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숨겨진 '야한 농담' 복원

심윤지 기자 입력 2018. 5. 1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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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갈색 종이로 가려졌던 부분
ㆍ성에 대한 솔직한 감상 담겨

<안네의 일기>의 숨겨진 두 페이지가 공개됐다. 사춘기 소녀 안네 프랑크(1929~1945)가 느끼는 성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 담겼다.

안네 프랑크 박물관 등 4곳의 연구원들이 15일(현지시간) 프랑크의 일기 중 갈색 종이로 가려져 있던 미공개 부분(사진)을 복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내용은 네덜란드의 비밀 다락방에서 은신 생활을 하던 1942년 9월28일 쓰였다.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원치 않아 프랑크가 직접 가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려진 부분에는 프랑크가 “야한 농담”이라고 표현한 네 편의 글을 비롯해 결혼·피임 등 성에 관한 단상이 적혀 있다. 프랑크는 “나는 가끔 낯선 이가 나에게 다가와 성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운을 뗀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생리에 대해서는 “여성이 성숙했다는 신호”라고 표현했다. “모든 정상적인 남성들은 거리에서 말을 걸어오는 여자들과 어울린다”며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도 있다.

이미 공개된 일기에도 직설적인 표현으로 성 관련 서술을 한 부분이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를 ‘문학적으로’ 서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복원에 참여한 로널드 레오폴드 안네 프랑크의 집 사무총장은 “프랑크는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가상의 인물에게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성을 다룬 일기에서 그 초기 단계의 사례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네의 일기’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사적인 내용을 적은 것과 나치 독일하에서 유대인들이 겪은 고통을 기록한 것이다. 프랑크는 출판을 목적으로 두 개의 일기를 하나로 합치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적인 부분을 지우는 등 편집을 했다.

연구원들은 그동안 종이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일기가 손상될 것을 우려해 복원을 미뤘다. 그러나 일기장을 직접 만지지 않고도 가려진 내용을 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노트 뒤쪽에서 빛을 쏘아 이를 이미지화한 뒤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문장을 판독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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