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누드모델 "몰카에 성추행" 폭로..학교측 '진상 조사'

박준배 기자 2018. 5. 3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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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익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카 사진이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촬에 이어 성추행까지 당했다는 주장이 나온 대자보 사진. 30일 페이스북 등 SNS에는 '저는 누드모델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올라왔다.(페이스북 캡처)2018.5.30/뉴스1 © News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최근 홍익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카 사진이 유출돼 파문이 인 가운데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촬에 이어 성추행까지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측은 대자보의 진위 여부부터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페이스북 등 SNS에는 '저는 누드모델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올라왔다. 해당 대자보는 전남대의 한 건물에 나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 A씨는 전남대 예술대에서 지난 3월말부터 5월까지 모델수업을 진행한 누드모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3월28일 오후 2~5시에 진행한 대학원 수업에서 이모 대학원생의 수업 촬영 영상이 적발됐다"며 "몇몇 대학원생들이 이모씨가 동영상을 찍었고, 동영상에 저의 나체가 찍혀있다고 제보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모씨에게 영상 확인요청을 부탁했으나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아간다며 되레 화를 냈고 '자! 됐지?'라고 말하며 영상을 지웠다"며 "당시 대화 소리는 꽤 컸고 지도교수 바로 뒤에서 일어났지만 지도교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후에 수업에 집중하느라 몰랐다는 변명을 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동영상은 한 개만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됐고 학과실에 당시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하며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씨는 "안 그래도 나이 먹어서 학교 다니는데 사진을 어디에 쓰겠냐.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항의했고, "이번 일로 너무 상처받았다. 자퇴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A씨에게 "나도 너만한 자식이 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며 "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A씨는 "도무지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말들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제게 가해진 이런 2차 가해들로부터 학과실이나 지도교수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고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들은 그것을 사과라 치부하며 사과했으니 마무리됐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며 "아직 전남대에서 진행해야 할 수업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고 일을 해야 했기에 더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잠잠해진 줄 알았던 이씨의 가해는 또 다시 이어졌다. A씨는 "지난 5월9일, 대학원 수업에서 이씨가 또다시 저를 불러 사진 한 번만 찍으면 안 되냐고 물어왔다. 저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홍익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수업 시작 전 지도교수가 홍대 사건을 언급하며 주의를 주었음에도 이씨는 같은 일을 반복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업시간 중 포즈를 취하고 있던 저의 몸을 자신이 원하는 포즈로 바꾸기 위해 다가와 몸을 만졌다"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도교수는 이번에도 아무런 제지나 말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수업이 끝난 후 학과사무실에 더 이상 이씨가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제야 학과실은 이씨에게 수업 참가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 3번의 일이 발생하는 동안 이씨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처음 일이 벌어졌을 때 바로 수업에서 열외시켰어야 함에도 일을 작게 매듭지으려했던 행동들로 저는 두려움에 수업을 진행했고 제 잘못이 아닌 일임에도 주눅 들어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했고, 두려웠고 무서웠다"며 "이 일을 말하지 않는다면 저와같은 일을 하는 분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일이고 그와 같은 사람이 미술계에서 화가, 작가라는 이름을 달며 활동하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생의 서면으로 된 사과를 원하며, 해당 학생이 대학원 수료를 통해 또 다른 권력을 가지기를 원치 않는다"며 "3월 말, 해당 학생의 폭력이 있었음에도 모델 수업 참가를 용인하고 방관했던 전남대 예대의 서면 사과와 해당 수업 지도교수의 서면 사과를 원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이날 오후 지인을 통해 SNS에 추가로 글을 올려 "피해자인 저는 여성이 맞다"며 "가해자인 대학원생도 여성"이라고도 밝혔다.

이어 "방금 전 지도교수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죄송하고 그만 노여워하시고 더이상 일을 터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지도교수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음에도 지도교수에게 연락이 왔고 대학원생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전화가 오고 있어 굉장히 무섭다"고 토로했다.

파문이 일자 전남대 측은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아직 대자보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진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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