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왜 놀까? 그래서 행복할까?

입력 2018. 1. 6. 09:09 수정 2018. 1. 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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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운동능력, 돌발상황 대비, 사회성 강화가 주된 이유
자극 없는 환경, 일방적 놀이, 강요는 복지 떨어뜨려

[한겨레]

개들은 놀이를 통해 체력과 사회성을 기른다. 그러나 놀이가 모두에게 반드시 만족스런 것은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강아지는 잘 논다. 다른 강아지나 사람과, 아니면 혼자서도 논다. 강아지보다 빈도는 떨어져도 다 큰 개도 놀기를 즐긴다. 개는 왜 놀까. 노는 것이 개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당연해 보이는 이 질문을 둘러싸고 과학자들은 1세기 넘게 논쟁해 왔다.

노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놀다가 다치거나 질병이 옮아올 수도 있고, 노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포식자의 밥이 될 수도 있다. 개 등 포유류뿐 아니라 파충류, 어류, 유대류, 무척추동물인 문어에서까지 나타나는 노는 행동에 대해 과학자들이 ‘왜?'라고 질문을 하는 이유이다.

레베카 솜머빌 영국 에든버러대 왕립수의학교 수의학자 등은 과학저널 ‘응용 동물행동학’ 최근호에 실린 종설 논문 “개는 왜 노나”에서 많은 과학자가 이 문제에 대해 이제까지 내놓은 연구결과를 4가지 이론으로 정리했다. 개가 노는 이유는 운동기술 습득,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훈련, 사회적 결속, 그리고 다른 생물학적 과정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또 통념과 달리 논다는 것이 동물복지 측면에서 언제나 좋은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우에 따라 노는 건 지루함의 표현이거나 고통일 수 있다.

노는 이유에 관한 4대 이론

강아지 두 마리가 노는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자. 상대를 쫓고 물고 올라타고 당기고 흔든다. 반대로 드러누워 방어하기도 한다. 이 모든 동작은 나중에 성체가 되었을 때 꼭 필요한 힘과 민첩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자들은 놀이가 운동능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밝혔다. 물론 놀이가 실제 행동을 훈련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는 의문이고, 놀이를 하지 못했다고 장기적으로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는 증거도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앞발을 펴고 상체를 숙여 절을 하는 듯한 강아지의 행동은 상대에게 놀자고 청하는 동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강아지는 놀면서 어느 정도 세기로 물어야 상대와 계속 놀 수 있는지 배운다. 또 절을 하는 것처럼 앞발을 쭉 펴고 상체를 숙이는 동작을 통해 상대에게 “더 놀자”고 청하는 법도 학습한다. 이런 동작은 노는 과정에서 물고 뛰어오르고 거칠게 굴어도 공격하려는 게 아님을 예고하는 것이다. 놀 때 밑에 깔리는 개가 언제나 작거나 약한 개는 아니다. 이것은 복종이나 굴복이 아니라 놀이를 재촉하는 동작이다. 이처럼 놀이는 사회적 소통 방식이고 이를 통해 관계를 두텁게 한다.

연구자들은 최근 놀이가 단지 육체적 단련뿐 아니라 두뇌 발달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돌고래의 예처럼 새로운 행동을 통해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증거가 많은 이론은 놀이가 예상 밖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몸의 균형을 상실했을 때 균형을 재빨리 찾고, 싸움과 도망치는 것을 연습해 스트레스 상황을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행동이 이른바 ‘자기 불구화’(self-handicap)이다. 개 두 마리가 놀 때 스스로 바닥에 깔리는 등 일부러 불리한 처지로 자신을 몰아넣음으로써 역경에 처한 상황을 연습한다는 것이다.

시베리안허스키와 노는 아이. 개의 놀이 행동은 사람이 반려동물로 육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행동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이 퍼홀스/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반대로 놀이 자체에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생물학적 과정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환경 자극이 부족해 나타난 자기만족 행동이라는 설명이 그 예이다. 복잡한 인지능력이 있고 두뇌가 큰 동물일수록 그런 감각의 결핍에 예민하게 반응해 잘 논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고 먹고 사는 일이 절박하지 않은 새끼들에 노는 행동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부산물 이론’의 증거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하면서도, 가축화 과정에서 인위적인 선택의 결과 노는 행동이 강화됐을 가능성은 유력하다고 했다. 과거 개는 사냥, 경비, 방목 등 일하는 동물이었지만 최근 반려동물로 바뀌면서 그 과정에서 노는 행동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개는 새끼 늑대의 형질을 성체가 되어서까지 간직하는 동물이다. 연구자들은 개를 육종하는 과정에서 놀이를 좋아하는 유아성을 성체 때까지 유지하는 품종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개가 사람과 지내면서 보상과 훈련을 통해 노는 능력을 강화한 측면도 있다.

논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다

혼자 노는 개는 자극 없는 환경에서 무료해 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는 놀 때 행복하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홀로 있는 개에게 장난감은 먹잇감을 다루는 포식자로서의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개가 혼자 노는 것은 종종 잠재적인 나쁜 복지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자극 없는 환경이나 동료와 사회적 상호관계를 할 수 없어 혼자 노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개 두 마리가 물고 상대를 쓰러뜨리며 노는 건 즐거운 놀이이다. 그러나 개들은 사람과 놀 때보다 다른 개와 놀 때 더 경쟁적인 경향이 있다. 장난감을 독차지하려 하지 절대 나누지 않는다. 따라서 일방적이거나 공격적인 놀이는 약한 쪽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연구는, 사람의 개 물림이 놀이와 그렇지 않은 행동을 구분하지 못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 물림의 40%가 사람이 놀이로 착각한 데서 발생한다는 연구인데, 그 이유가 지나친 육종으로 인해 꼬리가 없거나 짧은 다리, 긴 몸 등 개의 형태가 달라져 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게다가 많은 개 품종이 놀자는 의도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특히 어릴 때 다른 개와 제대로 접촉하지 못한 개는 커서 다른 개와 만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복지가 준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 다른 개들과 지낸 개들이 나중에 다른 개들과 만났을 때 더 행복하다. 박미향 기자

사람과의 놀이도 명령과 비위 맞추기 강요로 이어진다면 개에게 즐거움이 될 수 없다. 연구자들은 특히 전통적으로 개를 훈련할 때 쓰는 고함과 체벌보다는 놀이를 이용한 긍정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adshaw, J.W.S., et al., Why do adult dogs ‘play’? Behav. Process. (2014),

http://dx.doi.org/10.1016/j.beproc.2014.09.0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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