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지목된 국민대 교수 정년 앞두고 해임, 학생들 반발

여성국 2018. 5. 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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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중앙포토]
"정년이 1년 남짓 남은 J교수에게 해임 징계를 내리는 것은 처벌보다 용서에 가깝다. 향후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공식 절차를 거쳐 단순 해임이 아닌 파면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성윤리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대자보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J교수는 현재 육·해·공군, 해병대가 입고 있는 신형 전투복 패턴을 디자인했다.

지난 3월 대학가의 연이은 미투 고발로 학내 감춰진 권력형 성희롱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올렸다. 국민대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 졸업생 A씨는 의상디자인학과 J교수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를 지난 2월 폭로했다. 이어 다른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조형대 비대위에 따르면 학교는 4월 6일, J교수의 동의하에 그를 수업에서 배제했다. 이후 진상조사를 거쳐 '교원징계의결요구' 안건을 추가해 27일 정기 이사회를 개최했다. 5월 4일 공개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전원 찬성으로 J교수에게 파면이 아닌 해임 요구를 의결했다. 곧 J교수에 대한 해임안으로 징계위원회가 소집될 예정이라고 한다.

비대위는 "해임 징계는 공무원 임용 불가 시기가 3년이며 연금법상 불이익이 없다. 5년 동안 공무원 임용이 불가하고 퇴직급여액의 삭감, 연금급여 삭감이 포함된 파면보다 가벼운 수준의 징계다"며 "파면이 아닌 해임은 정년을 1년 앞둔 J교수에게 그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성희롱, "가해자에게 징계로 인한 불이익 전혀 없어"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육·해·공군, 해병대 전투복 패턴을 디자인한 J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하얗고 통통한 여학생들의 겨드랑이를 상습적으로 꼬집었다. 피해 졸업생들은 J교수 졸업전시회 준비 시간 중 학생들의 옷 속에 디자인 재료를 넣고 꺼내거나 가슴, 엉덩이 등을 만져 성추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국민대에 붙은 대자보. [중앙포토]
15년 넘게 이어진 J교수의 손버릇은 최근까지도 계속됐다고 한다. 복수의 의상디자인학과 재학생들은 "여전히 여학생 겨드랑이는 대수롭지 않게 만지고 엉덩이를 치거나 배를 만지기도 한다"며 "학생들에게 '넌 왜 이렇게 가슴이 작냐'는 말을 하거나 '뽀뽀해주면 늦어도 괜찮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학교 측이 향후 가해자가 제기할 행정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징계 수위를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상임대표는 "무조건 가해자를 파면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이 경우처럼 퇴직이 1년 남은 시점에서 파면 대신 해임을 하는 건 실질적으로 가해자에게 징계로 인한 불이익이 전혀 없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가해자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면할 경우 금전적 불이익으로 인해 해당 교수가 행정소송 할 가능성이 높아 학교 측이 처벌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학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적극 대처하고 J교수에 대한 징계를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미흡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사건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미흡한 점이 있다고 고백한 적 있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 징계뿐 아니라 대처 방안 개선 등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국·김지아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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