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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워킹맘 상전 된 '이모님'.. 우리도 외국서 모셔 오면 안되나요

송혜진 기자 입력 2017. 02.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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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도우미 구하기 전쟁
수요에 못미치는 공급
서울·경기 지역에선 월급 170만원은 줘야..
그나마 관둔다고 할까봐 이모님 눈치 보기 급급
싱가포르·홍콩처럼 가사 도우미 시장 개방
저임금 도우미 들어오면 여성의 경제활동률 10%p 오른다는 연구도

대기업 마케팅팀 부장인 권모(42)씨는 10살 난 쌍둥이 남매 엄마다. 그는 작년 말 속상한 마음에 술 한잔 마시고 눈물을 흘리며 한 사설 도우미 알선 사이트에 이런 글을 썼다. "제 쌍둥이 남매를 사랑으로 돌봐주실 분을 찾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셨건, 나이가 몇 살이시건, 살림을 못하시건 잘하시건 상관없습니다. 한국 음식 못 하시면 반찬 배달시켜 먹겠습니다. 청소는 저와 남편이 합니다. 그저 아이를 월급이나 보너스로 보지 않고, 꾸준하게 최소 2~3년 애정을 갖고 챙겨주시면 됩니다. (이하 생략)" 권씨는 "야근과 출장이 잦은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려면 결국 입주 도우미를 쓸 수밖에 없는데, 아이가 쌍둥이라 도우미 구하는 것 자체가 워낙 어렵다. 그나마 구해도 오는 사람마다 걸핏하면 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아니면 관두겠다고 하니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정부가 맞춤형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워킹맘들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정부 부처부터 일반 기업까지 야근이 잦은 조직 문화를 안고 가는 우리나라다. 대기업 회계팀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차모(39)씨는 "후배들도 종종 휴일도 없이 일하는데 내가 애 엄마라고 꼬박꼬박 칼퇴근하고 휴일 챙길 수가 없다. 회사에서 버티려면 육아를 희생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들 워킹맘의 현실적인 대안은 월급을 헐어 도우미를 구하는 것. 10년 전만 해도 서울·경기 지역에서 도우미들의 입주 월급은 주 5일 근무 기준 100여만원으로 시작했으나, 5년 전부턴 150만원으로 훌쩍 뛰었고, 최근엔 170만원가량으로 올랐다.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는 지난달 18일 한 맞벌이 부부를 만나 "저도 (예전에) 육아 도우미를 쓸 때 둘 중 한 명이 버는 돈은 다 없어졌다"고 했다.

워킹맘의 상전, 육아 도우미

차씨도 결국 입주 도우미를 들였다. 8살 난 아이 하나를 주 5일 봐주는 조건으로 한 달 170만원을 준다. 아이가 '이모'를 잘 따르면서 도우미의 요구도 늘어갔다. '한 달 두 번은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겠다' '매주 오전엔 2시간씩 운동하고 산책하러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식이다. 차씨는 불만이 많았지만 '이모가 떠나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모두 맞춰줬다. 그는 "이모님이 상전"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적극 활용하라는 답을 내놓지만 현실은 마땅치 않다. 지난 7월부터 정부가 전업주부 아이는 빨리 하원시키고, 워킹맘 아이는 늦게까지 맡아주는 소위 '맞춤형 보육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엄마들 불만은 여전하다. 전업주부들 사이에선 "정부가 전업주부 아이를 봐주지 않는다는 건, 결국 전업주부의 재취업 가능성을 빼앗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가 나오고, 워킹맘들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존 어린이집과 달라진 게 없다. 허둥지둥 퇴근해서 아이를 빨리 데려가야 하는 고충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작년 10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맞벌이 가구의 가정 내 보육 실태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엄마 중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개인 양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의 59.8%는 "육아 기관이 봐주는 시간 이외에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대답했다. '자녀가 어려서 기관에 적응이 어려울까봐'라고 대답한 경우는 36.4%, '원하는 시간에 기관을 이용할 수 없어서'라고 대답한 경우도 20.3%였다.

외국처럼 도우미 수입 못 하나

지난 4월 연세대 모종린 교수 연구팀은 '이민 시장 개방의 정치경제학: 가사 도우미와 30대 워킹맘의 정치 참여'라는 논문에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장이 개방돼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가 많이 들어오면 여성 경제활동률 10%포인트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연구팀이 수도권 워킹맘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8%는 "만약 외국인 도우미가 한국어를 구사하고 고용 비용이 70만원이며, 일정한 숙소에서 출퇴근이 가능하다면 고용할 뜻이 있다"고 답했다. 모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 인구 비율이 58.2%로 국내 남성(78.8%)보다 훨씬 낮은 데다, OECD 국가 여성 평균인 62.8%보다도 떨어지는 이유는 그만큼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높은 보육 비용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비슷한 지적을 한다. 그는 "OECD는 2015년엔 한국이 일본·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 고령화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감소율을 그나마 낮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성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싱가포르·홍콩·대만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정식으로 비자를 발급해주는 문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도 오는 3월부터 외국인 가사 도우미 고용을 가나가와·오사카 같은 지역에 한해 허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장 확대 방안이 논의됐지만, 부처 간 의견이 달라 결론을 못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선 어린이집 위주로 짜놓은 보육체계를 흔들면 사설 어린이집 반발이 거셀까 걱정한다. 법무부에선 가사 도우미로 입국한 이들이 행여 불법체류자로 전락할까 우려한다. 최저임금제도 논란이다. 만약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합법 체류자로 들어온다면, 현재 법 체계로선 이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 월급으로 126만원 이상 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싱가포르·대만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 비용과 격차가 크고, 이럴 경우 이들을 수입하는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권 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110조원이 들어갔다지만 지금껏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소위 '인구절벽'이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새 보육정책 판을 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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