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의 나마스테!] "전쟁에 대해 쓰는 것은 바로 평화·삶에 대한 사랑을 적는 일"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점에서도 동아시아 세 작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일본까지 합세한 초토화 작전으로 학살을 경험했던 오키나와 주민들은 베트남으로 발진하는 폭격기에 폭탄을 싣는 노동을 했다. 최근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는 재판장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책임을 공식 인정하라”고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자기 민족이 저지른 과오를 자기 정부에 대항해 활동을 벌이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모의법정까지 마련하고 공정한 판결을 정확하게 내리는 한국 분들의 모습을 진정으로 존경합니다.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한국 사람들이 잘 몰랐듯이 한국군 민간인 학살 또한 베트남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잊혀진 사건을 드러내서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벌이는 활동은 정말 대단합니다.”
바오 닌은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는 ‘기억 운동’을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같은 비극을 방지하는 슬로건으로 내세운 한국 작가 현기영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가해자인 한국인의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 또 다른 가해 당사자인 일본국 소속 오키나와 작가 메도루마 순은 한국 정부야말로 일본에게 보다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는 좀 더 강하게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밀고 나가야 합니다. 일본은 역사를 너무 많이 망각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건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한 결과인데, 일본 정부는 자기들 형편 좋은 대로 역사를 끼워 맞추는 측면이 큽니다. 북한에게 한국 정부가 속아서 회담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건 군사적 위기를 고양시켜야만 자기들 목소리도 커지고 군비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 반전 작가 메도루마 순은 더 나아가 일본 민중들도 각성해 민주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전후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 때문에 천황을 온존시킨 게 시민운동을 약화시킨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오 닌은 쏟아지는 총탄 속으로 미친 듯 걸어나가 차리리 죽고 싶다고 포효했어도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를 살려준 하늘의 뜻이 무엇일까 물었더니 “술을 더 마시라는 것”이라며 웃다가 “시체의 숲과 죽음의 강을 제대로 기록하고 남기라는 것”이었겠다고 수긍했다. 이날 동아시아 작가들은 아무리 활자를 둘러싼 영상의 힘이 커도 문학의 역할을 깊이 신뢰한다는 바오 닌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전쟁을 겪어야만 했던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처럼 저는 꿈꿉니다. 저는 바랍니다. 우리 이후 젊은 세대는 영원히 평화 속에 살기를, 영원히 무기와 작별하기를. …전쟁에 대해 쓰는 것은 바로 평화에 대한 사랑을, 삶에 대한 사랑을, 민족 서로간의 인도적인 마음을, 사람과 사람들 간의 연민의 정을 쓰는 것입니다.”
제주= 글·사진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Copyright©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이혼은 해주고 즐겼으면 해”… 황정음 측, 누리꾼과 설전 후 “본인 맞아”
- “한국女와 결혼” 2억 건넨 스위스 남성, 직접 한국 찾았다가…
- “한잔해 한잔해 한잔해~”… 선거 로고송 사용료는 얼마?
- “하반신 마비된 축구선수 약올리나”…‘820만원 공탁’ 음주운전자에 판사 분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
- “성관계는 안했어” 안방 침대서 속옷만 걸친 채 낯선 남자와 잠자던 공무원 아내
- ‘노브라’ 수영복 패션 선보인 황승언 “남자들은 다 벗는데”