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응원가 "못생긴 고대, 이대·숙대에 차이고"..여혐 논란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입력 2017. 2. 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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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 공개된 연세대학교 응원가 'Woo'에 여성 비하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연세대 페이스북은 9일 연세대 응원가 노래방을 오픈했다며 2017학년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첫 선을 보일 새 응원가 'Woo' 등을 메들리 형태로 공개하며 "연세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필수 연세응원가. 영상으로 OT 전에 미리 숙지하고 가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분 18초 분량의 이 응원가는 지난해 2월 10일 연세대 공식 블로그에 '와이온(캐릭터)과 아카라카(응원단)가 새내기 후배게들에게 알려주는 연세대 응원 3탄'이라는 내용으로 응원단 율동과 함께 동영상으로 공개된 바 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자 이제 우리가 너희들을 깐다 / 여기~ 저기~ / 자 이제 우리가 너희들을 깐다 / 여기~ 저기~ / 자 이제 우리가 너희들을 깐다! (조금 더 크게) / 여기~ 저기~ / 고대 못생겼어 일단 못생겼어 / 그냥 못생겼어 고대 쒜이낏 / 고대 못생겼어 아직 못생겼어 / 계속 못생겼어 고대 쒜이낏 /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 /여기저기 차이고 차이고 또 차이고 / WOO WOO WOO WOO / WOO WOO WOO WOO (X2)"

뒤늦게 논란이 된 것은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 부분이다.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고대 남학생들이 못생겨서 이화여대생과 숙명여대생들에게도 대우를 못받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게시물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고대가 못생겼는데 이대 숙대는 왜 나오는 거지?", "우리학교(를) 왜 괜히 저런 가사에 갖다 붙이나. 속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본 한 이화여대생은 "연세 새내기들에게 새로운 연고전 응권가를 소개한답시고 만든 영상이었는데, 눈과 귀를 의심케하는 문제적인 가사의 행진이 이 글을 쓰게 했다"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성차별적 여성혐오와 학벌주의가 결부된 응원가라고 지적한 그는 "'고대 못생겼어'를 훅(Hook) 삼아 만든 이 노래의 여혐 킬링 포인트는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다"라며 "이 노랫말은 이대/숙대를 '대한민국의 어느 명문 남대생의 여자친구' 정도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숙대생들은 연고대생들이랑 사귀려고 이 대학에 다니는 게 아니다"며 "근데 왜 여자대학은 항상 '짝짓기' 대상이 되는 것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러한 이유로 "(학벌주의를 기반으로)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연대와 고대가 서로를 놀리면서 노는 건 잘 알겠다. 그런데, 이 놀이의 주체는 언제나 남학생이다. 연대 '공식' 응원가에서 '이대/숙대생에게 차여서 불쌍한 고대생'이라는 노랫말이 나오는 이유도 그러하다. 그 대학의 여성 주체들은 어디로 갔는가"라며 "연대가 고대를 놀리는데 사용한 방식은 이성애자 남성에게만 국한되는 표현이다. 여성에 대한 구애에 실패한 모습을, 즉 남성성이 박탈되는 모습을 학벌주의와 결부해 희화화한다"고 비판했다.

"'학벌은 좋지만 이성애적 연애에 실패하는 남성 고대생들'의 실체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건 재미도 감동도 없는 그저 수준 낮은 놀이"라고 규정한 그는 "이대/숙대생 모두를 이성애자 여성으로 국한하는 것이고, 명문대 남학생들의 구애를 기다리는 존재로 상정한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연고대생들이 연고전이라는 대학 문화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들의 즐거움까지 박탈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그 즐거움을 이루는 핵심 요소인 '응원가'에 이런 식의 성차별적/학벌주의적 표현이 들어간다면 몹시 곤란하다"며 "저 노랫을 그세 흥얼거릴 연대생들을 생각하니 소름 돋고 짜증난다. 여혐과 학벌주의의 대환장 콜라보는 그래서 이렇게 무섭다"고 질타했다.

현재 연세대 페이스북의 이 응원가 동영상 게시물은 조회 2만7천회, 공유 250여회, '좋아요' 등은 반응은 900여명, 댓글은 250여개를 넘었다.

학교 응원단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문제 제기가 된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해당 곡을 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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