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박 대통령 측의 증인 출석 요구에 "심판 지연 의도"..헌재에 제출한 탄원서 뜯어보니

구교형 기자 입력 2017. 2. 2. 10:34 수정 2017. 2. 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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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KT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황창규 회장(64)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헌재에 낸 탄원서에서 “신속한 절차 진행 회피 의도”라고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KT마저 ‘난파선’이 된 청와대를 향해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31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황 회장은 KT 이사회 의결을 거쳐 연임에 성공했다.

2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증인 채택 관련 의견서’에 따르면 KT는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증인 신청은 본건의 신속한 절차 진행이라는 헌재의 취지를 피해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으로, 신속한 심판 절차 진행 및 필요성 등을 참작해서 피청구인의 증인 신청을 기각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라고 헌재에 입장을 밝혔다. 탄원서 형식의 이 문건은 황 회장의 직인이 찍힌 채로 지난달 18일 헌재에 제출됐다.

또 KT는 “황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탄핵소추 사유(강요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증언할 경우 이는 피청구인의 입장에서 불리(공권력을 이용해 인사 채용과 광고대행사를 선정하는 행위)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음에도 황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은 신속한 심판 절차에도 반한다고 사료됩니다”라고 부연했다.

지난달 18일 KT가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황창규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이에 반발해 헌법재판소에 낸 탄원서 내용.

지난 23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증인 39명을 추가로 신청하면서 명단에 황 회장을 포함시켰다. 그러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황 회장은 ‘증인으로 나오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입증 취지를 생각하면서 하라”고 말했다. 무더기 증인 신청은 심리에 보다 많은 시간이 들도록 해 탄핵심판 결정을 가능한 늦추려는 의도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검찰 수사 결과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 기소)가 KT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은 직권을 남용해 KT에 이동수씨와 신혜성씨를 각각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로 채용하도록 강요했다. 이들을 채용한 KT는 이 전무를 통해 최씨가 실소유주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줬다.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발한 KT는 2002년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됐다. 그러나 KT의 최대주주는 지분 10.47%를 보유한 국민연금으로 여전히 새로운 회장이 임명될 때마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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