시하는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단 것이다. 이른바 ‘벚꽃 대선’이 정치권 안팎에서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양측 집회가 표심의 민심 가늠좌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숫자 레이스’화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 나온 바 있다. 대부분 언론들이 연일 숫자를 부각하면서 인원 기록 경신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내보내면서 낮아진 기온과 계속된 집회 참여로 인한 피로도 누적 등으로 자연스레 줄어든 집회 참가자 수를 두고 정치권에서 엉뚱한 해석을 할 수 있단 지적이었다.

실제로 이날 ‘태극기집회’에서는 여권의 주요 정치인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새누리당 이인제 전 최고의원 등 정치인이 대거 참석했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유력 법조계 인사 및 보수 원로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촛불민심을 의식해 ‘거리두기’를 하던 보수인사들의 집회참석이 늘면서 애초 일부 친박집단의 잔치로 평가받던 ‘맞불집회’가 조기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중심축이 되고 있단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숫자에 의미두지 말아야”

시민들은 촛불집회가 진보와 보수 혹은 여권과 야권의 힘겨루기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집회 참가자 수의 객관적인 수치를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추위 및 집회 피로도 등 다양한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른바 ‘총동원령’ 등 숫자경쟁이 계속되면 시민들의 피로도만 누적될 수 있단 지적이다.

이날 광화문 광장을 찾은 대학생 김영석(24)씨는 “정치권이 숫자로 민심을 재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이모(44)씨도 “언론이나 주최 측에서 ‘몇 명 모였다’보다 ‘무엇을 얘기했는지’를 제대로 전달했으면 한다”며 “100만이 10만이 됐다고 해서 민심이 바뀌거나 의미가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퇴진행동 측은 “그쪽(탄기국 측)에서 집회에 모이는 것도, 숫자를 발표하는 것도 자유”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동떨어진 수치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촛불집회는 좌우를 떠나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해 사회 정의를 세우는 작업”이라며 “자칫 진보와 보수 등 대결 형국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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