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은 틀렸다.. 일과 삶은 하나"

조태성 입력 2018. 3. 1.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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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바야흐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곧 '일과 삶의 균형'이다.

인간은 일을 절대 놓을 수 없으며, 놓아서도 안 된다고.

28일 '다시, 장인이다'(영인미디어)를 낸 장 교수는 '워라밸'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는데, 엄밀히 말해서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니에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인 삶'과 '일이 아닌 삶'간의 조화에요.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을 삶 밖으로 내몰면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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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교수 "작업의 재구조화 통해 장인을 길러야"
장원섭 교수는 "일은 생계수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 역설한다.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일을 일답게 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세는 바야흐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곧 ‘일과 삶의 균형’이다.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일이 원수다. ‘호구지책’, ‘밥벌이의 비루함’에 대한 토로가 쏟아진다. 한걸음 더 나가 회사란 독립할 능력과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나 모인 곳이니 적당히 시간 때우면 그 뿐인 곳이요, 진정한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은 퇴근 혹은 퇴직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주장하다.

실제 사람들이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교 조사한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결과를 보면, 미국(자아실현형), 일본(관계지향형), 프랑스(보람중시형) 등과 달리 한국은 대표적인 ‘생계수단형’ 국가로 분류된다. 이 흐름에 장원섭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반기를 든다. 인간은 일을 절대 놓을 수 없으며, 놓아서도 안 된다고.

28일 ‘다시, 장인이다’(영인미디어)를 낸 장 교수는 ‘워라밸’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는데, 엄밀히 말해서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니에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인 삶’과 ‘일이 아닌 삶’간의 조화에요.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을 삶 밖으로 내몰면 안되지요.”

인간은 일을 떠날 수 없다. 정신의학 쪽 연구를 보면 우울증, 중독증 같은 각종 정신질환은 ‘루틴한 일상의 부재’에서 온다. 하릴없이 노는 것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막상 그리 놀기만 하면 사람이 망가진다. 프리랜서의 삶만 봐도 그렇다. 소설가 김훈은 하루 200자 원고지 분량 3장, 김연수는 하루 5장,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5~6시간씩 분량이나 시각을 딱 정해 놓고 글을 쓴다.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오히려 루틴한 일상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역설이다.

장원섭 교수는 워라밸의 열풍의 탈출구는 장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원섭 제공

실제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AI)의 공습을 두고 이제 ‘기본소득’을 고려해봐야 할 때라는 주장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만 할 것 같은 진보 그룹들이 의외로 크게 호응하지 않거나 되레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장 교수는 이를 에스프레소에다 크림을 첨가한 커피에 비유했다.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큰 컵에 마시는 워커홀릭도 문제지만, 크림만 먹으며 순간의 달콤함만을 즐기다가는 건강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장 교수가 탈출구로 제시하는 것이 ‘장인(匠人)’이다. 일을 일답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장 교수의 제안은 작업 과정에 장인적 요소를 더 많이 집어넣는 ‘작업의 재구조화(Job-crafting)’다. 볼보의 스웨덴 우데발라 공장 실험이 한 예다. 우데발라 공장은 자동차 공장의 상징인 컨베이어벨트를 없앴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작업과정을 몇 개의 덩어리로 한데 뭉친 뒤 숙련공과 비숙련공으로 조직된 팀이 한 부분씩을 책임지고 하도록 했다. 일을 일답게 하기 위해서는 권한의 분산, 작은 성취의 경험 같은 것들이 장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 등 국내 유수 기업에 이런 내용의 강의도 했다.

구체적으로 작업방식을 어떻게 재조정해야 할까. 장 교수는 이를 위해 연구자와 기업인들간 모임인 장인성연구네트워크(http://jrn.kr/(http://jrn.kr/))도 만들었다. 작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 모델을 만들어보기 위해서다. “결국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요. ‘장인육성프로그램’을 구성해본 것도 있고, 이를 어떻게 현장에다 적용시킬 것인지 앞으로 계속 연구해갈 생각입니다. 장인은 결국 제도, 구조, 교육의 문제니까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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